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염병예방법] 코로나19는 시설 이용 장애인에게만 위협적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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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민 더인디고 대표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
  • 감염취약계층을 지역사회 장애인 모두로 확대해야

[조성민=더인디고 대표]

오늘로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한지 꼭 1년이 되는 날이다. 몇 달만 잘 버티면 끝날 것 같은 전염병은 해가 바뀌어도 오히려 위협적이다. 아프고 가난한 사람은 물론이거니와 장애인에게는 더 가혹하고 불평등했다. 유감스럽게도 죽음의 바이러스는 앞으로도 시도 때도 없이 나타날 것이고, 그렇다고 장애인을 위한 특단의 대책도 없다.

이 시점에서 “장애인은 방역 취약계층이 아니다”라는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말이 왜 떠오를까. 지난해 9월 장관은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질의에 “장애인을 취약계층으로 분류하는 것은 오히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이다. 방역 차원에서는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 감염되었을 때 다른 질환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이 방역의 우선 대상자이지 장애인이라는 그 이름 하나로 방역차원의 취약계층으로 본다는 것은 바른 시각이 아니다”고 답했다.

정치적 설전 속에서 벌어진 해프닝일 수도 있지만 현장과 언론은 하루가 멀다 하고 장애인의 삶이 곳곳에서 무너지고 있음을 알렸다. 장관도 이를 몰랐을 리 없었을 것이다. 또 방역 차원의 ‘기저질환자’를 강조했지만 설득력이 떨어진다. 이미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 2의 ‘감염취약계층의 보호조치’에는 사회복지시설을 이용하는 어린이와 노인이 포함되었다. 코로나19 발생 초기인 작년 3월에 신설한 조항이다. 이어 6월에는 동법 시행규칙에 만 12세 이하의 어린이 및 65세 이상의 노인, 임산부 등을 구체적으로 규정했다.

특히 이 조항에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재난안전법)」 제38조 제2항에 따른 주의 이상의 위기 경보가 발령된 경우 감염취약계층에게 ‘마스크 지급 등 필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도 했다.

재난안전법에 따르면 ‘사회재난’에는 화재와 환경오염사고 등은 물론이고 감염병과 미세먼지 등도 해당된다. 또 지난 2016년 안전취약계층에 ‘어린이, 노인, 장애인 등 재난에 취약한 사람’으로 개정함으로써, 장애인을 명확하게 포함하여 정의했다. 하지만 감염예방법은 재안안전법을 준용하면서도 대상자에 장애인을 포함시키지 않았던 것이다.

어찌 됐든 지난 12월 2일, 감염병예방법 제49조의 2는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포함하는 것 등을 골자로 개정안이 본회의를 통과했다. 앞서 18명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들이 대표 개정 발의한 것을 통합·조정하여 위원회 대안으로 마련한 것이다. 하지만 장애인을 감염취약계층으로 인정은 했으나 반쪽짜리에 불과한 개정이었다. 노인과 어린이처럼 사회복지시설 이용 장애인으로만 국한한 것이다.

바이러스가 시설 이용 장애인에게만 위험한 것이 아닐진대 아쉬운 대목이다. 아직 장애 특성에 따른 정확한 통계는 없다. 고위험군에 속한 내부장애인은 차치하더라도 선별진료소를 비롯한 의료기관 방문이나 심리상담시 시・청각 장애인을 위한 의사소통 지원체계는 요원하다. 자가격리 시 비확진자의 경우 24시간 활동지원이 가능해졌지만 중증장애인 확진자는 최근까지도 가족이 책임을 지거나 홀로 버텨야 했다. 또 증증장애인 확진자가 입원을 할 때는 활동보조 없이 기저귀에 의존해야 하는 것도 그대로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돌봄의 문제는 발달장애인과 가족을 죽음으로 내몰기도 했다.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돌봄 스트레스로 발달장애인 부모 5명 중 1명은 직장까지 그만두어야 했다. 특히 집단감염도 그랬지만 확진자에게는 ‘장애인 감염병 대응 매뉴얼’은 있으나 마나 했다.

이 엄중한 시대를 거의 1년 내내 겪으면서도 왜 시설 이용자로 국한했는지를 이종성 의원에게 물었다. 이 의원은 법 개정 과정에서 지역사회 장애인을 포괄적으로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했다. 마침 이 의원은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보호 조치 강화’를 위해 동법 제7조(감염병 예방 및 관리 계획)를 개정 발의를 준비하던 시점이었다.

이 의원에 따르면 지역사회 장애인을 포함하자는 주장에는 일부 여당 의원도 필요성을 인정했다고 한다. 하지만 논의 과정에서 복지부 모 고위급 인사의 반대에 부딪혔고, 표면상 이유는 대상자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시설에 거주하는 장애인은 많아야 2만 8천 명이다. 전체 등록장애인구 약 258만 명의 1.1% 수준이다. 지난 연말, 전체 코로나19 확진자 중 장애인 비율은 4%에 불과했지만 사망자 중에서는 장애인이 21%라는 결과가 나왔다. 그럼에도 정부가 시설에 국한한 것은 사안의 심각성을 외면한 점으로 볼 수밖에 없다. 왠지 ‘장애인은 방역취약계층이 아니다’라는 발언이 연상되는 이유다.

한편 이달부터는 국가트라우마센터가 코로나19로 불안, 우울 등 마음의 어려움을 겪는 분들을 대상으로 비대면 심리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다고 한다. 지난 해 동법 70조의 6에는 ‘심리지원’도 신설됐다. 정부와 지자체가 감염병환자와 그 가족 등을 위해 정신기관 심리지원을 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됐다. 확인 결과 청각장애인은 고려하지도 않았다. 장애인 인권감수성도 부족했겠지만 법에서도 장애 특성을 강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러한데 5개년 계획을 세우고, 또 보호조치를 강화한들 시설 이용 장애인에 국한된 법률이 과연 어떠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유엔도 코로나19 발생 초기부터 여러 차례 언급한 내용이다. 유엔 인권보고관들은 장애인은 정보와 보건의료체계 접근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방역조치 국면 등에서도 더 위험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지적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도 장애인이 우리 사회에서 가장 어려운 위기에 처한 만큼 합당한 대책과 지원을 강조했다.

합당한 대책과 지원이 되려면 빠른 시일 내 감염병예방법부터 재개정해야 한다. 감염병은 시설 이용 장애인에게만 위협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지역사회 장애인까지 포괄적으로 하되 시행규칙에 중증장애인과 내부장애인 등을 구체적으로 명시하면 될 일이다. 현 법안에 따르면 사회복지시설 이용 장애인이면 구체적으로 누구를 지칭하는지가 명확하지가 않다. 복지부가 그렇게 우려했던 대상자수는 그래봐야 약 1백만 명이다. 고령화로 인해 장애인구 중 65세 이상이 절반이라면 50만명 수준이다.

나아가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의 특성을 고려한 법이 되어야 하다. 관련 부처나 기관에서 기본계획 수립과 보호조치, 매뉴얼작성, 심리지원 등을 함에 있어 누구도 배제되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21대 국회 첫 해, 많은 의원들이 감영병예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그 결과 이 법안은 무려 3차례나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전보다 대상층은 넓어진 것 같으면서도 너무 협소한 법안이 되었다. 감염병이 언제 끝날지도 모르고 또 언제 다른 이름으로 다가올지 모른다. 다시 한 번 살펴 봐주기를 바란다.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는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다수의 80과 소수의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바란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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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ite-0402@hanmail.net'
이채민
3 years ago

이른 아침 일깨워주셔서 감사합니다.^^
저희도 지인분들도 장애아이 돌봐야하기때문에
일을 그만둘 수 밖에 없었네요ㅠㅠ
취약계층을 지역사회 장애인으로 확대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수가 많아서이다.
확실한 이유네요.ㅡㅡ;;;
시설장애인은 극히 소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