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시행과 함께 지역사회 자립생활 확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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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첫 사망자가 2020년 2월 청도 대남병원에서 나왔다./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코로나19 첫 사망자가 2020년 2월 청도 대남병원에서 나왔다./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https://www.youtube.com/watch?v=piz01C1B3EA

[릴레이 성명]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총연합회_1.12

보건복지부는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시행과 함께 지역사회 자립생활 확대하라!
닭장 같은 정신병원, 비인권적 치료환경 국가는 계속 책임을 방기할 것인가?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대표발의) 등 연명단체들은 화장실 및 환기시설, 병상 간 이격거리 등 코로나 감염예방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즉각 시행할 것을 촉구함과 더불어 당사자를 위한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권리실현에 보건복지부가 앞장설 것을 요구하는 바이다.

보건복지부, 시행규칙 실시와 더불어 당사자의 자립생활 보장하라!

지난 2월, 청도대남병원 정신병동에서 집단감염병의 첫 사망자는 정신질환을 경험하는 우리의 동료였다. 당시 고인의 몸무게는 고작 ‘42kg’, 몇십 년간을 병동’에서 지내다 죽어서야 퇴원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가족 및 당사자단체들은 애도와 함께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하였다.

하지만 감염병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의 목숨을 빼앗아 가는 동안 책임행정부서인 보건복지부는 실태조사만 운운하며 사실상 우리를 방치했다. 그러는 사이에 대구 제2미주병원, 서울도봉구 다나병원, 충북음성 소망병원, 경기고양 박애원 등 ‘닭장 안에 갇혀 있던’ 동료들은 빠르게 감염되었고 또 빠르게 유명을 달리했다.

최근 통계청 통계개발원(2020)에서 발간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0월 5일 기준, 감염병 사망자 422명 중 158명(37.4%)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코로나로 인한 사망자 10명 중 3명이 우리의 동료였다.

정신병동의 물리적 열악성은 이미 여러 보도와 동료의 증언 등을 통해 오래전부터 세상에 조금씩 알려진 바 있다. 특히, 현재의 정신병동은 치료적이지 못 하고 스트레스 또는 트라우마 경험을 유발하는 곳으로 변질되어 있다는(서진환, 전미자, 2018)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코로나 사태를 통해 보았듯이, 감염병 예방과 관련해서도 정신의료 병상의 시스템이 굉장히 취약하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 또한 2015년 메르스 사태를 겪으면서 우리는 알고 있었다. 그때도 다인실을 폐지하고, 1인 또는 2인 규모의 적정병상과 감염예방을 위한 목소리들(이재갑, 2016; 엄중식, 2018 등 다수)이 제기되었다.

가족 및 당사자단체들이 이러한 정신병동의 물리적인 열악성과 반치료적인 형태에 대해 수차례 문제를 제기하고, 지난 10월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 송파병)이 국정감사를 하며 지적하자 부랴부랴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입법예고했다.

2020년 11월 26일, 보건복지부가 입법예고한 시행규칙은 감염예방 및 방역 강화를 위한 격리병실 설치, 입원실 병상기준 강화, 화장실 환기시설 설치 등의 주요 내용을 담고 있다. 일반적으로 감염예방과 방역강화를 위해 필요 조치를 취한 셈이다.

그러나 시행규칙만으로 닭장 같은 정신병동을 벗어날 수 없고, 감염예방 및 방역강화를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보건복지부는 병동 내 환경개선과 더불어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들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또한 확진자의 경우, 열악한 병동 또는 시설에서 사망하지 않도록 긴급복지 지원을 통해 주거 등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그리고 이후 치료 후에도 열악한 병동으로 복귀하는 것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정착할 수 있는 체계를 마련하여야 한다.

특히, 입원 외의 특별한 대안이 없어 입원하게 되는 비사회적입원을 포함해 지역사회에서 적절한 복지서비스를 받지 못 하는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에게 즉각적인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여야 한다.

이제는 `95년 정신보건법, `17년 정신건강복지법 등 관련 법률에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를 경험하는 당사자에게 보건복지부는 무책임한 수용 그리고 의료적 관점으로 치료만 하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에서 탈피해 지역사회 중심, 당사자의 권리중심으로 서비스를 개편할 것을 촉구한다.

정신의료 관련 단체의 어불성설 성명서 철회하라!

한편, 메르스 사태를 통해 우리는 감염병과 견줄 수 있을 만큼 무서운 의료 자본의 실체를 목도하기도 했다. 국민으로부터 권력을 위임받은 국가는 삼성서울병원 등 자본 논리에 잠식된 의료자본에 조롱당하고, 이들이 가난하고 사회적으로 힘이 없는 사람을 내쫓을 때 국가는 책임을 방기하며 국민들이 위임했던 권력을 자본에 팔아치워 버렸다(황규관, 2015).

메르스 때와 마찬가지로 사회적으로 힘이 없고 가난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가 집단으로 감염되고, 또 안타깝게 생을 마감하고 있는 상황에서, 보건복지부의 시행규칙 입법예고를 반대하고 나선 정신의료 관련 단체들에 깊은 유감의 뜻을 밝히며 성명서 철회를 강력히 촉구한다.

이들 단체는 병상 간 이격거리 및 면적기준 강화가 감염병 예방에 비효과적이라고 주장하며, 입원한 사람들의 기분상 쾌적함을 제공할 뿐이라고 호도하고 있다. 또 입법예고된 시행규칙과 관련해 적은 수가, 병실 급감, 종사자 인건비 등을 말하며 다시 자본의 논리로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들을 인격체가 아닌 ‘수가의 하나’로 치부하고 있다.

결국 이들이 주장하는 불안정한 정신응급의료시스템 붕괴, 탈원화로 인하여 발생하는 지역사회 혼란, 병실 축소로 인한 의료인력 실직, 전공의 수련환경 열악성 등 의료자본의 이윤 창출로만 이해될 뿐 설득력을 가지지 못한다.

2017년, 정신건강복지법이 시행예고 되었을 당시에도 이들이 주장했던 것은 그저 무책임하게 ‘사회 아노미’를 운운하며 당사자가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 하는 것을 혼란에 비유할 뿐이었다. 이로부터 3년이 흐른 뒤, 이들이 우려했던 것을 개선하기 위해 힘을 보태기보다는 결국 자본 논리에 따라 행동했던 것으로밖에 보이질 않는다.

이제라도 정신의료 관련 단체들은 당사자단체에 협력하며 당사자에게 쾌적한 치료환경이 보장되도록 힘을 보태고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의료서비스 선택을 보장할 것을 촉구한다. 아울러 당사자에게 의견 청취도 하지 않고서 당사자를 위한 것처럼 작성한 성명서는 즉각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

우리는 더 이상 사적 공간이 보장되지 않아 혼자 있기 위해 복도 끝을 서성이고, 화장실이 제한되어 이용에 불편을 겪으며, 병상 이격거리가 좁아 자다 옆 사람과 신체접촉을 해야 하는 정신병상을 원치 않음을 밝힌다.

본 연명단체들은 2021년 1월 5일까지 입법예고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 시행과 함께 ‘긴급탈원화’, ‘긴급탈시설화’, ‘지역사회 복지인프라 구축’을 촉구하며 닭장 같은 정신병동을 그대로 방치할 경우, 가용한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저항할 것임을 천명한다.

아울러 정신질환 및 정신장애 당사자를 수가로만 보는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료기관 단체들은 즉각 성명서를 철회하고 입법예고 이후 지역사회 인프라 구축에 적극 협조할 것을 요구한다.

<우리의 요구>

하나. 병상 이격거리 등 정신건강복지법 시행규칙을 즉각 시행하라.
하나. 시행규칙 시행과 더불어 지역사회에서 자립생활할 권리를 보장하라.
하나. 확진자의 경우 긴급탈원화/긴급탈시설화 지원하라.
하나. 확진자의 치료 후 병동 복귀가 아닌 지역사회 정착을 지원하라.
하나. 즉각적인 지역사회 중심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라.
하나. 정신질환자 수용/치료중심에서 지역/권리중심으로 서비스 개편하라.
하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 정신의료 관련 단체들은 성명서를 즉각 철회하라.
하나. 대한신경정신의학회 등은 지역사회 중심의 자립생활 서비스 전환에 협조하라.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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