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 5명 중 1명 부상 경험… 중국 동포 청년 우울감은 내국인보다 두 배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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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실태조사에서 제외된, 농,어업에 종사하는 비전문취업자들의 주거환경은 더 열악하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다야 라이
▲이번 실태조사에서 제외된, 농,어업에 종사하는 비전문취업자들의 주거환경은 더 열악하다. 사진은 비닐하우스 알에서 이주노동자들이 집회를 이어가고 있다. ⓒ우다야 라이
  • 작업하다가 “다칠 수도 있겠다” 28.4%
  • 고용보험 10명 중 6명만 인식… 실제 가입 비율은 절반
  • 주당 평균 노동시간 50시간, 월 임금 수준 세후 211만원
  • 보사연, 이주노동자 1427명 대상 실태조사 결과 발표

[더인디고 조성민] 이주노동자들의 재해 건수와 부상자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고 우울감도 내국인 노동자에 비해 2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보사연)이 2020년 저임금 이주노동자 집단을 대표하는 비전문취업(E9 비자)과 방문취업(H2 비자), 해외 동포(F4 비자) 노동자 1427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26일 발표했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의 유입이 본격화한 90년대 이후 이들의 평균 노동 여건은 완만히 개선됐지만, 여전히 열악한 사업장이 다수 발견됐다. 극단적인 폭행과 인권유린도 적지 않은 규모로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연구책임자인 김기태 포용복지연구단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 다섯 명 가운데 한 명(19.8%)은 지난 1년 사이에 업무 중 부상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고 말했다.

이주노동자 5명 중 1명, 지난 1년 사이 부상 경험

응답자 중 이주노동자 가운데 10명 중 1명(11.5%)은 휴일에 노동한 횟수가 한 달에 8회에 달했다. 지난 1년 사이에 부당해고를 경험한 비율도 4.7%로 상당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년 사이 사업장에서 폭행을 당한 비율은 2.8%, 여성 노동자 가운데 성희롱 혹은 성폭력 경험 비율도 3.1%로 드러났다. 이주노동자들의 월 임금 수준은 세후 기준으로 211.2만원, 주당 평균 노동시간은 50시간으로 조사됐다.

반면 사업장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았다고 답한 이주노동자도 10명 4명(40.3%)에 달했다.

근로계약 내용 위반 경험, 계약서 작성자의 13.8%

비전문취업(E9) 노동자의 경우, 사용자는 채용 과정에서 표준근로계약서를 작성해서 고용센터에 반드시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근로계약의 내용은 이주노동자가 한국에 입국하기 이전에 이미 확정된 상황이다. 또 방문취업(H2) 노동자의 경우에는 고용센터를 거치지 않고 사업자와 근로계약을 체결할 수 있지만, 이후에 사용자는 반드시 근로 개시 신고를 해야 한다. 보사연은 이런 사정을 고려할 때 실제 다수의 이주노동자들이 근로계약서를 작성했으나, 다양한 사유로 작성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근로계약서를 작성한 노동자의 13.8%는 근로계약 내용 위반을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위반 내용은 근로시간, 임금액수, 초과근로수당 등이고,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에게 급여명세서를 주지 않은 비율도 41%에 달했다. 이는 노동자의 퇴직금 결산 과정에서 악용될 소지가 있는 대목이다.

우울감도 내국인 노동자보다 높다는 결과가 나왔다. 중국동포(H2/F4) 노동자 10명 중 3명(29.39%)이 우울감을 보였고, 비전문취업 집단도 26.01%로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특히, 15~29세의 중국 동포 청년 노동자는 우울지수가 14.81로 내국인 청년 평균인 6.09보다 두 배 이상이다.

■ 보험가입 알아도 가입 않는 이유는 “비싸서”

건강보험에 가입하고 있다는 비율은 응답자의 93.83%, 가입하지 않은 사람은 전체 응답자의 6.17%인 88명이었다.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은 이유로 ‘보험료가 비싸서’라는 응답이 29.55%, ‘어떻게 가입해야 하는지 몰라서’라는 응답이 20.45%를 차지했다.

또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고용보험에 본인이 원하면 가입할 수 있지만, 이 사실을 아는 비율은 10명 중 6명(60%)에 불과했고, 그나마 실제로 고용보험에 가입하는 비율은 절반 수준이다.

국민연금 가입 여부에 대해서는 중국동포에 한해 절반(50.1%)만이 가입했고, 미가입의 이유로 ‘보험료를 납부할 경제적 여유가 없는 것’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국민연금 가입 여부는 이주노동자의 모국과 한국 사이의 사회보장협정에 따라 달라지는 것으로 중국동포는 가입 대상이다.

■ 무허가 불량주택, 컨테이너 등 열악한 주거환경 40.5%

비전문취업 노동자의 경우, 회사(고용주)가 제공하는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절반 정도였다. 다만, 설문에서는 비전문취업 노동자 가운데 제조업 취업 노동자만을 대상으로 조사했다. 더 열악한 처지에 있는 농·어업 종사 비전문취업(E9) 노동자의 현황은 조사에 담기지 않아 한계로 지적된다.

기숙사의 주거형태는 비거주용 건물 내 공간, 임시 가건물, 무허가 불량주택, 비정형 주거형태인 컨테이너 등 열악한 주거형태 비율이 40.5%였다. 또한 ‘방문취업자(H2) 및 중국 출신 재외동포(F4)’ 경우에도 월세 부담으로 월세액이 낮은 주거공간을 찾다 보니, 주거환경이 자연스럽게 취약한 상황으로 몰렸다는 평가다.

이주노동자들은 취업 및 체류 과정에서 한국 정부로부터 가장 절실하게 원하는 서비스는 한국정착 초기 지원과 생활고충 및 법률상담, 국가별 언어지원 등을 꼽았다.

■ 보사연, 보험 등 제도 개선 제안

보사연은 “건강보험의 경우 내국인과 견줘 차별적인 보험료 부과와 세대 구성원 인정 범위, 체납에 따른 제재 등의 요인이 다수의 이주노동자를 건강보험에서 배제하는 결과를 낳았다”며 제도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산재보험은 이주노동자들의 재해 건수 및 인구가 꾸준히 증가하는 만큼 내국인 저임 노동자의 산재 대책과 더불어 강화될 필요”가 있고, 또 “국민연금은 주로 이주노동자들이 귀국할 때 돌려받는 ‘반환일시금’을 중심으로 문제가 발생하는 점에 주목, 사회보험 미가입 혹은 보험료 체납 사업주에 대해 제재를 강화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어 “고용보험은 앞으로 이주노동자를 적극적으로 포괄할 필요가 있음에 따라 이주노동자는 고용보험 가운데 고용안정·직업능력개발사업 가입이 의무화된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고용안정 및 직업능력개발 부분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포괄하면서, 고용보험의 주요한 축인 실업급여에서는 이주노동자들을 배제할 이유는 적어 보인다. 또 이주민의 주거권과 관련해서는, 사용자가 이주노동자의 숙식비를 월급에서 선공제하는 사례가 금지돼야 할 것”이라고 제시했다.

해당 연구보고서 내용은 한국보건사회연구원 홈페이지(https://www.kihasa.re.kr) 발간자료를 통해 원문 파일을 바로 보거나 내려받을 수 있다.

[더인디고 THE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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