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솟대평론’ 8호 발행… 재난에서의 장애인의 기도 詩, ‘그 집 모자의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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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문학 평론지 8호 표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 장애인문학 평론지 <솟대평론> 8호 표지 ⓒ한국장애예술인협회

한국장애예술인협회가 장애인문학 평론지 <솟대평론> 2021년 상반기호(VOL.8)를 발행했다.

방귀희 발행인은 “이번 솟대평론 8호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14년 전 ‘솟대문학’에 발표됐던 김대근 시인의 ‘그 집 모자의 기도’를 재 소환한 것”이라면서 “현재 광주 모 임대아파트에서 살고 있는 김 시인은 지금도 같은 기도를 하고 있다”고 전했다.
화재가 나면, 지진이 나서 아파트가 흔들리면, 요즘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 보태져 코로나 19에 감염되어 격리 생활을 하게 되면 살아남기 힘든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다.

김대근 시인의 ‘그 집 모자의 기도’는 증증 뇌성마비 아들과 노모가 살던 허름한 집에 큰 장마로 거대한 물결이 덮쳐오자 노모가 이웃의 도움을 요청하러 나간다. 시인은 어서 거대한 물결이 자기를 덮쳐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해달라며 처음으로 간절히 기도를 한다. 시인은 구출되고, 그는 죽을 기회를 주지 않는 신을 원망한다. 하지만 자신의 기도보다 장애인 아들을 살려달라는 노모의 기도가 더욱더 간절했었다는 것을 깨닫고 모성애의 위대함을 노래한 시다.

그 집 모자의 기도

김대근

마을에서 제일 볼품없고 초라한 집
지은 지 오래되어
기둥 몇 개가 벌레 먹은 사과처럼 썩어가는 집
예순 넘은 어매와
손발을 쓰지 못하는 서른 넘은 아들이 사는 집
어매는 집 앞 작은 텃밭에
강냉이, 물외, 애호박을 심어
아들의 입을 즐겁게 하려고 애쓰는 집

마을에서 제일 비바람에 약한 집
무서운 태풍이 불어오던 어느 늦여름 밤
음산한 빗물들이 마루위로 기어들고 있었네
깜짝 놀란 어매는 아들을 깨웠고
아들은 어매 먼저 나가라고 소리쳤네
어매는 사람들을 데리러 나갔고
하나님을 믿지 않던 아들은 기도했네
‘살려 달라’가 아니라 ‘감사하다’고
‘빨리 사람들을 보내 달라’가 아니라
‘사람들이 오지 않게 해 달라’고
빗물이 방으로까지 기어들고 있을 때
어매와 젊은 남자 한 명이 방문을 열고 들어왔네
업혀 나가며 아들은 하나님께 원망했네
자기의 기도를 들어주지 않았다고

그러나 아들은 몰랐네
그가 기도를 했던 시간에
그의 어매도 기도를 했다는 것을

방귀희 발행인은 “장애인복지가 많이 발전했지만 재해 상황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장애인의 생명권이 보장되지 않으면 장애인들은 시인처럼 이렇게 슬픈 기도를 할 수밖에 없다”며 “하지만 시 한 편이 재해 상황에서의 장애인 생명권을 이토록 절절히 전할 수 있다는 것이 장애인 문학의 힘이고,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이번 호에서는 부산대학교 오덕애 교수의‘이선관 시에 나타난 웃음 연구’, 한국교통대학교 박옥순 교수의‘장애인동화에 나타난 장애인식과 폭력성’, 동국대학교 윤재웅 교수의‘문학교과서에 나타난 장애 현상의 이해’에서 장애인문학 평론의 지평을 넓혔다는 평가다.

공진하 작가의 장편동화 ‘도토리 사용 설명서’에 대해서도 심층있게 다뤘다. 방귀희 솟대평론 발행인의 ‘장애인 소재 동화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와 한상식 시인의 ‘그 한계를 넘어 문학으로’는 서로 다른 관점으로 장애인 소재 동화를 분석하고 있어 흥미롭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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