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파엘의집 장애인 학대 사건, 복지부의 ‘대형시설 전수조사’ 이어 경찰청 앞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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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와발바닥행동 등 장애인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인권침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 촉구와 경찰청의 특수본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장애와발바닥행동 등 장애인단체들은 9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인권침해 장애인거주시설에 대한 경찰의 신속하고 엄중한 수사 촉구와 경찰청의 특수본 설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장애인 단체 “여주경찰서, 지자체, 권익옹호기관 신뢰 어려워”
  • “경찰청의 신속 수사와 ‘특별수사본부’ 설치” 촉구
  • 요구안에는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나온 100명의 증언도 담겨’

[더인디고 조성민] 매년 반복되는 장애인거주시설에서의 인권침해 사건을 막기 위해서는 ‘경찰청’ 차원의 엄중하고 신속한 조사와 강력한 처벌이 있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과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6개 장애인 단체는 9일 오전 11시, 서울 서대문에 위치한 경찰청 앞에서 인권침해가 발생한 라파엘의집에 대해 경찰청의 신속한 수사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가졌다.

이들 단체는 라파엘의 집만이 아니라 거주시설의 인권침해의 악순환을 끊어내기 위해서는 경찰청 내 ‘거주시설 인권침해 특별수사본부’(이하 특수본)를 꾸려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주장이다. 여주경찰서가 아닌 서울 한 복판에 있는 경찰청 앞에 모인 이유다.

■ 여주 라파엘의집 인권침해 심각… 이종격투기에 불법 제조 기립기도 이용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라파엘의집은 여주 경찰서가 CCTV를 토대로 밝힌 중간 결과와 지난달 22일 본지(더인디고) 취재 결과, 시설 종사자 15명(가해자)이 장애인거주인 7명(피해자)에 대해 지속적이고 일상적인 폭행 및 학대를 가했다.

*본지 3월 24일자 기사 ‘시각·발달 중복장애인이 주짓수 연습대상?… 코로나 속 시설에서 벌어진 학대‘ 참조

특히, 생활재활교사로 일하는 종사자들은 코로나 19로 외부와 격리된 상황에서 앞을 볼 수도 의사소통도 어려운 항거 불능의 최중증 장애인들에게 결박과 집단으로 폭력 등을 행사해 충격을 줬다.

이들 피해자 포함 시설에 입소한 약 140명의 장애인은 모두 시각장애인이며, 대부분 중복장애로 지적장애를 가진 최중증장애인이다.

정의당 장혜영 의원이 22일 현장 방문에 이어 본지에 제공한 자료와 여러 제보 등을 종합해 보면 폭력의 형태는 다양했다. 가만히 앉아 있는 장애인을 일으켜 세우고서는 뒤에서 끌어안는 자세로 다리를 결박하고, 팔을 꺾고, 목을 다리로 돌려 감아 조르는 등 마치 이종격투기를 방불케 했으며, 밥을 안 먹는다 때리고, 기립기에 장시간 묶어두기도 했다.

기자회견에 나선 정순경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서울지부 부대표는 “라파엘의집에 불법으로 설치된 기립기는 치료 목적의 기립기가 아니라 자신들이 직접 만든 ‘관짝’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인권침해 사건 발생 후 행정 조치도 문제

문제는 작년 8월에 첫 제보를 받은 강남구청은 물론이고 9월 15일부터 16일, 양일 간에 걸친 현장조사와 CCTV까지 확인한 서울시장애인권익옹호기관은 17일 여주 경찰서에 학대 종사자를 고발까지 했음에도 가장 기초적인 물리적인 ‘분리조치’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보건복지부가 2017년 4월에 발간한 ‘지역장애인권익옹호기관사업안내지침’에 따르면 장애인학대 피해를 입은 것으로 의심될 경우 가족이나 보호자의 동의가 없이도 학대 행위자와 분리하거나 응급보호 등을 실시하게 되어 있다.

본지는 지난달 25일 서울권익옹호기관에 분리조치 여부 등 확인하고자 연락처까지 남겼으나 당시 조사 담당자로부터 어떠한 답변도 받지 못했다. 또 관리 감독을 책임지는 서울시 장애인복지과에 문의했지만 문제가 되는 이런 사실관계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코로나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학대 신고 접수 후 대응 과정 등이 너무 안이하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이유다.

이 과정에서 ‘인권지킴이단’의 문제도 드러났다. 장혜영 의원이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라파엘의집은 지난 3년(‘18~’20) 동안 모두 열 차례의 회의가 열렸다. 거주인과 직원, 보호자 및 전문가 등 8명이 인권지킴이단으로 활동하고 있지만 인권침해 관련 조치는 단 한 것도 없었다.

인권지킴이단에 참여하고 있는 한 외부 전문가는 본지와 인터뷰에서 “내·외부 위원 전원을 시설장이 위촉하는 데다 외부 전문가가 위원장을 비롯해 여러 명이더라도 시설 내부 직원이 보통 간사를 맡는다. 그 직원들이 해당 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한 회의 중심의 운영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여주경찰서는 작년 9월 17일 사건을 접수하고도 7개월이 지나는 동안 밝혀낸 것은 고작 가해 직원 15명에 대한 입건 발표를 제외하면 수사의 진행상황과 정도에 대해 알려진 바 없다. 당초 지난달까지 최종 결과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으나 수사가 지지부진한 사이 인권침해 가해 정황이 있는 일부 직원이 업무에 복귀까지 한 것으로 알려졌다.

기자회견에 참석한 단체들은 “인권침해 사건에 대한 조사는 가해자와 피해자의 즉각적인 분리조치로부터 시작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분리조치는커녕 업무배제 된 가해자를 복귀 시키는 만행을 저지르고 있음에도 경찰(여주경찰서), 지자체(서울시, 강남구청), 서울권익옹호기관 그 어느 곳에서도 문제제기 하고 있지 않은 실정”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라파엘의 집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며 “발달장애인과 의사소통의 경험이 많은 발달장애인 전담 경찰관이 조사를 진행하되, 피해자 진술 과정에서 당사자와 신뢰관계에 있는 조력인의 지원이 절대적으로 보장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사건 발생 이후 ▲행정의 관리감독 책임처벌 부재 혹은 봐주기식, 시간끌기 행정처분 ▲거주인 피해자에 대한 지원대책 부재 ▲학대가 증명된 장애인 외 거주인은 피해자로서의 권리상실 ▲ 탈시설지원대책 및 회복지원 대신 전원조치 ▲가해자에 대한 낮은 처벌(벌금형 등)수준 ▲원장 및 운영자 책임처벌 이행 부재 ▲공익제보자 보호시스템 부재 등 행정 조치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하지만 현 정부가 탈시설 자립생활을 국정과제로 삼았음에도 대통령의 임기가 채 1년도 안남은 상황에서 탈시설 로드맵조차 ‘논의 중’이라는 점에서 책임이 크다. 지역마다 전원조치도 마땅하지 않은 상황에서 지자체나 현장 기관 관계자가 중앙정부에 책임을 돌리는 이유이다.

■ 거주시설 인권침해, 경찰청 나서나… “특수본 설치” 촉구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거주시설 인권침해 특별수사본부’ 설치 촉구 요구안을 경찰청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요구안에는 인권침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100명의 생생한 증언과 탈시시설지원법 제정을 바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더인디고
▲정민구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활동가가 ‘거주시설 인권침해 특별수사본부’ 설치 촉구 요구안을 경찰청 관계자에게 전달하고 있다. 요구안에는 인권침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100명의 생생한 증언과 탈시시설지원법 제정을 바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더인디고

한편 이들 단체는 라파엘의집 이외에도 일상적 학대로 거주인을 사망에 이르게 한 경기도 ‘평강타운’, 반복적인 학대로 시설 폐쇄가 된 가평 ‘루디아의집’ 등 최근 ‘장애인거주시설 연도별 리스트’를 제시하며, “장애인거주시설 내 인권침해 사건이 반복되지 않도록 이제는 경찰청이 나설 때”라고 주장했다.

또 “‘거주시설 인권침해 특별수사본부’을 설치를 통해 거주시설에 존재하는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반복되는 반인권적인 시설의 악순환을 끊어 달라”고 촉구한데 이어 관련 사실들이 정리된 요구안을 경찰청 관계자에게 전달했다.

이 요구안에는 인권침해 시설에서 나와 지역사회에서 생활하는 장애인 100명의 생생한 증언과 탈시시설지원법 제정을 바라는 내용 등이 담겨 있다.

현재 여주 라파엘의집 사건을 계기로 복지부는 지난 6일 장혜영 의원과의 현안 면담에서 전국 100인 이상 대형 거주시설 37곳에 대해 인권침해 전수조사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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