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관위, 소수 장애인 의견 전하기 위한 가짜정당에 정당법 적용
- 박경석 집행위원장, “선거는 왜 하나?… 식당도 정당?”
[더인디고=이호정 기자] ‘가짜정당’을 표방하며 소수 의견을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탈시설장애인당에 대해 서울시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공직선거법과 정당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공문을 보낸 것을 두고 논란이 되는 가운데, 정당법 자체에 대한 문제도 제기됐다.
탈시설장애인당은 4월에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장애인 의제를 알리고 이를 쟁취하기 위해 지난 1월 13일 만들어진 가짜정당이다.
선관위는 지난 19일 “탈시설장애인당의 명칭을 계속 사용하는 것이 각각 정당법 제41조(유사명칭 등의 사용금지) 및 제59조(허위등록신청죄)에 어긋날 수 있다. 또 정당의 명칭이나 후보자의 성명을 명시한 현수막 등 시설물을 설치･진열･게시･배부하는 행위 등은 공직선거법 제90조(시설물 설치 등의 금지) 및 제256조(각종제한규정위반죄)에 위반한다”며 경고한 바 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3일 선관위 앞에서 ‘가짜정당’을 ‘진짜정당’으로 왜곡하는 선관위를 규탄하며, 모든 소수자의 민주주의 참정권 보장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경석 탈시설장애인당 집행위원장은 “탈시설장애인당은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당으로 가짜정당이며, 3월 25일 공식 선거기간 개시일 전 자진 해산할 것을 약속했다. 또한 이번 재보궐 선거에서 소수 장애인의 의견을 전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선거는 어떤 공간인가, 선거는 왜 하나, 선거를 통해 이루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 선관위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이라는 이름 때문에 정당법과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100만 원, 400만 원 벌금 공문을 받았는데, 그럼 식당도 당인가, 성당도 안 되나?”면서 “정당법에 의해 당을 구성할 수 없는 사람들도 마음껏 자신들의 의견을 알릴 수 있는 것이 진정한 민주주의이다”고 강조했다.
김상은 변호사는 “정당법 규정에 따라 정당 명칭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것이 문제다”면서 “합헌이라 하더라도 가짜정당에 적용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어 “선관위가 안철수, 나경원, 오세훈 후보 사무실을 방문하고 정책 협약을 요구한 것을 선거법 위반이라고 했지만, 탈시설장애인당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활동을 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우리나라 정당법에 따르면 ▲정당은 수도에 소재하는 중앙당과 특별시･광역시･도에 각각 소재하는 시･도당(이하 “시ㆍ도당”이라 한다)으로 구성한다 ▲5 이상의 시･도당을 가져야 한다 ▲시ㆍ도당은 1천인 이상의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되어 있다.
이에 대해 노동정치사람 윤현식 정책위원은 “정당법은 돈 없고 힘 없고 백이 없으면 정당을 만들 수 없게 하고 헌법이 정한 정당한 정치활동도 할 수 없게 만든다”면서 “정당법 없는 나라가 훨씬 많으며 ‘당’ 이름 쓰지 말라는 이런 정당법은 없어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탈시설장애인당은 탈시설장애인을 비롯한 중증장애인 등으로 가짜 서울시장 후보 11명을 구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서울을 실현하기 위해 장애인 탈시설권리 보장, 장애인 이동권 보장 등 주요 장애인정책 이행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