[김혜일의 접근성 브런치]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피처폰
사진=더인디고

① 시각장애인이 사용했던 휴대폰

김혜일 프로필 사진
김혜일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김혜일 집필위원]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의 손에 쥐고 있는 것은? 버스나 지하철에서, 식사할 때, 티브이 볼 때, 심지어 연인과 함께 있을 때도 손에 쥐고 있는 스마트폰. 시각장애인은 그 스마트폰을 어떻게 사용할까? 지금은 피처폰이라고 불리는, 스마트폰 이전의 핸드폰을 시각장애인은 어떻게 사용했을까?

핸드폰이라고 부르던 피처폰의 초창기

피처폰이 처음 나왔을 때, 시각장애인의 기본적인 통화 기능 활용은 비장애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어떤 번호를 눌렀는지 알 수 없고, 심지어 핸드폰이 켜져 있는지 꺼져 있는지, 배터리가 얼마나 남았는지 알 수 없지만, 전화를 걸고 받는 데는 무리가 없다. 번호를 저장할 때 주변의 도움을 받아야 했지만, 일단 저장만 하면 단축 다이얼 기능도 사용할 수 있다. 전화번호부 기능을 이용하지 못하더라도 전화번호를 외우거나 별도로 메모해두면 된다.

피쳐폰모음 사진
▲피처폰 모음/ 출처: www.namu.wiki

초창기에는 음성으로 읽어주지 않는 것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였다. 화면의 내용을 음성으로 읽어주는 것 자체를 상상하기 힘들었을 수 있다. 그렇더라도 피처폰 활용이 크게 부당하거나 소외된다는 느낌을 받지는 않았던 것 같다.

피처폰의 발달과 SMS

피처폰에 다양한 기능이 추가되고, 단문 메시지 서비스(SMS)를 통한 소통이 보편화하면서 시각장애인은 정보의 격차를 느끼기 시작했다.

SMS의 내용은 물론 화면에 표시되는 정보를 음성으로 들을 방법이 전혀 없었다. 전화번호부 외에 MP3 재생, DMB 시청, 통신사 인터넷(WIPI), 벨소리 다운로드 기능까지 추가되었지만, 전화를 걸고 받는 것 외에는 시각장애인이 활용할 수 있는 기능이 거의 없다. 시각장애인에게 들리는 소리는 삐~ 삐~ 거리는 비프음과 벨 소리뿐이었다.

가장 힘든 부분은 SMS 기능이었다. 많은 기업이 카드사용내용, 각종 처리 결과 공지 등을 SMS로 전송했고, 사람들도 간단한 대화는 음성통화보다는 문자로 소통했다. 통신사에서는 SMS 요금제를 별도로 출시할 정도로 사용 비중이 높아졌지만, 시각장애인은 SMS의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없었다.

내용 확인을 위해서는 주변 사람의 도움을 받아야 했고, 때로는 민감한 개인정보가 주변인에게 노출되기도 했다. 개인의 사생활 보호는 거의 불가능했다. SMS는 수시로 오는데 그때마다 주변의 도움을 받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지하철 등에서 낯선 사람에게 문자 내용을 물어보는 때도 있었다. 이 과정에서 시각장애인들은 많은 정보 격차를 느끼기 시작했다.

이때 등장했던 놀라운 혁신이 TTS를 활용한 문자 읽기 기능이다.

팬텍앤큐리텔P1
▲팬텍앤큐리텔P1/출처: http://blog.naver.com/acsnothing/60007594971

2004년 말에 등장한 ‘팬텍앤큐리텔 P1’은 많은 사람들이 ‘디카폰’으로 기억하고 있다. 물론 시각장애인에게는 SMS를 음성으로 읽어주는 첫 피처폰이다. 이후 삼성전자, LG전자에서도 비슷한 기능을 탑재한 피처폰이 많이 출시되었다.

운전 중에 SMS를 소리로 듣는다는 컨셉의 편의기능 수준이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의 도움을 받지 않고 시각장애인이 혼자 SMS의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에 너무나 놀랍고 유용했다.

다만, 시각장애인을 위해서 설계된 기능이 아니었기 때문에 문자를 읽기 위해 진입하는 메뉴는 전혀 음성으로 들을 수 없었다. 문자 내용이 길어서 LMS, MMS로 수신될 때는 음성낭독 기능이 지원되지 않았다.

버튼을 누를 때 들리는 비프음 외에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지만 SMS를 확인하려고 메뉴의 순서와 번호를 외웠다. 예를 들면, 문자 읽기는 2-1-1, 문자 쓰기는 2-1-2와 같은 형식이다. SMS를 입력할 때도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없었지만 그 당시 시각장애인들은 문자입력 방법까지 외워서 활용했다.

이때 참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다. 귀가 특히 예민한 일부 시각장애인은 주변 사람이 문자를 입력할 때 들리는 비프음의 높낮이를 구분해서 어떤 내용의 문자인지 알아채는 것이었다.

문자를 음성으로 들을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은 특정 통신사에만 있던 월정액 프리미엄 문자 서비스다. 서비스 가입자는 음성사서함 같은 곳에 전화를 걸어 ARS처럼 수신된 문자의 내용을 음성으로 들을 수 있었다. LMS/MMS와 인증 문자 같은 SMS는 지원되지 않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해 설계된 것도 아니었다. 별도의 유료 서비스였음에도 한동안 시각장애인에게 유용했던, 지금 생각해보면 참 어이없는 이야기지만 그땐 그랬다.

시각장애인도 사용할 수 있었던 피처폰

오랜 기간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도록 메뉴나 텍스트 등을 읽어주는 피처폰이 없었다. 당시 피처폰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2006년부터 시작된 LG 상남도서관의 시각장애인용 휴대폰 보급 사업이었다. 문자, 통화내용, 연락처 등 여러 메뉴와 기능을 음성으로 낭독하는 기능이 탑재된 유일한 피처폰이었기 때문에 시각장애인에게는 매우 혁신적이었다.

▲LG상남도서관에서 보급한 시각장애인용 휴대폰 LF1300S/LH8600S/F840L
▲LG상남도서관에서 보급한 시각장애인용 휴대폰 LF1300S/LH8600S/F840L /출처: www.lge.co.kr

해당 핸드폰 수량이 처음에는 1300대로 시작해서 2500대까지 확대됐다. 안타깝게도 전체 시각장애인의 수에 비해 공급이 매우 부족했다. 또 보급사업을 위해 생산된 모델이다 보니 시중에서 개인이 직접 구매할 수도 없었다. 이런 이유로 간단한 고장 외에는 수리가 불가능했고 심각한 고장이 나면 더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당시 시각장애인에게는 피처폰을 사용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고, 보급사업이 거듭될수록 시각장애인이 활용하기 더 좋게 기능을 개선했기 때문에 많은 사람이 이 피처폰을 보급받고자 했다. 다른 대안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거의 해마다 보급사업이 진행되었고, 2013년에는 스마트폰으로 이어졌다. 기술이 빠르게 발달하면서 시각장애인이 사용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 보편화되었기 때문에 2019년에는 시각장애인을 위한 AI스피커를 보급하기도 했다.

피처폰을 지나 스마트폰의 시대

피처폰에서 통신사 인터넷을 즐기며 노래를 듣고, 벨 소리를 다운받고, DMB를 보던 시절은 시각장애인에게는 멀고 먼 다른 세상의 이야기 같았다. 하지만 이런 일이 처음은 아니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하고, 새로운 서비스가 시작될 때마다 시각장애인이 반복해서 겪는 문제다.

기술이 부족해서 그랬을까? 아니다. 필요한 기술은 이미 있지만, 시각장애인을 서비스의 이용자로 또는 상품의 고객으로 염두에 두지 않기 때문에 반복되는 것이다. 서비스의 가치는 장애인을 포함한 모두가 함께 누릴 수 있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더 많은 사람에게 전파되는 지금, 시각장애인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활용하고 있을까? 다음 글에서 이어가고자 한다.

*김혜일 집필위원은 ‘시각장애인은 휴대폰을 어떻게 사용할까’라는 주제로 이번 첫 글에서 ‘시각장애인이 사용했던 휴대폰’, 다음 글에서 ‘시각장애인의 스마트폰 사용’과 ‘새로운 세상,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과 시각장애인’을 3회에 걸쳐 연재할 예정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