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의 날, ‘장애인 비하와 차별’한 국회의원 6명에 소송 제기, “‘의지’ 보여 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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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 오전 10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장애인단체 및 소송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4월 20일 오전 10시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5개 장애인단체 및 소송 당사자들이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더인디고
  • “비하·혐오의 올가미에서 벗어나려 법에 호소한다”
  • 21대 현직 국회의원 6명과 국회의장 상대 공익소송 제기

[더인디고 조성민]

“‘꿀 먹은 벙어리’, ‘조현병이 의심된다’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 ‘정책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 등의 표현을 들으면서 나는 왜 대한민국에서 장애인으로 태어났을까 하는 자괴감마저 들었다”

“10대의 어린 나이에 유아용 보행기를 타고 다니며 ‘병신이래요’ ‘앉은뱅이’라는 단어들을 들으며 자라야만 했다. 하지만 40년이 흐른 지금에도 어린아이가 아닌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로부터 이러한 장애 비하 발언을 듣고 있다.”

21대 현직 국회의원 6명과 국회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지체장애인 당사자 조태흥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함께걸음 미디어 센터장의 자조 섞인 발언이다.

장애인과 가족의 상처뿐 아니라 사회적으로도 부정적 영향을 끼치는 여야 정치인들의 무분별한 장애인 비하 발언이 법정에서 가려지게 됐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연구소)와 송파정신장애동료지원센터 등 5개 장애인단체는 20일 오전 10시 국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의원들의 지속적인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해 장애인 차별구제청구 공익소송’을 제기한다고 밝혔다.

이날 소송 당사자인 조태흥 센터장을 비롯해 시청각, 정신장애인 등 5명의 원고 측은 이광재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곽상도·허은아·조태용·윤희숙·김은혜 등 국민의힘 소속 의원 총 6명을 상대로 서울남부지방법원에 1인당 위자료 100만 원을 청구한다고 알렸다.

또 박병석 국회의장에 대해서는 해당 의원들을 ▲국회법 156조(징계의 요구와 회부)의거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회부해 징계하고 ▲국회의원 윤리실천규범(국회규칙 제200호)에 장애인을 모욕하는 발언 금지규정 신설 청구소송도 함께 낸다고 밝혔다.

국회의원 6명을 콕집어 소송을 제기한 것에 대해 소송 대리인을 맡은 원곡법률사무소 최정규 변호사는 “2019년 11월 25일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가 국회의장에게 ‘정치인의 장애인 비하 발언에 대한 주의 촉구와 재발 방지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표명한 이후로 했다”며, “특히, 작년 21대 국회가 문을 열었지만 이러한 비하 발언이 반복적, 지속적으로 이어진 만큼 21대 국회 현직 의원들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최 변호사는 “피고 국회의원들의 장애인 모욕 발언은 헌법 10조, 장애인차별금지법 32조, 장애인복지법 8조, 유엔장애인권리협약 8조 등에 반하여 장애인 집단에 대한 부정적인 고정관념과 편견을 강화하는 불법행위임이 명백하다”며 “법원은 국회의장과 국회의원이 장애인 비하와 차별적 표현을 사용하지 않도록 적극적인 구제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 변호사가 밝힌 6명의 국회의원이 한 발언을 순서대로 살펴보면, 우선 곽상도 의원은 작년 6월, 문재인 대통령이 정의기억연대 관련하여 입장을 표명하자 자신의 페이스북에 ‘한쪽 눈을 감고 내 편만 챙기는 외눈박이 대통령이 돼서는 안 된다고 적었다.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소송 원고측이 밝힌 피고 국회의원들의 모욕발언 / 연구소 자료 편집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등 소송 원고측이 밝힌 피고 국회의원들의 모욕발언 / 연구소 자료 편집

이광재 의원은 작년 7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향해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 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허은아 의원은 올해 2월 국민의힘 초선의원 기자회견에서 “국민을 우습게 아는 것이 아니라면 ‘집단적 조현병’ 아닌지 의심될 정도”라고 말해 물의를 일으켰다.

조태용 의원은 지난 3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의 갈팡질팡 대일 인식, 그러니 정신분열적이라는 비판까지 받는 것 아닌가?”라고 적었고, 윤희숙 의원도 같은 사안에 대해 “다른 것도 아니고 외교 문제에서, 우리 정부를 정신분열적이라고 진단할 수밖에 없는 국민의 참담함이란”글을 게재했다.

또 김은혜 의원은 지난달 21일 논평에서 박영선 서울시장 후보 배우자가 일본 도쿄 아파트를 보유한 사실을 비판하며 “(더불어민주당은) 박 후보에게는 ‘꿀 먹은 벙어리’가 된다”고 말했다.

*본지 더인디고 기사(차별금지법 제정 등 소수자 보호에 머뭇대는 정부와 국회) 참조

조태흥 센터장은 이와 같은 비하 발언에 대해 “(정치인)은 선거 때만 되면 ‘장애인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며 표를 구한다. 하지만 막상 배지를 다는 순간 장애인을 오히려 정치적인 공격의 도구로 이용한다”면서 “이제 비하와 혐오의 올가미 속에서 벗어나기 위해 법에 호소할 수밖에 없다”고 외쳤다.

▲소송 당사자인 박관찬 함께걸음 기자의 발언을 동료 김영연 활동가(사진 오른쪽)이 대신 읽고 있다. 사진 왼쪽은 또 다른 소송 당사자 김재완씨이다. ⓒ더인디고
▲소송 당사자인 박관찬 함께걸음 기자의 발언을 동료 김영연 활동가(사진 오른쪽)이 대신 읽고 있다. 사진 왼쪽은 또 다른 소송 당사자 김재완씨이다. ⓒ더인디고

또 다른 소송 당사자로 참여한 박관찬 함께걸음 기자는 자신의 발언을 동료를 통해 “어렸을 적 15개 장애 유형에도 포함되지 않은 시청각장애인으로 20년을 넘게 살 수 있었던 힘은 ‘의지’ 였다. 그런데 ‘장애인은 의지가 약하다’는 말을 들었을 때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며 “이번 소송을 통해 장애인의 의지가 결코 약하지 않다는 것을 확실히 보여주겠다”고 전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연구소 노태호 소장은 “지금까지 장애인 혹은 단체들은 수준 이하의 인권 감수성과 장애 인식에 머물러 있는 국회의원을 상대로 사과와 재발 방지, 혹은 인권위 진정 등으로 맞섰다”며 “하지만 그들은 전혀 나아짐은 없이 장애인에 대한 혐오와 비하 발언을 지속적으로 쏟아냈기에 장애인의 날인 오늘, 법적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말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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