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부장애인, 365일 감염과의 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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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바이러스 ⓒ Pixabay
  • 더봄(THEVOM)의 더 보면 보이는 것들
  • 남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써야 한다? 나를 위해 쓰는 것이 중요
  • 장애인, 고령자, 기저질환자 … 안전수칙 준수가 최선의 방책

십 년 넘은 일이다. 신장이식 수술을 받은 지 두 달 만에 다시 병원을 찾았다. 왼쪽 가슴 아래로 통증이 심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대상포진이었다. 처음에는 담(痰)인 줄 알았다. 정확한 병명을 확인할 때까지는 격리된 1인실 병실을 써야 했다. 5일 동안 입원했고, 확진까지 많은 검사에 병원비 부담도 컸다.

이식 후에는 석 달마다 이뤄지는 정기 검진 외에 종종 예상치 않는 검사나 입원을 했다. 그럴 때마다 검사는 몇 가지를 할지, 결과는 어떻게 나올지, 비용은 또 얼마나 들지 걱정을 했다. 병원비를 충당할 만한 민간보험조차 가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물론 이식을 받기까지 10년 넘게 주 3회, 매 4시간 이상씩 투석을 받는 고통에 비하면 감당할 만한 일이었다. 다행히 2018년부터는 제한적이지만 처음 민간 보험에 가입한데다 입원 등에 따른 병원비 부담도 덜 수 있게 됐다.

‘이식 환자’라고도 불리는 사람들은 약과 음식을 함부로 먹어서는 안 된다. 자몽과 포도가 약효를 떨어뜨릴 수 있다고 한다.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있는 회 종류나 대장균 위험이 있는 막걸리 등은 꼭 삼가해야 할 음식이다. 자양강장 종류도 마찬가지다. 먹어서는 안 되는 것도 있지만 먹어도 소용없는 것도 있다. 한 여름 갈증 날 때도 얼음물보다는 따뜻한 커피나 생수를 마신다. 얼음 속에 있을 수 있는 대장균 때문이다.

병원도 가급적 이식 수술을 받은 곳을 방문해야 한다. 해당 병원은 이미 모든 정보를 갖고 있고 그런 만큼 빠르고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감기 정도의 가벼운 증상은 동네 병원을 찾아 적절한 약을 처방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의 증상 중 하나인 37.5도 이상의 미열이나 기침 등이 심하면 해당 병원을 찾아야 한다. 숨이 차거나 잦은 설사, 구토, 심지어 골절상을 당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거부반응이나 염증, 호흡기, 소화기 감염이 걸릴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이식 후 최소 6개월은 더 철저하게 관리하며 예의 주시해야 한다.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 만해도 하향세로 꺾일 것 같던 ‘코로나 19’가 지역 사회 감염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가 재난 사태 수준이다. 내부 장애인을 비롯한 고령자나 임산부 등은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이식을 받은 장애인은 코로나 19가 아니더라도 1년 365일이 감염 비상 대응 체제다.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매일 일정량의 면역억제제를 먹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현재 코로나 19로 인한 사망자 대부분은 이미 기저질환이 있거나 면역이 약한 사람들이다. 코로나 19 사망자 대부분이 청도 대남병원 폐쇄병동에서 오랫동안 밀집생활을 해온 정신장애인이다. 면역력이 떨어 질대로 떨어진 시설 생활인이다. 이와는 무관하게 만성신부전이라는 기저질환으로 신장투석을 받던 장애인도 있다. 처음 정부 관계자와 일부 전문가들은 “신종 코로라는 치사율이 낮은 감염병이다.”라고 했지만 모든 사람에게 절대적 기준이 될 수는 없다는 뜻이다.

신천지 집단감염 이전까지는 ‘코로나 19’에 대해 너무 과잉 반응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이제는 염려를 넘어 두려움마저 느껴진다. 감염이 문제가 아니라 이후 한 개인에게 닥치는 후폭풍이다. “병실도 부족한 상황에서 어디에 격리되고, 또 얼마나 많은 검사와 치료를 받을까? 지금 벌려놓은 일은 잘 꾸려갈 수 있을까?”라는. 2008년 그리고 이후 한차례의 입원 경험이 되살아났다.

남을 위해서라도 마스크를 쓰라고 한다. 그러나 장애인, 고령자,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사람들은 자신을 위해 쓰는 것이 옳다. 단순하지만 원칙에 충실할 수밖에 없다.

마스크는 철저하게 쓰고 있는지, 다중이용시설 접근은 피하는지, 집회 등 행사 참여는 삼가하고 있는지, 장애인인과 고령자 등이 이용 또는 생활하는 시설은 사전에 관리자 및 정부 당국자와 적극적인 대책을 세웠는지… 어느 것 하나 소홀해서는 안 될 일이다. 가장 위기일 때는 기본 원칙을 지킬 수밖에 없다.

이 시기에 일어나는 모든 경험과 현상을 자세히 관찰하며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메르스 사태를 계기로 시작된 감염 등 재난 약자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아울러 자신의 의료 정보나 이력을 주치의가 관리함으로써 응급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장애인주치의제도의 적극적인 도입도 함께 말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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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kmo72@gmail.com'
gukmo
4 years ago

모든 사람이 기본을 잘 지킨다면 교통사고 사상자 수도 줄어들 거에요~

trust@kcloud.or.kr'
디산박
4 years ago

기본을 지킵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