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권 있으나 행사 어려워” 재보궐선거 첫날, 장애인들이 사전투표소 앞에 모인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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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오전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가오나시 복장으로 ‘2018년 우리의 약속 잊으셨나요’, ‘발달장애인도 유권자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모의 투표를 진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2일 오전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 촉구 기자회견에서 활동가들이 가오나시 복장으로 ‘2018년 우리의 약속 잊으셨나요’, ‘발달장애인도 유권자다’, ‘발달장애인을 위한 모의 투표를 진행하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이해하기 어려운 공보물, 발달장애인은 조력자 동반 못 해
  • 엘리베이터도 없는 2층 투표장 여전
  • 15명의 서울시장 후보 중 시각장애인에 전달된 USB 전달한 후보는 단 네 명

“2018년 6월 8일 지방선거 사전투표 날 아침, 이곳(청운효자동 사전투표소 앞)에서 ‘발달장애인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읽기 쉬운 공보물과 그림투표 용지. 공약을 쉽게 설명하는 방송을 제작해 달라’고 피게팅 시위를 했습니다. 마침 문재인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대통령은 우리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같았지만 결국 말뿐 이었습니다.”

재보궐선거 사전투표가 시작된 2일, 문윤경 한국피플퍼스트 대표가 같은 자리에 섰다. 3년 전에도 주장했던 선거권 보장이 지켜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어 문 대표는 “국회의원, 대통령, 지방선거 등 매번 달라지는 선거 때문에 발달장애인들은 어떻게 참여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며 “자기 결정으로 투표할 수 있도록 신뢰할 수 있는 주변인이나 공적 조력인을 배치와 지역별로 선거에 대한 설명과 선거 방법 등을 미리 알려줄 수 있는 설명회가 있어야 한다”고 요구했다.

비단 문 대표만이 아니었다. 장애인 참정권 확보를 위한 대응팀(한국피플퍼스트, 피플퍼스트서울센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는 이 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가 투표를 못 하는 것은 코로나19 때문이 아니라”며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을 촉구했다.

▲2일 오전 장애인 참정권 대응팀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인디고
▲2일 오전 장애인 참정권 대응팀이 ‘발달장애인을 비롯한 모든 장애인의 완전한 참정권 보장하라’며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더인디고

최근 공직선거법이 개정되면서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을 위해 투표소는 1층에 설치하게 되었지만 ‘적절한 장소가 없는 경우 그러하지 아니하다’는 예외 조항을 달아 회피할 수 있는 빌미가 됐다. 청각장애인을 위한 방송도 마찬가지다. 수어 및 자막이 동시에 제공되어야 하지만 수어 또는 자막 중 한 가지만 제공하면 된다. 발달장애인의 경우 기표시 가족이나 활동지원사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게 한 지침이 5년간 사용되다가 지난해 4·15 총선부터 갑자기 폐기됐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이를 차별로 판정했지만, 이번 재·보궐선거에서도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됐다.

김성연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사무국장은 “사전투표 첫날 발달장애인이 조력인과 함께 (기표소로) 들어갔더니 여전히 거부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며 “1948년 5월 10일 민주적 선거제도가 도입된 이래로 장애인에겐 투표권만 주어졌지 제대로 행사할 수 없게 하는 국가에 책임을 묻고자 또 나섰다”고 일갈했다.

김 국장은 “여전히 엘리베이터가 설치되지 않은 2층 공간에 설치된 투표소가 많다. 선관위는 ‘임시투표소를 설지했다’고 하지만 장애인은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투표권을 행사하기 위해 매번 국가에 문제를 제기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시각장애인도 마찬가지다. 곽남희 노들장애인자립생활센터 활동가는 “작년에 투표하러 갔더니 하러 갔더니 시각장애인에게 필요한 선거보조용구가 바로 제공되지 않아 5분이나 기다려야 했다”고 지적했다. 그 뿐 아니다.

곽 활동가는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올해는 점자 공보물 내용이 두 배로 늘었다고 하는데 과연 모든 내용이 동등하게 들어있을지 의문”이라며 “작년까지는 매수 제한이 있어서 공약은 없이 후보 소개만 있거나 공약은 잔뜩인데 후보 소개는 단 한 줄밖에 없었다. 묵자와 점자가 똑같이 적혀 있는 후보는 단 2명밖에 없었다”고 꼬집었다. 이어 “올해는 이동식저장장치(USB)로도 공보물이 제공되나 의무사항이 아니다. 이번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가 15명인데 (배달된 USB는) 네 개뿐”이라고 토로했다.

▲2일 오전 기자회견에는 ‘그림투표용지 제작하라’며 예시와 함께 ‘발달장애인이 알기 쉬운 공보물 만들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각 투표소마다 수어통역 배치하라’ ‘여전히 동등하지 않는 점자공보물’ 등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2일 오전 기자회견에는 ‘그림투표용지 제작하라’며 예시와 함께 ‘발달장애인이 알기 쉬운 공보물 만들라’는 피켓이 등장했다. 또 기자회견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각 투표소마다 수어통역 배치하라’ ‘여전히 동등하지 않는 점자공보물’ 등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연대 발언에 나선 이수연 법조공익모임 나우 변호사는 공직선거법은 국가는 모든 유권자가 선거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했지만, 발달장애인의 선거권을 지원하기 위한 조치는 없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 제정과 UN장애인권리협약을 비준한 지 십수 년이 됐지만, 장애인 참정권은 늘 제자리”라고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두 법의 조항과 원칙 등에 따라 장애인도 시민으로 바라보되 다양성을 존중, 국가는 선거 과정에서 장애인에게 제공되는 지원 유형과 정보 등도 달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참정권 대응팀은 이날 ▲그림투표용지 도입 ▲발달장애인 등의 유권자를 위한 알기 쉬운 선거 정보제공 ▲공적 조력인 배치 ▲지역 설명회 개최 ▲선거 전 과정에서의 수어통역과 자막제공 의무화 ▲시각장애인 점자공보안내물 비장애인과 동등한 제공 의무화 ▲모든 사람이 접근 가능한 투표소 선정 ▲장애인거주시설 장애인의 참정권 보장 등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참정권 보장 등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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