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교육?… ‘비장애학생 중심 온라인 수업’ 성토

18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 장애인정책평가에 이어 장애청년 중심의 토론회가 열렸다.
▲18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 장애인정책평가에 이어 장애청년 중심의 토론회가 열렸다./사진=더인디고
  • 장애대학생, 구내식당에 밥 한 끼 먹는 것조차 배제돼
  • 복지부 ‘코로나19’ 안내 홈페이지는 시각장애인 접근 어려워

[더인디고 조성민]

코로나19의 2차 팬데믹으로 또다시 비대면 수업이 강화되었다. 2020학번 대학생이라면 입학식은 물론이고 단 하루도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지 못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19로 올해 3월부터 온라인수업에 참여하던 장애대학생을 포함한 청년들이 학교와 직장 그리고 생활 현장 등에서 경험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한자리에서 쏟아냈다.

지난 18일, 한국장애인재활협회(재활협회) 주관으로 열린 ‘제49회 RI Korea 재활대회’에서는 문재인 정부 전반기 장애인 정책 이행평가 결과 발표에 이어 장애청년 중심의 토론이 열렸다.

현재 대학에서 ‘컴퓨터소프트웨어’를 복수전공하고 있는 시각장애인 임동준 씨는 올해 1학기 억울한 사건을 경험했다고 포문을 열었다. ‘파이선(python) 기초’ 강의를 신청했지만, 수강 거절을 당했기 때문이다. 임씨는 “교수님이 프로그램 설계 언어인 파이선을 활용해 통계를 짜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라는 선입견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재활협회 청년포럼 회원이기도 한 임 씨는 협회와 공동 대응을 통해 이번 2학기부터 강의 교재 제공을 포함해 해당 과목 수강이 가능할 수 있었다. 하지만 교재를 사전에 확인해 읽기 가능한 파일로 받아 볼 수 있는 것은 여전히 큰 장벽이다. 임 씨가 교재 스캔파일을 복지관이나 사회적기업 등에 전달하면 이를 한글 파일로 전환해 주는 직원과 봉사자들이 코로나19로 일을 멈출 때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임 씨는 “코로나19와 장애 이해 부족으로 교육기관에서 발생하는 불편함은 이제 익숙한지 오래다.”면서 “하지만 이 엄중한 시기 보건복지부 홈페이지마저 핵심 정보를 이미지 처리함으로써 접근성을 막는 것은 너무한 것 아니냐”며 항변했다. 웹 접근성 전문기관에서 사용자 평가 업무를 맡았던 임 씨는 “코로나19 안내 홈페이지의 경우 대체 텍스트는 있으나 ‘확진자’, ‘자가격리 수’ 등 핵심 정보는 이미지로만 되어 있어 접근이 어렵다.”고 지적했다.

대학연합동아리 ‘키위(Ki-WE, 우리 모두의 키오스크)’ 대표를 맡은 허은빈 씨는 “모두를 위한 기술을 이야기하지만 장애학생들은 그 ‘모두’에서 배제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로 인한 언택트 시대 등 환경이 바뀔 때마다 소외는 더 커지는 것 같다”고 뼈 있는 말을 던졌다.

이어 “구내식당에서 떡볶이 한 번 먹기도 힘들다. 주문 방식이 키오스크로 바뀌면서 터치스크린의 벽을 못 넘고 있다.”며 “학교와 프랜차이즈 기업에 개선을 요구했지만, 비용 문제로 난색을 보여 ‘모바일 주문 서비스’를 대안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학교 당국과 기업 등이 조금만 더 관심을 두면 모든 학생이 쉽게 접근할 수 있을 일을 ‘비용 절감’의 이유로 장애인은 밥 먹을 권리조차 빼앗기고 있다.”고 토로했다.

▲(왼쪽부터) 허은빈 씨, 손정우 씨, 최원빈 씨, 유하나 씨
▲허은빈, 손정우, 최원빈, 유하나 씨(사진 왼쪽부터) /사진-더인디고

서울대학교 장애인권동아리 ‘위디(with:D)’에서 활동하는 손정우 씨와 최원빈 씨는 코로나19로 전국의 많은 대학의 경우 동아리 활동도 쉽지 않았다고 한다. “전례 없는 비대면 상황에서 각 대학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지만, 그 내용이 비장애학생에 초점을 두고 있기 때문에, 시청각 등 감각장애학생들은 교육에서조차 소외당하고 있다.”며 그동안 ‘위디’가 조사한 내용과 대안을 제시했다.

두 학생은 “▲감각장애학생이 수업자료를 제때 받지 못한다는 점 ▲구화를 사용하는 청각장애학생은 줌(ZOOM) 강의 시 교수 입 모양을 읽기 어려움 ▲실시간 수업에 자막이 안 되어 수업 후 속기록을 보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점 ▲대면 강의 시 수업과 시험을 도와주던 교육지원인력(장애학생도우미)이 중단되거나 일부만 적용 ▲교육부와 대학이 책임져야 할 학습권을 ‘장애학생지원센터’에 책임 등을 전가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대면 수업에 따른 종합 매뉴얼 제공과 ▲원격수업에 필요한 태블릿PC, 스크린 리더 등 보조공학기기 지원 ▲웹 접근성 및 특수교육 전문가 참여 등을 포함한 보편적 학습설계와 관련 예산 확대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며 “결국 학습권 보장은 시간과 비용일 수도 있지만 장애학생이 소수여서 더 외면하는 것은 아닌지 교육 당국은 자문해 보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그 밖에도 ‘청년포럼’ 활동 등을 통해 차별 등 사회적 이슈에 관심을 가졌다는 대학생의 발표도 이어졌다.

한국어문학을 전공하고 있는 유하나 씨는 “어떤 식당이나 기관 등의 주차장은 자갈이 깔려 있어 휠체어를 밀기가 어려웠다”며 주차장 접근성에 이어, “시각장애인과 횡단보도를 건널 때 음향신호기가 고장인지 여러 번 눌러야 작동했고, 고장 신고번호도 점자가 아니었다. 또 횡단보도를 건널 때 남은 시간 혹은 거리를 알려주면 덜 불안할 텐데…”라며 최근의 경험을 설명했다.

재활협회가 2018년부터 운영하는 청년포럼은 ’장애인 누구나 일상생활에서 겪는 불편한 환경과 제도 혹은 청년시절 직면하는 과제들을 집단지성과 연대의 힘으로 해결해 가는 플랫폼’이다.

유명화 사무총장은 “매년 정기적 모임을 하다가 올해는 코로나로 인해 비대면으로 준비했다”며 “토론회 결과와 올해 제안한 내용을 중심으로 해당 기관이나 국회 등을 통해 청년들과 함께 개선하는 후속활동도 이어 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오는 11월 7일 오후에는 온라인에서 기존 청년포럼 회원과 전국의 장애학생 동아리 회원들과 연합 모임을 갖고 내년 활동 방향을 논의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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