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봄은 봄이라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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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을 상징하는 새싹이 자라고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봄을 상징하는 새싹이 자라고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더인디고= 안승준 집필위원] 주꾸미가 생각나는 계절이다. 두꺼운 패딩을 꺼낸 것이 얼마 되지도 않은 것 같은데 23도로 맞춰 놓은 보일러가 돌아가지 않을 정도로 따뜻한 계절이 찾아왔다. “춥다! 시리다!” 하던 사람들이 기다리던 그 봄이다. 덥지도 춥지도 않고 꽃도 피고 바람도 부는 참 좋은 계절이다. 나들이 떠나지 못해도 설레는 그 마음만으로도 좋고 활짝 핀 꽃이 아니어도 살짝 움트는 새싹만으로도 가슴이 설렌다. 꽁꽁 싸매던 무거운 옷들을 벗어내면 마음마저 홀가분해지는지 사람들의 얼굴에도 미소가 번진다.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그런데 불평하던 사람들의 모든 마음이 따뜻하게 녹은 것은 아닌 듯하다. 미세먼지가 불편하고, 아직은 쌀쌀한 날씨 탓에 봄옷을 입을 수가 없어서 불만이고, 날씨는 좋은데 어디도 갈 수 없어서 더 기분이 나쁘단다. 미세먼지가 없을 때는 날씨가 추워서 불만이었고, 더운 날엔 땀이 흘러서 불편했고, 나들이 갈 수 있을 때는 차가 밀리고 사람이 많아 불만을 늘어놓는다.

어제는 예쁜 추억으로 내일은 설렘으로 오늘은 오늘이어서 좋은 사람들이 있다. 어제는 후회로 내일은 불안함으로 오늘은 그저 오늘이어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봄에는 주꾸미가 있어서 좋고 여름에는 전복이, 가을에는 낙지가 겨울에는 방어가 맛있어서 좋은 사람도 있다. 하지만 봄에 포도를 여름에 햅쌀을 가을에 군밤을 겨울에 봄나물을 구할 수 없어서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있다.

같은 세상을 살아가지만 모든 것을 볼 수는 없기에 우리는 서로 다른 것들을 느끼며 살아간다. 하늘을 보는 사람은 세상은 높다고 할 것이고 땅을 보는 이들은 세상은 넓다고 말할 것이다. 우리가 얼마만큼의 만족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가는 고개를 돌려 어느 곳에 시선을 두느냐에 달려있다.

완벽한 세상은 없을지라도 온전한 만족은 존재한다. 계절이 변하는 것처럼 우리도 하루하루 조금씩 변해간다. 늙어가는 이도 있지만 성숙해지는 이도 있다. 고통스러운 아픔 속에 있는 이도 있지만 같은 순간을 잠시간의 휴식이라 생각하는 사람도 있다. 높고 푸른 하늘이 있고 코끝을 파고드는 꽃 내음이 있는 따뜻한 봄을 모두가 사랑할 수 있으면 좋겠다.

타는 듯한 여름도 얼어버릴 것 같은 겨울도 그 안에서 온전한 만족을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오늘은 오늘이어서 이곳은 이곳이어서 나는 나로 태어나서 행복하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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