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부진한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 해결 과제 놓고 ‘한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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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2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국회의원 최혜영, 국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 공동 주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승천정책위원(척수협회), 추혜인 원장(살림의원), 이용석실장(장총련), 김동호 정책위원장(한국장총), 임종한 교수(인하대), 홍승권교수(가톨릭대)가 앉아 있다 / 사진 = 더인디고
12월 2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국회의원 최혜영, 국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공동 주최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김승천정책위원(척수협회), 추혜인 원장(살림의원), 이용석실장(장총련), 김동호 정책위원장(한국장총), 임종한 교수(인하대), 홍승권교수(가톨릭대)가 앉아 있다 / 사진 = 더인디고
  • 행위별 수가 전환 및 의료 접근성 등 선결조건 산더미
  • 장애인 참여와 정부의 정책적 뒷받침 없으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 한국장총, 수요자 중심 장애인 건강주치의제도 토론회 개최

장애인주치의제도가 의료서비스 사각지대를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두 차례의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지지부진하다’는 평가가 장애계와 의료계에서 동시에 터져 나왔다.

지난 2일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와 주치의제 도입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 국회의원 최혜영, 국회 사회적 약자를 위한 연구단체 ‘약자의 눈’이 ‘장애인 건강주치의 활성화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공동 개최했다.

이날 인하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임종한 교수는 장애인주치의제도 활성화 방안에 대한 주제발표에 앞서, “고령화 시대와 소득 및 건강불평등 이외에도 최근 코로나19 감염 등 인류 최대의 위기에 대응하기에는 우리나라 의료시스템은 역부족이다”며, “특히, 장애인, 노인 등 현 의료시스템에 접근하기 어려운 취약계층을 위해서는 주치의제도가 답이지만, 지난 2018년 5월부터 시작한 시범사업에도 불구하고 별다른 진전이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임종한 교수가 장애인주치의제도 개혁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장총 유튜브
임종한 교수가 장애인주치의제도 개혁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 사진 = 한국장총 유튜브

실제 작년 기준, 전국 288곳의 의료기관이 참여, 577명이 교육 이수를 통해 316명이 주치의로 등록한 것에 반해, 실제 활동하고 있는 주치의는 87명(28%)에 불과하다. 또한 올해 11월 말 기준, 등록장애인 약 260만 명 중, 주치의를 신청한 장애인은 1472명에 불과하고, 월평균 방문자가 94명이라는 저조한 참여율을 보이고 있다.

임종한 교수는 이에 대해 “주치의제도에 참여할 수 있는 ▲인적자원과 예산 및 물리적 접근성 등 ‘인프라 강화’와 동시에 ▲현 행위별 수가제에서 인두제라는 새로운 지불제도로 전환하거나 특별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결국은 돌봄 등이 필요한 사람들이 자택이나 그룹홈 등 지역사회에 거주하면서 개개인의 욕구에 따른 혁신적 사회서비스체계(커뮤니티케어)로 가기 위해서는 ‘장애인건강주치의제’와 ‘통합 돌봄’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고로 행위별 수가제가 의사가 한 사람에 대한 진단, 처방, 특수처치 등 개별 의료행위 하나하나에 보험 수가를 정하는 방식이라면, 인두제는 의사 한 사람이 맡고 있는 환자 수, 즉 일정 인구 집단마다 이 집단의 1차 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를 배정하고, 담당하고 있는 인구수대로 진료비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그 밖에도 임 교수는 “주장애관리 및 일반건강관리 서비스 간 연계와 장애인 건강증진을 위한 자원연계 부족, 공급자(의료기관 등) 및 수요자 인센티브 부족 등 현행 장애인건강주치의제도의 시범사업 문제점 등”을 지적한데 이어, 현 주치의 제도 개혁 방향에 대해서는 “치료를 넘어 생애주기적 건강증진, 즉 예방–진료–보건–요양–재활–정신보건–임종으로 연결되는 사이클 돌봄 제공과 이윤보다는 사회안전망 및 접근성 강화 등 한 포괄적 접근을 통한 국민주치의제도로 발전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지 12월 1일자 기사. ‘장애인 건강권? 이용 당사자, 정부와 의료계에 직격탄(https://theindigo.co.kr/archives/13404)

가톨릭대학교 가정의학과 홍승권 교수도 “1차 의료기관에서의 포괄적 진료와 상급병원에서의 전문의를 통한 집중적 관리 등 장애인의 선택에 따른 유연한 접근이 필요하되, 실제 현 행위별 수가제를 과감하게 전환하지 않으면 원점에서 다시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재활, 내과, 외과 등 단과 중심에서 기능 중심으로, 공급자 중심에서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이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고령의 청각장애인에게 천천히 알아듣게 설명하거나 수어 자원을 확보해서 관련 정보 및 자원들을 제공하고, 질병을 조기 발견하며, 여기에 더하여 본인의 나쁜 습관이나 스트레스를 자가 관리할 수 있는 능력을 지원하는 것이 주치의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자신도 가정의학과 교수이지만 우리나라에는 그런 역할을 하는 의사는 국내에 없다”며 진료비 지불 방식의 전환을 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살림의원 추혜인 원장은 서울 은평구 내에서 장애인주치의제도를 시행하고 있는 사례를 예로 들며, ‘당사자 참여 통합건강관리체계 필요성’에 대해 설명했다.

추혜인 원장은 “의료서비스 공급자 내에서도 의사와 간호사, 사회복지사, 직원들이 주치의제도에 대한 이해와 더불어 장애인으로부터 전화가 왔을 때 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며, “조직 외적으로도 보건소, 재활병원, 구청 관계자 등 지역사회 ‘재활협의체’ 등의 긴밀한 연계가 중요하다”고 언급했다.

실제 추혜인 원장은 “주치의제 참여 전에는 월 1~2회 응급실을 방문할 수밖에 없었던 77세 뇌병변 장애인이, 주치의제를 통해 최근 2년 동안 딱 2번만 응급실을 방문하게 되었다”며 “건강증진뿐 아니라 탈시설 장애인의 건강관리 등 주치의제도가 분명 긍정적 효과가 있는 만큼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서는 반드시 정책적으로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 이용석 정책협력실장은 “주치의제도의 필요성 여부를 떠나 장애인건강권법에 명시한 의료접근성, 즉 물리적, 심리적, 경제적 접근성부터 선결되어야 한다”며, 특히, “농어촌 지역은 재활협의체 구성도 쉽지 않아 도·농간 의료 불평등이 심각한데, 이를 어떻게 해결한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의사들이 방문 진료 등을 통해 장애인 건강권을 높이겠다고 하지만, 심한 장애로 등록된 장애인만 해도 약 98만명(37.6%), 이중 25% 이상은 일을 하고 있다”며 “왜 장애인을 집에 있는 사람들로만 생각하는지, 이들 장애인 노동자들은 어떻게 접근할 것인지, 아파도 병원조차 못 가는 장애인이 수두룩한데, 그에 대한 해법은 없는 것 같다. 여전히 수요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면서, 공급자 중심의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자문해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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