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활동법] ‘다른 내일’을 위한 정부와 국회의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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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언 변호사
▲사단법인 두루 이주언 변호사

[이주언 =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2020년 12월 장애인활동 지원에 관한 법률(“장애인활동법”)과 관련하여 두 가지 기쁜 소식이 있었다. 첫 번째는 국회에서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부여하는 방향으로 법이 개정되었다는 것이고, 두 번째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 장애인의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에 대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선고한 것이다.

장애인활동법은 혼자서 일상생활과 사회생활이 어려운 장애인에게 활동보조, 방문목욕, 방문간호 등의 활동지원 서비스를 제공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활동지원제도 덕분에 장애인들은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되었고, 가족에 의존하지 않고 원하는 삶을 살 기회를 갖게 되었다. 2019년 11월 통계에 따르면 86,730명의 장애인이 활동지원을 이용하고 있다.

그런데 이 법에서는 활동지원 신청자격에 일정한 제한 규정을 두고 있다. 규정에 따라 65세가 된 장애인과 65세를 넘지 않아도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장애인은 활동지원을 신청할 수 없다. 주민센터에서 신청서를 제출하면 접수조차 거부당했다. 그 이유는 장애인활동지원 대신 노인장기요양서비스를 받으면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두 서비스는 목적도 내용도 서비스 제공량도 다르다. 활동지원은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지원하는 제도이고, 장기요양제도는 노인성 질병을 가진 자에게 병원비를 지원하거나, 집 안에서 간병서비스를 제공하여 노후의 건강증진과 생활안정을 돕는 제도이다. 최중증 장애인의 경우 활동지원은 하루 최대 24시간을 받을 수 있지만, 노인장기요양은 하루 최대 4시간만 받는다. 이는 누군가에게는 하루 4시간만 먹고 씻고 활동할 수 있는 삶이 허용된다는 의미이다.

65세 생일을 맞은 장애인에게는 더는 지역사회에서 살지 말고 시설로 가서 남은 생을 보내라는 “현대판 고려장”과 같은 청천벽력 같은 제도이다. 65세 생일을 맞이하거나 이제 곧 맞이할 장애인들은 단식투쟁을 하면서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리고 국회의원실을 찾아다녔다. 인권위는 여러 차례 제도개선 권고를 하고, 긴급구제 결정을 내렸다. 국회에서는 65세 이상 장애인에게 필요에 따라 장애인활동지원과 노인장기요양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도록 하거나 65세가 넘더라도 신청자격을 유지하도록 하는 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최종적으로는 “65세 이후 혼자서 사회생활이 어려운 사람으로 보건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에 해당하는 경우”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가지는 것으로 법이 개정되었다. 나이를 이유로 일률적으로 신청자격을 박탈하던 구법에 비하면 상황이 나아졌지만, 복지부장관이 정하는 기준이 무엇일지는 아직 알 수 없어 안심하기 이르다.

노인성 질병을 가진 65세 미만 장애인에게도 불합리하기는 매한가지였다. 이 문제는 헌법재판소에서 3년 이상 심리한 끝에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졌다. 노인성 질병을 가진 사람의 상황은 제각기 다른데, 활동지원 신청자격을 일률적으로 박탈하는 것은 불합리한 차별이라고 본 것이다. 이 소송의 당사자인 황신애님은 헌법재판소 재판관들 앞에서 “활동지원을 받을 수 있다면 누워있을 때 갑자기 떠오른 생각도 메모할 수 있고 한글 문서도 작성할 수 있을 것”이고, 광주에서 영광 해안도로까지 왕복 3시간이면 충분한데 1년에 한두 번이라도 석양을 보러 갈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차분하면서도 간절한 이 말씀에 몇몇 재판관은 눈물을 훔쳤다.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한다. 법이 사람을 위해 만들어졌다는 것을. 장애인에게 어떠한 서비스를 제공할지 정부와 국회에 재량이 있다고 하지만, 그 재량을 어떻게 발휘하느냐에 따라 사람들의 삶이 달라진다는 것을 무겁게 생각해야 한다.

2020년 12월, 국회는 법을 개정하면서 복지부에 “65세를 맞이하는 장애인에게 서비스량이 감소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근본적 대안을 마련할 것”을 요구했고, 헌법재판소는 국회에 “2022년 말까지 노인성 질병이 있는 65세 미만 장애인들의 신청자격을 박탈하는 규정을 개정할 것“을 명하였다.

새해 들어 황신애님의 마지막 멘트가 자꾸 생각난다.
“오늘보다 다른 내일이 찾아온다면 우리는 그 내일과 함께 새로운 오늘을 살아갈 것입니다.”

다른 내일을 위한 복지부와 국회의 노력을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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