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교대?… ‘장애인’ 이유로 국가가 성적 조작하며 교육에서의 ‘차별’과 ‘꿈’ 막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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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4일 오전 10시 강민정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4월 14일 오전 10시 강민정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가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중증장애인 입시성적을 조작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 국립대학의 범죄행위? 국가가 부끄러워해야
  • “형사절차와 징계절차는 다른 문제” 대학 방관 비판
  • 진주교대의 지속적 조작 정황… “유사 대학 전수 조사”

[더인디고 조성민]

“(중증장애인은) 학부모 상담도 학급 관리도 안 된다. 기본적으로 이런 애들은 특수학교 교사가 돼야지, 왜 초등학교 교사가 되려고 그러겠어? 특수교사가 싫다는 거잖아, 자기도 장애인이면서”

지난 10일 <경향신문>이 단독 보도한 ‘국립교대, 중증장애 이유로 입시 성적조작’ 기사에서 밝힌 입학관리팀 팀장 박모씨가 입학사정관 A씨에게 중증장애인의 점수를 조작하라며 지시했던 녹취록 일부이다.

국립 교육대학교(진주교대)가 대학입시 과정에서 시각장애 학생을 탈락시키려고 성적을 조작했다는 경향신문 보도가 나오자 정치권과 장애인 교원노조는 물론 장애인권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나섰다.

강민정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장애인권대학생네트워크,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조, 전국교직원노동조합 특수교육위원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는 오늘 14일 10시,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증장애인 입시성적 조작, 장애인 차별한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를 성토했다.

앞서 11일 함께하는장애인교원노동조합은 “교육대학의 장애학생 입학 거부를 위한 성적조작 진실을 규명하고 장애인의 교원 진출을 위한 근본적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오승재 정의당 청년 대변인도 12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입시 성적 조작 사실이 담긴 증언과 녹취록을 증거로 해당 팀장이 기소된 상황에서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징계 조치도, 피해자에 대한 피해 회복 조치도 하지 않겠다는 뻔뻔스러운 태도”라고 질타했다.

■ ‘장애인 교사·학생’이 학교 공간에 머무를 수 없는 이유… 장차법 시행 13년의 대한민국 자화상

기사에 따르면 2018학년도 수시모집 특수교육대상자 전형에 지원한 장애 정도가 심한 시각장애 학생의 성적을 팀장 박씨가 A씨에게 세 차례 이상 조작하라고 지시를 했다.

A씨가 해당 학생에게 만점에 가까운 960점을 준 사실을 알게 되자, 박씨는 최하점인 700점까지 내리라고 지시했다. A씨가 이를 거부하자 박씨는 자신이 지켜보는 앞에서 점수를 바꾸게 했다는 것이 내부고발을 통해 밖으로 알려지게 됐다.

박씨는 2017년 10월 25일 A씨에게 성적 조작을 지시하면서 앞서 녹취록처럼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 인식을 스스럼없이 드러냈다는 것이다. 심지어 A씨가 면접관으로 참석하는 면접에서도 장애 정도가 심한 학생들(시각장애 2급, 지체장애 2급)에 대해 “(중증장애 지원자)는 날려야 한다. 내가 작은 일반 대학이라면 신경도 안 쓰겠는데, 장애 2급이 네 아이 선생이라고 생각해봐, 제대로 되겠나”라며 장애인 비하 발언과 함께 낮은 점수를 주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강민정 의원이 이번 진주교대 입시성적 조작 사건 관련 ‘교육부 장관 면담요청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강민정 의원이 이번 진주교대 입시성적 조작 사건 관련 ‘교육부 장관 면담요청서’를 들고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25년을 교단에 섰던 강민정 의원은 “학교는 혐오와 배제, 이런 것이 얼마나 우리 사회와 인간을 불행하게 하는지를 가르치는 곳이자 우리가 모두 존엄한 존재이고, 공동체적 삶을 살아가는 민주시민을 길러내는 곳”이라면서 “특히, 국립교대는 이런 교육의 기본철학과 목적을 가장 앞장서서 실천해야 할 교육기관이자 교사 양성 기관이다. 그런 교대에서 장애인을 차별하고 성적을 조작하며, 입학을 배제하는 일이 벌어졌다는 것에 분노와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말했다.

강 의원은 작년 국정감사에서 ‘최근 3년 동안 서울대와 인천대 장애학생 입학이 0명’이었다는 국정감사 결과를 언급하며 “장애인이라는 이유로 일상생활 등 모든 영역에서 투명 인간 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국립교육대학 장애인성적조작 관련자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이 ‘국립교육대학 장애인성적조작 관련자 파면’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변재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교육 현장과 교육부 정책의 한계를 꼬집었다.

변 국장은 “학교 다닐 때 교사들이 모두 비장애인이다 보니 ‘잡초처럼 열심히 살라’는 이야기만 했지, 저의 아픔과 갈등에 공감하는 선생님은 없었다”며 “제가 엘리베이터가 없어서 학교를 중퇴해야 하는 줄 알았는데, 성적 조작이라도 해서 장애인 교사가 교단에 서지 못하도록 하는 것을 보니 교육 시스템에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코로나19 과정에서 장애인 교원들의 교육권이 침해받을 때 이를 함께 해결할 담당 부서가 없음을 알았다. 부서가 없는데 어떻게 정책이 있을 수 있겠냐”며 “이러한 구조적이고 고질적인 문제는 교육부를 넘어 국가가 나설 일”이라고 강조했다.

■ 국립대학에서 일어난 개인 일탈?… 국가 차원의 사과와 책임 뒤따라야!

이날 기자회견이 단순히 장애인차별 발언과 성적을 조작한 관련자와 이를 방관한 진주교대 총장의 책임을 촉구하는 것에 멈추지 않은 이유다.

검찰은 해당 사건을 ‘위계공무집행방해’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하지만 대학 측은 팀장 박모씨와 A씨의 주장이 엇갈린다며 재판을 지켜보겠다는 태도다.

단순히 박모씨의 개인적인 일탈 혹은 일시적 사건이 아님을 의심할 수 있는 녹취록도 공개됐다.

팀장 박씨는 ‘총장’까지 거론하며 “내가 웬만하면 이렇게 날뛰지 않는데”라며 “그런데 총장이 하는 말이, 총장 입에서 ‘과락(성적이 합격 기준에 못 미치는 일) 처리를 해라’고 어떻게 말을 하겠어. 그런데 뉘앙스가 그냥 면접 때 처리를 해줬으면 좋겠다는 거야”라고 말했다. 성적 조작 지시가 사실상 총장이 지시한 일이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초록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는 “이번 성적 조작 사건은 명확한 범죄 행위이고, 입시비리이자 장애인에 대한 고의적인 차별 행위”라며 “국립대학에서 벌어진 일은 곧 국가에 의해 자행된 차별이지 개인 일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 변호사는 “단순히 장애인 차별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의 꿈을 막아 버린 것”이라며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와 직업선택의 자유, 행복 추구권 등’ 헌법에서 명시한 권리까지 침해한 사건”이라고 일갈했다.

▲최초록 변호사(사진 왼쪽)과 박김영희 상임대표(오른쪽)가 각 ‘국립교육대학 전수조사 즉각 실시하라’고 적힌 피켓과 이번 사건 관련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 규탄 요구서’를 들고 있다. ⓒ더인디고
▲최초록 변호사(사진 왼쪽)과 박김영희 상임대표(오른쪽)가 각 ‘국립교육대학 전수조사 즉각 실시하라’고 적힌 피켓과 이번 사건 관련 ‘진주교대와 이를 방관한 교육부 규탄 요구서’를 들고 있다. ⓒ더인디고

그러면서 “사안이 이렇게 중대함에도 대학이 자체적인 징계 절차는 밟지 않고, 형사 절차만을 기다리겠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 진주교대 관계자들의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행위로 추정되는 만큼, 관계자 처벌은 물론 당국의 진실 규명과 전국적인 전수 조사에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도 “대학입학 과정에서 점수나 평가과정 등이 공개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자신의 탈락이유를 알지도 못한 채, 그것도 국립대학이라는 곳에서 많은 장애인이 비슷한 상황을 겪거나 겪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사실에 장애계의 충격과 실망은 매우 크다”며 “장애인차별금지법이 시행된 지 13년이나 되는 나라에서 장애를 이유로 교사가 될 수 없다는 것은 단지 진주교대만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가 차별하고 배제한 것인 만큼 국가로부터 사과와 책임 있는 답변을 받아야 할 사안이다”고 청와대 앞에서의 기자회견 이유를 밝혔다.

▲기자회견 후 강민정 의원(사진 오른쪽)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에게 단체 요구안 등을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기자회견 후 강민정 의원(사진 오른쪽)이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 관계자에게 단체 요구안 등을 전달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강민정 의원과 이들 단체는 ▲교육부 장관 사과 ▲진주교대 총장 및 관련자 사퇴 ▲타 유사 대학의 장애인 평가절차 및 결과 등에 대한 교육부 전수조사 ▲대학모집과정의 장애인 차별 방지 지침 및 가이드라인 마련 ▲대학 내 학생선발관련자에 대한 인권교육 실시를 요구한 데 이어, 관련 내용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에 전달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a46c18fe21@exampl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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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wt822@gmail.com'
요한k
3 years ago

아이들이 불굴의 의지를 본다는 것만으로 큰 교육이 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요…ㅠㅠ
반드시 엄한 경종의 처벌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