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MBC뉴스 화면 캡처)

Featured

[코로나19 ② ] 일상으로 돌아갈 방법

By 하일

March 21, 2020

서울과 수도권에 진달래꽃이 피기 시작했다. 봄기운을 맞으러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의 피로감도 한 몫 했을 것이다. 시민들은 하루속히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다. 우리는 언제쯤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도대체 코로나19는 언제 끝나는 거야?”요즘 주변에서 많이 듣는 말 가운데 하나다. 지난 1월 20일 국내에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이후로 두 달이다. ‘일시 멈춤’인 ‘사회적 거리두기’도 그 시효가 다하고 있다. 그렇다고 당장 일상으로 돌아갈 수도 없다.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이어 미뤄지면서 서민들의 버티기가 임계점에 다다르고 있지만, 섣부르게 학교의 문을 열기가 쉽지 않다. 집단적 감염의 뇌관으로 불리는 학교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사태가 걷잡을 수 없는 국면으로 변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에 대한 관심과 배려도 중요한 문제다. 코로나19는 이른바 ‘기저질환자’에게 더 위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령자의 대부분은 한 가지 이상의 지병을 갖고 있다. 또 고령자는 영양섭취에 문제가 있거나, 활동을 못하게 되는 경우에는 빠르게 면역력이 약화된다. 코로나19에 대한 스트레스와 활동제약으로 인해 정작 지병이 악화되어 사달이 날지도 모를 일이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한 세계 각국의 대응은 사뭇 다르다. 미국과 유럽의 대응은 봉쇄전략이다. 흔히 개방사회이고 선진국이라 일컫는 이들 나라에서 가두는 정책을 전격적으로 단행하는 것은 다소 의외다. 게다가 코로나19가 주로 침방울로 전파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사회적 관습에 얽매여 굳이 마스크 착용을 마다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다. 봉쇄전략은 단기간 대규모 사태를 막을 수 있다는 기대의 이면에 사재기와 총기구입 등 각자도생의 공포분위기를 부추길 우려가 있다.

한국은 개방전략과 역학조사에 근거한 타깃전략으로 불린다. 확진자 동선공개에서 사생활 침해 논란, 마스크 보급정책의 혼선 등 논란이 있긴 하지만, 큰 틀에서는 대체로 성공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것 같다. 한편으로 이러한 개방전략은 일상의 큰 틀은 깨지 않으면서 상생의 여지를 도모할 수 있다는 반면에 정부와 지자체의 사태수습 역량, 시민들 각자의 적극적인 협조라는 전제조건이 따른다.

코로나19 감염병에 대한 향후 전망은 대부분 나왔다.“코로나19는 장기화 될 것이며,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치료제와 백신이 나오기까지 대략 1년여 동안은 버텨야 한다.” “감염 취약계층, 집단 감염이 우려되는 곳에 집중해야 한다.”“보건의료체계가 감당할 수 있는 수준에서 대규모 발병사태를 막아야 한다.” 등이다.당장의 종식이 아닌 완화와 관리, 장기전을 염두에 둔 일상으로의 전환을 모색하는 경로다.

대처 방법도 나와 있다. 먼저 개인적으로는 손 씻기, 기침예절, 마스크 착용, 안전거리 유지, 이상증상 발생시 대처요령 등의 대응수칙을 지키는 것이다. 방역당국은 보건의료체계가 정상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가운데 밀집생활공간에 대한 효과적 조치, 만약에 있을지 모를 대규모 집단감염 사태 재발에 대한 사전대비 등을 해야 한다. 특히 정부와 지자체 차원의 경제적 충격완화와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실질적 대책 마련은 가장 신경써야할 중요한 과제다.

코로나19 사태에서 한 가지 주목할 것은 ‘심리방역’이다. 시민들의 장기간에 걸친 스트레스와 심리적 공황을 다루는 일이 중요하게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달 서울대보건대학원의 유명순 교수팀이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내가 확진자가 됐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과 피해’, ‘무증상자에게 감염되는 것’, ‘증상을 숨기는 사람이 주변에 있을지 모른다.’는 우려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걱정보다 더 높았다. 감염되었을 때 주변으로부터 받을 비난이나 주변 사람에 대한 경계심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내가 무증상 상태에서 누군가를 감염시킬지도 모른다”고 우려하는 사람들도 우리 주변에 적지 않은 것 같다.

이와 관련해 ‘서울시 COVID19 심리지원단’에서는 ‘심리 방역을 위한 마음의 백신 7가지’를 제시했다. ‘정확한 정보를 알고, 대응수칙을 잘 실천하다 보면, 언젠가는 끝이 온다’는 상식적 내용이지만 새겨볼만하다. 이 가운데 특별히 눈에 띄는 항목은 ‘좋은 일 하기’다. 재난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서 동참한다는 내용이다. 가령 타인을 돕는 작은 일, 응원 메시지, 가족과 친구 등 주변 사람들에게 격려전화를 하는 것 등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 갈등을 특징으로 하는 감염병 사태임을 감안할 때, 피하고 숨기보다는 동참함으로써 불안을 해소한다는 접근은 충분히 곱씹어 볼 만하다.

요 며칠 새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이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는 보도가 부쩍 늘었다. 대체로 칭찬 일색이다. 하지만 이런 보도들은 신천지와 같은 또 다른 대규모 감염사태라도 발생한다면 순식간에 바뀔 것이다. 세계는 곧바로 실패한 정책이라고 할 것이며, 국내에서는 또다시 정치적 물어뜯기와 여론의 소용돌이가 일 것이다. 상황마다 일희일비해서는 안 되는 이유다.

상황은 가변적이고 과제는 산적해있다. 다행히 매체를 통해 접하는 서로 돕는 시민들의 모습에서 희망과 감동을 본다.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 쏟아지는 미담들, 백출하는 시민들의 자발적 아이디어에서 미안함과 고마움을 느낀다. 모두의 지혜와 연대가 절실한 때다. [더인디고 The Indig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