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전 10시,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등 3개 장애단체가 이해찬 전 당대표의 인권위의 권고 이행 여부를 밝힐 것을 촉구하며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 사진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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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의 장애인 비하발언 “권고 준수까지 적극 밝혀야”… 여야 눈치 보는 인권위 “비판”

By 조성민

April 19, 2021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비하발언을 한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로부터 작년 11월 13일,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에 대한 ‘권고’ 조치를 받았음에도 그 이행 여부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인권위가 지난 4월 13일 전체 위원회에서 이해찬 전 대표 측이 보낸 교육 이행 통지서를 심의하고 수용 여부를 결정했다. 하지만 그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는 한 언론사의 기사가 보도되면서 인권위가 지나치게 유력 정치인이나 거대 여야 정당의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됐다.

인권위법 25조에 따르면 시정 권고가 결정되면 권고 조치를 받은 피진정인은 90일 이내에 권고 조치 이행결과를 인권위에 제출해야 한다. 인권위는 이행내용을 검토함으로써 수용 또는 불수용 결정을 내리고 관련 내용을 언론에 공개할 수 있다.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야학협의회),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3개 단체는 19일 오전 10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해찬 전 대표의 인권위의 권고 이행 여부를 밝힐 것을 촉구했다.

이들 단체는 기자회견을 통해 인권위가 언론 등에 공개하는 것이 의무는 아니더라도, 정치인의 비하발언은 사회에 부정적 영향이 큰 중요한 사안인 데다 진정인에게조차 공개하지 않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기자회견이 열리기 전 해당 사건을 인권위에 진정한 박경석 야학협의회 대표는 진정인 자격으로 인권위 관계자와의 면담한 결과를 공개했다.

박경석 대표는 지난해 1월 이 전 대표의 비하발언뿐 아니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절름발이 총리’라는 발언 등도 인권위에 진정을 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인권위는 피진정인인 당사자를 포함한 민주당과 국민의힘 소속 관계자 등에 인권 교육과 재발 방지 대책을 권고했다.

하지만 박 대표는 인권위 관계자와 나눈 대화 내용을 빌려 “인권위 전원위가 수용한 것은 민주당이 자당 소속 국회의원과 선출직 및 당원 등에 대한 인권교육 계획을 제출한 것”이라며 “결국, 이 전 대표의 교육 내용은 언급하지 않은 채 재발 방지만 일부 수용한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박 대표는 “민주당이 제출한 내용을 투명하게 공개하자는 자신의 제안에 대해 인권위는 ‘일부 수용은 관례상 공표하지 않는다’는 답변을 했다”며 “정치적 사안이자 사회적으로도 가장 큰 책임을 져야 하는 집단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해서라도 인권위는 반드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주호영 원내대표의 교육 이행 여부도 공개하지 않았다”며 “인권위가 공개할 권한도 갖고 있으면서 이들에 대해 감싸기를 할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적극적으로 공개하고, 준수 여부에 대한 모니터링까지 하되, 교육 내용 자체도 단순히 법적 의무교육에 불과한 인식개선 교육이 아닌 장애인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지에 대한 인권 교육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정치인의 혐오 발언에 대한 ‘각하’나 ‘주의’ 정도의 조치를 내리던 인권위가 ‘권고’ 조치를 내린 것은 작년 이 전 대표가 처음이었다. 당시 해당 조치는 이 전 대표의 반복적인 비하 발언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이 전 대표는 작년 1월 15일 더불어민주당 유튜브 채널(‘씀’)의 ‘청년과의 대화’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 ‘영입 인재 1호’인 최혜영 교수를 언급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후천적인 장애인보다 의지가 상대적으로 약하다”는 장애인 비하 발언을 했다.

앞서 2018년 12월 민주당 전국장애인위원회 발대식에서도 “정치권에는 저게 정상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장애인들이 많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는 인권위가 ‘당사자를 특정할 수 없다’는 이유로 각하 처리했다.

하지만 이 전 대표가 연이어 장애인 비하발언을 쏟아 내자 작년 11월 13일 시정 권고를 결정했다.

[더인디고 THE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