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문희의 창문너머] 화장실 앞에서 ‘똥줄’ 타는 일이 없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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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외벽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건물 외벽에 CCTV가 설치되어 있다 / 사진 = 픽사베이

[더인디고 = 이문희 편집위원] 화장실을 제 때에 이용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일전에 일본 센다이 지역의 쓰나미 피난민들에게 가장 어려웠던 일이 무엇이었냐고 물어본 적이 있었는데 그 대답은 ‘화장실이 없어서 매일 너무 난감했다’는 것이다.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이문희 더인디고 편집위원

편의 시설을 이용해야만 하는 장애인들의 고충은 극에 달했다고 한다. 그만큼 우리 생활에서 먹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화장실을 제때 이용하는 것일 수 있다.

그런데 잘못하다가는 우리나라에서 장애를 겪는 여성들의 일부는 공중화장실을 눈앞에 두고도 이용을 못 하는 일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 같다.

지난 3월 국회에서는 ‘공중화장실 등에 관한 법률’과 관련하여 제2조(정의) 6호를 신설하는 개정법률안이 발의(의안 번호 8483)되었고, 행안부는 의견수렴을 하고 있다.

그 핵심은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법인 또는 개인이 설치하는 공중화장실이나 제9조 제2항에 따라 개방화장실로 지정된 화장실에 여성 전용인증시스템 설치하겠다는 것이다. 여성이라고 인증되어야 화장실을 출입시키겠다는 것이다. 화장실 내에서의 몰카 등 성범죄가 끊임없이 발생하는 심각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의하였다고 한다.

그런데 이 개정법률안의 심각한 문제는 장애를 겪는 여성들을 비롯해서 고령자, 유아들이 손쉽고 정확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증 기기가 설치·관리가 되지 않을 경우를 대비한 법률적 명시가 없다는 것이다. 이미 장애인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무인단말기(키오스크)를 이용하는데 있어서 여러 문제들을 경험하고 있기 때문에 기대보다는 우려가 앞서는 이유다.

애당초 13명의 의원이 이 개정법률안을 공동발의할 때 장애인관점의 법률적 검토는 전혀 없었던 것 같다. 장애인화장실 설치도 제대로 안 되어서 편의화장실을 찾아 삼만리인데, 장애인들이 이용 가능하지 못한 여성 전용인증시스템이 도입된다면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장애를 겪는 여성들이 화장실을 코앞에 두고 난감한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반드시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

개정법률안에 대한 의견 제출은 했지만 반영될지는 미지수이다. 지금까지 예산이 어쩌고, 시스템이 어쩌고, 인력 확보가 저쩌고 하는 핑계를 수없이 들어왔기에 하는 말이다.

우리나라는 언제 입법 사법 행정 분야에서 장애인지적 사고가 정착될 수 있을까?

[더인디고 THEINDIGO]

따뜻하고 깊은 통찰을 통해 장애인 인권을 위한 다양한 정책활동과 자문활동을 펼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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