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발생 1년] 백신 우선접종에서도 장애인 제외… 감염병 정책개선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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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이룸센터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이 주최한 '코로나 시대,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 더인디고
21일 이룸센터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국회의원이 주최한 '코로나 시대,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를 개최했다 ⓒ 더인디고
  • 감염병은 장애인에 불평등 입증됐지만 우선접종 약 30% 배제 우려
  • 질병청 “방역·의학기준” vs 장애인, 의료전문가 “장애인 전체 접종”
  • 장애인 감염병 정책, 법 개정 등 종합적으로 개선에 나서야

[더인디고 조성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첫 환자가 발생한지 1년이 지나는 가운데, 장애인 등 감염취약계층에 대한 우려와 함께 실질적인 개선 방안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빠르면 내달 초 의료기관 종사자부터 백신 접종이 시작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현재 정부에서 계획하고 있는 백신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 9개 그룹에서 장애인은 제외됐다.

K-방역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장애인에 대한 감염병 대책은 미흡하다는 평가가 이어져왔다. 실제 전체 사망자 중에서 장애인의 비율이 21%라는 결과까지 나온 상황에서 ‘장애인은 감염취약계층이 아니다’는 기존 인식이 또 한 번 드러난 것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2020년 12월 9일 기준)  / 자료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전체 코로나19 확진자와 사망자 중 장애인 비율(2020년 12월 9일 기준)
/ 자료 = 보건복지부 질병관리청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21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간담회를 개최했다.

앞서 11일 중앙방역대책본부(방대본)이 공개한 ‘백신 우선접종 권장 대상안’을 발표했는데 ▲의료기관 종사자 ▲집단시설 생활자 및 종사자 ▲노인(65세 이상) ▲성인 만성질환자 ▲소아·청소년 교육·보육시설 종사자 및 직원 ▲코로나19 1차 대응요원 ▲50∼64세 성인 ▲경찰·소방 공무원·군인 ▲교정시설 및 치료감호소 수감자 및 직원 등 9개 그룹이다.

이에 따르면 약 260만 장애인 중 시설거주와 만성질환자, 50대 이상 성인과 65세 이상 노인 등 70%만 해당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이종성위원의 주최로 열린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는 줌회의로 개최됐다. 이날 보건복지부 이선영 장애인정책과장, 질병관리청 홍정익 과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국민의힘 이종성위원의 주최로 열린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마련 간담회’는 줌회의로 개최됐다. 이날 보건복지부 이선영 장애인정책과장, 질병관리청 홍정익 과장은 화상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실제 질병관리청 예방접종관리과 홍정익 과장은 “장애인이라는 단어만 없을 뿐이지 우선접종 권장 대상자와 중복될 것”이라며 “장애인 70%가 만성질환이 있고 연령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다 보면 대부분 포함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방역 원리는 첫째, 코로나 감염 시 생명을 위협받거나 중증장애 혹은 사망을 초래하는 고위험군이고, 둘째는 건강한 의료인이나 돌봄 종사자이다. 이들이 소중해서가 아니라 진료와 돌봄 등 전파 차단의 목적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백신이 부족하면 모르지만 전 국민 무료접종을 원칙으로 할 때는 국민들의 소득과 사회적 여건을 고려하는 것이 아닌 의학과 방역적 판단으로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구대학교 사회복지학과 이동석 교수는 “나머지 30% 장애인은 빨리 접종하지 않아도 되는 것인가”라며 “장애가 곧 기저질환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 중간에 접근성 문제와 손 씻기조차 쉽지 않은 장애 특성과 물리적, 사회적 환경 때문에 더 깊게 고민을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예를 들면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저질환이 없어도 평균 사망 연령이 낮은데, 50세 이상이라는 기준에 걸려 접종 대상에서 제외되는 일이 발생한다”며 “어렵다면 9개 기준에 중증장애인 만이라도 포함시키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 재활의학과 배하석 교수도 우선접종 대상에 장애인이 포함돼야 한다며, 고위험군 유형과 정보전달로 인한 위험도 증가 유형, 그리고 장애가 심한 정도 등을 기준으로 순위를 선정했다.

배 교수에 따르면 장애가 심한 장애인 중에서도 ▲1순위는 호흡기·신장·심장·뇌병변장애 ▲2순위는 시각·청각·언어·발달·정신장애 등을 꼽았다. 나머지 장애유형은 3순위로, 이어 심하지 않은 장애 유형을 같은 방식으로 6순위까지 나눴다.

전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 이문희 관장도 유엔과 국제장애기구(IDA) 등 국제사회 지적, 그리고 지난해 국내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한 비극적인 상황 및 불평등 문제 등을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지금은 백신이라도 맞아야 할 수 있는데 이마저도 배제되면 도대체 어쩌자는 것인지, 감염이 개인 책임인가!”라며 “현재 상황에서는 백신접종이 유일한 해결책”임을 강조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지난달 확진 판정으로 며칠간 자가격리 후 5일 만에 병원으로 이송됐던 서울다누림관광센터 정영만 센터장도 참석했다. 정 센터장은 확진 판정에서부터 병원에서 나오기까지의 활동지원, 편의시설, 구급차량 이용 등 중증장애인 확진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와 환경 등을 자세히 설명했다.

정 센터장은 활동보조인이 필요한 중증장애인임에도 당시 감염병 대응 매뉴얼에 없다는 이유로 긴급돌봄을 받지 못해 아내에 의존해야 했다. 이송 과정에서도 구급차에 휠체어 탑승이 불가하여 개인 차량을 이용해야 했다. 병원 입원 전에는 생활치료센터로 이송됐지만 편의시설이 갖춰지지 않아 나올 수밖에 없었다. 병원 이송 때는 아내도 동반 입장불가 방침에 따라 식사 등 간단한 신체보조 등은 병원 측에서 제공했지만 화장실 이동 등은 지원을 받지 못한 경험을 갖고 있다.

사진 왼쪽 앞 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영만 센터장, 이종성의원, 이문희관장, 이동석교수, 박은철교수(좌장), 배하석교수가 줌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사진 왼쪽 앞 줄부터 시계 반대방향으로 정영만 센터장, 이종성의원, 이문희관장, 이동석교수, 박은철교수(좌장), 배하석교수가 줌회의를 마치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백신접종 문제 이외에도 주제발제를 맡은 이동석 교수는 코로나 시대 장애인 감염병 정책의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종합적으로 제시했다.

이 교수는 ▲시각,청각, 발달장애인의 정보접근성 부족 ▲의료기관과 임시 생활시설 및 약국 등의 물리적 접근성 문제 ▲강제 코호트 격리, 시설 휴관 등에 따른 사회적 고립, 특히 지역사회 활동이 저조하며 면역력 약화 ▲집단거주시설 등의 감염 위험도 등을 문제점으로 꼽았다.

그러면서 장애인의 경우 사회적 환경 등 구조적 문제에 따라 면역력이 떨어짐을 감안하면 ▲ 배신 우선접종에 모든 장애인이 포함되어야 할 것 ▲감염병예방법의 ‘감염취약계층’을 소득 등이 아닌 활동지원제처럼 사회활동 정도로 봐야 하며, 그에 따른 접근권 등 지원 대책을 추가할 것 ▲ 예방적 코호트 격리 및 휴관을 최소화할 것 ▲ 거주시설의 소규모화, 탈시설화 등으로 개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이종성 의원은 “장애인은 비장애인에 비해 만성질환의 유병율이 높고 정보와 물리적 접근성 및 혼자 생활이 어려운 점을 감안할 때 감염병에 취약한 상황이다”며 “그런 만큼 백신 우선 권장대상에 장애인 포함과 더불어 감염병 정책과 제도 개선을 위해 노력을 다 하겠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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