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백신에 대처하는 우리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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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신이 담긴 유리병과 주사기 / 픽사베이
▲백신이 담긴 유리병과 주사기 / 픽사베이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더인디고= 안승준 집필위원] 특수교사라는 선택된 직업군에 포함된 덕분에 코로나 19 백신의 우선 접종 대상자가 되었다. 모든 사람이 힘들어하는 상황에서 아직 대한민국 국민의 10분의 1도 맞지 못한 예방접종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대상에 포함된 사람들에겐 개인의 선택이라는 권리를 줬지만 집단면역을 위해, 그리고 국가에 감사하는 마음으로 별다른 고민 없이 난 접종에 동의했다.

그런데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예약날짜가 다가오면서 쏟아지는 기사는 내 결정이 무모했을 수 있다는 경고로 가득 차 있었다. 효과성도 안정성도 어떤 것 하나 의심받지 않는 것이 없더니 급기야 접종은 연기되고 SNS에서도 괴담이 떠돌았다. 되도록 객관적인 데이터를 찾아보면서 다시금 마음을 다잡으려 했지만, 수적으로 압도하는 부정적 메시지는 평정심을 허락하지 않았다.

괜찮은 척했지만 괜스레 몸에 좋은 것도 찾아 먹고 운동도 하고 수면량도 늘리고 유난스럽게 몸 관리를 했다. 주사기가 팔뚝에 꽂히고 보건소에서 권고하는 15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특별한 이상 반응은 없었다. 밥은 여전히 맛있었고 몇 시간 지난 다음에 있을 거라는 열감이나 근육통도 다행히 내겐 없었다. 하지만 그즈음 발표되는 기사에서는 접종한 지 하루 이틀 지난 후 발생한 심각한 부작용을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괜찮았지만 긴장을 늦추지 못하고 불안한 날들이 흘러갔다. 그리고 난 지금도 괜찮다. 하늘이 도왔다고 생각하고 겨우 안도의 한숨을 쉬고 돌아본 주변엔 나처럼 별일 없는 접종자들이 대부분이었다. 신문에서 본 것처럼 열이 펄펄 나고 몸살 기운 때문에 며칠 누워계신 분들이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느 기자들의 주장처럼 심각한 중환자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대체로 괜찮았고 아픈 분들도 해열제 몇 알이면 이틀 정도 지나서 일상을 회복하고 계셨다. 급히 만든 백신이라 부작용이 없는 것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언론에서 느껴지는 극도의 두려운 주사는 아니었다. 괜스레 긴장하고 불안해했던 시간이 약이 오르기까지 했다.

인류는 코로나 19 라는 전에 겪지 못한 새로운 전쟁과 마주하고 있다. 우리는 힘을 모아서 위기를 극복해야 하고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은 집단면역의 형성이다. 세계 여러 나라가 완벽한 임상시험을 거치지 않은 백신들을 승인하고 배포하고 있는 것은 적어도 접종과 관련한 위험성이 그 반대의 위험성보다는 몇백 배 적다는 것에 동의했기 때문이다.

백신의 접종 유무는 이데올로기의 좌우 치우침이나 개인이나 집단의 경제적 손익으로 계산해서는 안 된다. 지금이야말로 우리는 최대한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를 하고 그것들을 집단지성으로 나눠야 한다.

어릴 때 공업용 식용유를 쓴다는 어느 라면회사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쓰레기통에나 들어갈 재료로 만두를 만든다는 뉴스를 본 적도 있다. 어느 날 여전히 팔리고 있는 그 회사들의 라면과 만두가 진열된 마트를 다녀와서 열심히 기사들을 검색했다. 두 기사 모두 한참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오보임이 판명됐지만, 그에 대한 책임과 보상은 아무도 지고 있지 않았다. 꽤 오랜 시간이 흘렀고 처음 그 기사에 충격을 받았던 많은 사람들은 여전히 관련 내용이 진실이라고 알고 있을지 모른다.

장애도 그와 크게 다르지 않다.

미디어에서 장애를 접한 이들은 자신의 몸이 불편한 상태가 되었을 때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허상들로 인해 좌절하고 고통받는다. 중도장애를 경험한 사람들이 실제 장애인들의 삶은 대체로 그렇게 암울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을 때는 이미 많은 시간을 쓸데없는 눈물들로 허비한 이후일 때가 많지만, 그렇다고 그 시간을 보상해 주는 이도 없다.

코로나19의 팬데믹 속에서 우리는 또다시 믿거나 말거나 식의 책임 의식 없는 기사들에 허무하게 속을 수 있다. 무엇이 진실인지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냉철하고 합리적인 판단이 필요한 때이다.

[더인디고 THE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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