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② 차별금지법 제정 등 소수자 보호에 머뭇대는 정부와 국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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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외부전경과 회의장
▲국회 외부전경과 회의장
  • 법적 규제? 국회에서 맴도는 차별금지법
  • 장애인의원 3명 배출한 21대 국회… 기대해도 될까

[더인디고 = 이용석 편집위원]

2017년 국회입법조사처는 ‘혐오표현 규제의 국제적 동향과 입법과제’를 통해 헌법 제37조제2항은 “국가안전보장,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모색했다.

혐오표현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헌법은 제21조제4항의 ‘타인의 명예나 권리 또는 공중도덕이나 사회윤리’를 보호하기 위하여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입법이 가능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의 경우 영국은 공공질서법, 독일은 형법의 대중선동죄, 프랑스는 출판자유법 등으로 혐오표현을 규제하고 있다. 미국은 수정헌법 제1조를 통해 보장된 표현의 자유를 중시 여기는 반면 혐오표현을 법적으로 규제하자는 의견이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각국의 상황과는 별개로 이미 유엔은 인종, 출신 민족, 종교, 성별, 장애, 성적 지향 등을 이유로 한 혐오표현 규제에 대한 최종견해를 발표하고 있다. 혐오표현은 한 개인의 인간존엄성을 부인하고 공격하며, 대상 집단에 대한 차별과 편견을 조장하고 차별을 강화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 움직임이 있었다. 2013년 6월 노웅래 의원이 제출한 방송법 일부개정법률안에는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방송심의에 관한 규정’에 인종, 민족, 지역, 종교 등을 이유로 차별 금지에 관한 사항(제2항 제8호)을 포함시켰지만, 국회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또 2019년 2월, 더불어민주당의 김부겸 의원이 ‘혐오표현규제법안’을 대표발의했다가 자진 철회했던 적이 있다.

그럼에도 헌법재판소는 서울시의 학생인권조례가 혐오표현을 금지하는 것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거나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는 결정(2017헌마1356_2019.11.28.)을 했다는 점에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방안 필요

혐오표현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집단이나 구성원의 존엄성을 침해한다는 문제가 있다는 사실은 모두 공감하고 있다. 혐오표현에 대한 법적 규제를 위해서는 그 침해가 심각하여 사회적 질서유지 또는 타인의 명예·권리 보호 등의 공익이 우월하다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이 선행되어야 한다.

또한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은 매우 전통적이고 우리 사회에 뿌리 깊게 내재화 되어 있어 차별이나 적의, 폭력에 대한 취약성 등을 고려해 우선 보호해야 할 집단임을 인식해야 한다. 특히, 장애 혹은 장애인에 대한 혐오표현과 장애비하는 명확히 구분되지 않으면 두 가지는 서로 뒤섞여 혼용되면서 은유되거나 진화되고 있다.

온라인 혐오표현의 가장 큰 문제는 쉽게 복제되어 빠르게 확산된다는 것이다. 그리고 온라인은 다양한 플랫폼으로 존재하여 다양한 이용자가 접근할 수 있으며, 익명으로 활동하기 쉬워서 죄책감이나 처벌에 대한 두려움 없이 혐오표현을 발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리고 2007년 제정된 <장애인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은 ‘장애인 괴롭힘’에 해당하는 표현을 금지하고 있지만, 금지만 하고 있을 뿐 제제 규정이 없는 허술한 법체계가 한몫하고 있다. 차별·비하 관련 시정 요구 건수가 2011년 4건에서 2016년 7월 기준 1,352건으로 300배 이상 증가한 이유(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기도 하다.

흥미로운 점은 최근 들어 장애인을 대상으로 하는 혐오표현인 장애비하 발언들은 정치계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2020년 초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전 대표의 장애비하발언을 기점으로 봇물처럼 이어지고 있다.

▲최근 정치인들의 장애비하 발언 내용 / 정리 = 이용석 편집위원
▲최근 정치인들의 장애비하 발언 내용 / 정리 = 이용석 편집위원

특히, 국민의힘은 ‘집단적 조현병’ 발언으로 논란이 일자 당의 중앙장애인위원회장인 이종성 의원이 사과문을 발표하고 고개를 숙였지만, 그 다음날 김종인 당대표를 비롯해 조태용, 윤희숙 의원 등의 장애비하 발언이 연이어 불거져 여론의 뭇매를 맞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해찬 전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이 국가인권회의 시정 권고를 받았으나, 국가인원위원회법 제25조에 따라 90일 이내에 이행계획을 통지해야 한다는 규정을 어겨 빈축을 샀다.

이처럼 여전히 정치권에서조차 혐오표현에 대한 경각심에 둔감하다. 21대 국회가 개원하고 일찌감치 차별금지법(정의당 장혜영 의원 대표발의_2020.06.29.)이 발의되었으나 여전히 소위에 계류 중이다.

표현의 자유는 민주국가에서 필수불가결한 기본권이다. 그러나 사회적 소수자를 향한 무차별적인 차별이나 혐오표현을 표현의 자유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표현의 자유를 거의 절대적으로 보호하는 미국에서도 음란, 명예훼손, 즉각적인 폭력적 반응을 유발하는 언사에 대해서는 헌법적 보호에서 제외된다. 따라서 혐오표현은 그 대상이 느끼는 해악을 고려할 때 법적 규제가 반드시 필요하다.

장애인 국회의원을 3명이나 배출한 제21대 국회인 만큼 혐오표현을 규제하는 법적 제도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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