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ity] 베트남 여성 유학생은 결혼이 목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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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와 농촌을 상징하는 장면 (사진=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18 - Our future is urban)
▲도시와 농촌을 상징하는 장면 (사진= 세계 도시화 전망 보고서, World Urbanization Prospects 2018 - Our future is urban)
  • 소소:소수의 소리④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에 따르면 2021년 4월 중순 문경시가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을 행정사합동사무소에 보내왔다고 한다.

문경시가 추진하고자 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프로젝트는 문경시의 농촌총각(특히 ‘혼기 놓친’)과 한국으로 유학 온 베트남 여학생의 만남을 주선하여 ‘성혼’과 ‘출산’으로 이어지게 한다는 내용이었다. 문경시는 빠르게 심화되는 농촌의 인구감소 및 고령화에 적극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며 프로젝트의 취지를 설명했다.

실제로 2020년 11월 대한민국 통계청에서 발표한 ‘통계로 본 농업의 구조 변화’에 따르면 1970년대에 비해 2019년 농가인구는 14,422명에서 2,245명으로 84.4% 감소했다. 특히, 농가의 유소년인구 100명당 고령인구를 나타내는 노령화지수는 1970년 11.4명에서, 2019년 1,073.3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전 세계적으로도 이미 인구의 55.3%가 도시에 집중되어 있으며, UN은 2050년에는 인구의 약 68%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농촌 공동화 현상은 국내외적으로 좌시해서는 안 될 이슈임에는 분명해 보인다.

▲유엔은 1950년대 30%에 불과했던 전세계 도시인구 비율이 2050년대에 이르면 68%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UN DESA)
▲유엔은 1950년대 30%에 불과했던 전세계 도시인구 비율이 2050년대에 이르면 68%까지 늘 것으로 전망했다. (사진=UN DESA)

다만 이 프로젝트가 문제인 이유는 여성을 출산과 인구증가의 도구로 바라본다는 점에서 성차별적이며, 개발도상국 국민은 한국의 열악한 농촌 환경을 불만 없이 영위할 것이라는 인식에 기반한다는 점에서 인종차별적이다. 베트남 여성 유학생의 삶의 다양성을 고려하지 않고 입국 사유를 결혼으로만 치부한다는 점에서 여성+인종으로 인한 복합 차별 기제가 깔려있기 때문이다.

국제결혼을 조장하는 중앙 및 지방정부의 행태는 이미 일이십 년 전부터 지적됐다. 당시에는 아직 한국에 입국하지 않은 여성들을 대상으로 정부가 나서 ‘국제결혼 브로커’ 역할을 자처했다. 이 과정에서 성차별, 인종차별의 문제는 차치하더라도, 서로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알지 못한 채 결혼을 하거나, 남성이 장애인인 경우 용역업체에서 정부와의 협의 없이 중개비용을 더 받는 등 많은 문제가 발생했다. 2007년 진행되었던 ‘농촌총각 국제결혼 지원 조례·정책 제대로 보기’ 토론회에서 한국염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대표는 ‘이주여성의 상품화와 지자체와 결혼정보업체 간의 파행적인 제휴, 그 사이에서 한국가족의 피해 등이 발생하고 있으며, 이렇게 한 결혼은 결과적으로 파혼으로 이어’진다고 밝히고 있다. 또한 몇몇 지방자치단체는 다문화가정의 사회통합을 지원하는 것보다 국제결혼을 성사시키기 위한 예산을 10배 가까이 투입하고 있다며 개탄했다.

▲28일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유엔인권정책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들이 문경시를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유엔인권정책센터
▲28일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유엔인권정책센터,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활동가들이 문경시를 진정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있다. ⓒ유엔인권정책센터

15년이 가까운 시간이 흘렀지만 변한 것은 없다. 내가 속한 유엔인권정책센터는 국제결혼생활을 앞두고 있거나, 국제결혼 이후에 본국으로 도망치듯 떠나야만 했던 이주여성의 사회정착과 통합을 위한 교육, 법률지원 등을 태국과 필리핀, 베트남에서 2004년부터 시행하고 있다. 정부의 실패한 정책을 뒷수습을 하고 있는 셈이다. 더 이상 지방정부가 이주여성보호정책이든 농촌 활성화 정책에 실패 하지 않길 바라며, 유엔인권정책센터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와 연대하여 문경시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에 참여하기로 결정했다. 그리고 2021년 5월 28일 금요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결혼이주여성은 다층적인 소수자성을 갖고 한국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주민, 언어, 여성, 출신 국가, 국내 경제력, 종교 등 차별 요소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다. 가정에서의 소외, (성)폭력(물리적 폭력, 외출금지, 감시, 감금, 여권 및 휴대전화 압수 등), 노동 강요, 취업에 불이익, 범죄에 취약 등 이미 국내에서 생활하는 이주여성이 겪는 문제는 아주 다양하다.

문경시는 농촌 공동화 현상의 근본 원인을 다시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국제결혼이주여성의 사회통합과 정착을 위한 방법을 연구하고 이행해야 한다. 또 여성과 인종에 따른 부정적 선입견이 담긴 정책들로 구조적 차별을 양산하는 일을 멈추어야 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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