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낮은 시선으로부터] 봄?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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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 국민의 선택/
4.7 국민의 선택/ⓒ유튜브 화면 캡처/https://www.youtube.com/watch?v=ALKzSyoYKdU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위원]

이용석 편집위원
더인디고 편집위원

매일 400여 명 안팎의 코로나19 감염자가 새로 나오는 상황에도 봄은 왔다. 우리나라 도시 곳곳엔 유난히 봄 나무가 많아선지 도롯가에도, 호젓한 골목에도 봄꽃이 흐드러지게 피기 시작했다. 겨우 내내 잔뜩 움츠렸던 벚나무에 물이 올라 꽃봉오리가 한껏 부풀어 오르기 시작하면 목련이고 흔하디흔한 개나리, 진달래는 물론이고 복수초, 영산홍, 다닥냉이, 패랭이꽃까지 일제히 멍울을 움트게 하는 봄, 그래 봄이 왔다.

봄 햇살을 타고 온 정치 바람

그런데 이번 봄은 따스한 햇살과 찬란한 꽃들만 찾아온 게 아닌 모양이다. 바야흐로 정치의 바람도 함께 찾아왔다. 4월 보궐선거부터 내년의 대통령 선거와 지방선거까지 그야말로 정치의 전성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그동안 움츠렸던 강호의 은둔하던 고수들이 저마다의 꿈을 안고 출사표를 던져야 할텐데, 참신한 강호의 고수는 없고 돌아온 옛 권력들의 각축장이 되고 있으니 찜찜하기 이를 데 없다. 상황이 이러니 온갖 매체들은 LH 사태에 힘입어 재산 상태는 물론이고 과거의 흠을 들춰내느라 호들갑이다. 어디 그뿐인가, 하루가 멀다 하고 지지 정당이나 후보를 묻는 전화가 걸려오고, 여기저기서 아무개 후보를 지지해 달라는 호소가 이름만 들어서는 기억해 낼 수조차 없는 지인들에게서 문자메시지에 담겨 날아온다. 이거 참, 난감한 일이다. 내게 주어진 표는 단 하나인데 투표해 달라는 사람은 부지기수여서 누구의 부탁을 들어줘야 할까? 하지만 나 역시 살면서 어디 한두 번 유권자 노릇을 했을까. 단 한 표를 나름 사람들의 부탁에 맞게 투표할 방법이야 얼마든지 있다. 이를테면 투표는 내가 원하는 후보에게 하고, 부탁한 지인들에게는 그들이 원하는 후보에게 한 표를 행사했다고 거드름을 피우면 그만이다. 나와는 상관없는 괜한 일에 공갈을 치는 게 못내 찜찜하지만, 누구도 손해 볼 일 없이 잠깐이나마 모두 행복해 할 테고 나 역시 부담을 더니 묘수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진영논리만 남은 황량한 정치 풍경

진영논리가 분명한 선거일수록 대의 대신에 네거티브 방식의 선거 전략에 기대는 경우가 많다. 겉으로는 국민을 위한 정치를 할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로는 소속정당을 위하고 그 속에서 자신의 권력욕과 부와 명예를 얻고자 하기 때문에 대의는 잊게 되고, 계파정치에 몰입하게 된다. 집토끼(고정 지지집단)야 기왕에 자기네 몫으로 챙겨두었으니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이른바 스윙 보터(swing voter, 정치 상황에 따라 표심을 달리하는 유권자층)가 집중적인 구애 대상이 되다 보니 단점은 가리고 장점은 강조하기 위한 상징 조작도 심심치 않게 나타난다. 아무튼 한 사람의 국민으로서 마음이 착잡한 선거가 될 전망이어서 마음이 편치만은 않다. 그런데 정치권의 표정은 별로 그렇지 않아 보인다. 진흙탕 선거판이 될수록 유권자의 민심을 얻기 위한 노력보다는 정치공학적 작전만 펼치면 될 테니 오히려 쉽고 간명하기 때문일 터다.

그래도 한 가지 원칙은 지키는 정치를 했으면 좋겠다. 시대가 변하고 새로운 정책과 이념, 참신한 이미지를 모색하는 정치, 1년짜리 시장선거에 10년짜리 공약을 남발하고, 지키지도 않을 정책들을 자판기 상품처럼 마구 쏟아내서야 어디 유권자의 마음을 얻을 수 있을까 싶은데 참 알다가도 모를 일이 선거판이라고 관망하는 유권자보다 이미 마음을 정한 표가 많다니 의아하기까지 하다. 180석의 여당도, 100석의 야당도 뾰족한 묘수 없이 선심성 공약만을 남발하고 선거가 불과 보름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도 여전히 함량 미달의 후보들은 지난날의 과오가 드러날 때마다 변명만 하느라 여념이 없으니 이번 선거도 별 볼일이 없을 듯하다. 말하자면 최선의 선택이 아닌 차선을 찾아야 하는 선거가 될 조짐이 보인다는 거다.

어쩌자고 봄? 어쨌든 봄!

봄볕이 참 따사롭고 자애롭기까지 하다. 여전히 감염병은 기승이지만 하얀 목련이 흐드러지게 피어난 골목 어귀에 앉아 봄볕을 쐬는 일도 더없이 소중하다. 지친 몸과 마음을 반듯하게 접어놓고 드문드문 지나는 사람들의 경쾌한 발걸음을 보고 있노라면 입가에 슬그머니 웃음이 비어져 나오고 마음이 한껏 풍요로워지기까지 하다. 누군가는 이 뒤숭숭한 판국에 무슨 한가한 소리냐며 지청구를 늘어놓을지도 모를 테지만 아무려나 난 내 몫을 살 일이다.

너무도 자명한 일이 아닐까. 바야흐로 정치의 계절, 나라가 당연히 해야 할 바가 있다면 누군가의 주장이나 선심성 공약이 아니어도 당연한 정치적 과제여야 하는 것이어야 한다. 풍요롭고 여유 있는 삶을 살 수 있는 공동체의 환경을 조성하고 그 바탕을 튼튼하게 마련하는 것이 나라의 존재 이유라는 것은 기왕에 우리 모두 알고 있으니 이를 실천하는 것이 곧 정치임을 그들도 알고 있으리라.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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