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e] 유럽평의회 오비에도 협약 추가의정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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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에도협약 추가의정서 세미나 캡처
ⓒ2월 11일 진행된 오비에도 협약 추가의정서 세미나 캡처
  • 국제장애 이슈 ②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트위터를 통해 본 유럽 장애계가 정신장애인의 인권 이슈로 매우 분주한 듯했다. 유럽장애포럼(Europe Disability Forum, EDF)과 정신건강유럽(Mental Health Europe, MHE) 등 유럽 장애인단체가 2월 11일과 3월 26일 정신장애인 인권 이슈로 온라인 세미나를 열었다. 많은 유럽의 정신장애인들과 장애인권리 활동가들이 각자의 사례를 통해 한목소리를 냈다.

47개의 유럽 회원국이 모인 지역조직 유럽평의회(Council of Europe)와 유럽평의회의 생명윤리위원회가 정신병원 등에서의 비자의 입원 및 처치를 규제하기 위해 ‘인간의 권리와 생물 의학에 관한 협약(이하 오비에도 협약)’을 보완하는 의정서를 추가하기로 하였다. 오비에도 협약은 1997년 채택되었으며 생명윤리 분야에서 유일하게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된 유럽 국제법으로 알려져 있다. 2014년 그들은 ‘비자의 입원과 처치로부터 정신장애인의 인권과 존엄을 보호하기 위한 추가의정서(이하 오비에도 협약 추가의정서)’의 초안을 발표하였다.

추가의정서는 제1조(목적)을 통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의 존엄과 정체성을 보호하는 것이 목적임을 명시하고 있다. 하지만 이어지는 조항들은 제1조의 목적에 의구심을 갖게 한다. 제2조는 범위와 정의를 설명하는데, 정신질환의 정의를 ‘의료적 기준’에 따른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10조와 제11조에서는 ‘치료 목적’인 경우 비자의 입원과 처치가 가능하도록 허용하고 있다. 제12조에서는 ‘치료 목적’의 비자의 입원과 처치 승인 기준을 ‘최소 한 명 이상의 의사’의 승인으로 규정하고, 일부 처치를 제한하는 제18조에서는 ‘돌이킬 수 없는 처치’만을 제한된 처치로 명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유럽 장애인단체들은 이 협약이 정신질환을 가진 사람들을 권리의 주체가 아닌 객체로 보고 있으며, 정신질환을 의료적으로 해석하는 데 그치고 있어, 현재 권리 중심의 패러다임에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또한 치료 목적의 비자의 입원과 처치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은 지금도 증가하는 비자의 입원과 처치의 사례를 더욱 증가시킬 것이라고 단언한다. 더불어 제18조에서 언급하고 있는 ‘제한되는 처치’는 오직 ‘전두엽 절제술’만을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다시 말하면 ‘전기충격’ 같은 비인격적 처치는 금지되지 않다는 것이다.

내용뿐 아니라 법리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하는데, 국제법인 유엔장애인권리협약과도 상당 부분이 충돌한다. 특히, 장애인의 분리, 감금, 비인격적 처치 등을 금지하는 제14조(신체의 자유와 안전), 제15조(고문, 잔혹하거나 비인격적이고 굴욕적인 처치와 처벌로부터의 자유), 제17조(개인의 완전함)와 제19조(자립생활과 지역사회 동참) 등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유럽평의회의 회원국 47개국 중 46개국은 CRPD를 비준한 당사국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오비에도 추가 의정서의 일부 내용은 매우 우려스럽다.

초안이 발표된 후 유럽 장애계와, 유럽인권위원회 등은 오비에도 추가의정서의 내용을 반대하고 나섰다. 하지만 유럽평의회는 여전히 추가의정서 초안을 고수하고 있으며, 다가오는 6월, 정부 대표단 회의를 거쳐 올해 하반기나 내년 상반기에 최종 채택을 계획하고 있다. 유럽 장애계는 유럽평의회의 타임라인에 맞춰 대응 계획을 수립하고 진행 중이다.

(자세한 내용 참조: https://www.mhe-sme.org/advocacy-toolkit-against-draft-additional-protocol-oviedo-convention/)

“나는 수 주간 침대에 묶여 꼼짝할 수 없는 상태가 되었었다. 국가는 쉬운 방법만을 선택하려고 한다. 우리를 좀비로 만들면 쉽다. 가둬두고 묶어두고 주사를 놓으면 된다. 하지만 우리는 인격체다. 나는 그저 조금 다르게 행동했을 뿐이다. 누구에게도 위해를 입히지 않았다.”

3월 미팅에 참여한 프랑스 출신의 정신병원 생존자의 증언이다. 분명한 것은 이는 유럽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라는 점이다. 현재 우리나라도 2017년 5월 정신건강복지법의 전면 개정 이후 강제 입원을 줄이기 위해 도입된 동의입원(자의입원의 한 형태로 당사자와 보호자의 동의를 모두 받아야 입원할 수 있음)이 손쉽게 강제입원으로 전환되어 정신장애인이나 발달장애인의 권리 침해 문제가 불거지고 있는 만큼 유럽평의회가 추진하고 있는 오비에도 협약 추가의정서에 대한 장애계의 관심과 국제적 연대가 필요하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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