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석의 낮은 시선으로부터] 혼자 남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다

0
154
무수한 CCTV/사진=픽사베이
무수한 CCTV/사진=픽사베이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이용석 편집위원
더인디고 편집장

1억 7,600만 개의 눈. 중국 전역에 설치된 CCTV의 숫자다. 중국은 이 무수한 CCTV를 통해 국민들의 일거수일투족을 들여다본다. 여기에 덧붙여 중국 공안부는 인공지능과 빅데이터 기술을 접목해 중국 전역에 ‘텐왕(天網, 하늘의 그물)’이라는 감시망을 구축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020년 현재 우리나라 공공기관 CCTV 운영대수는 1,336,653대로 전년 대비 16.4%(e-나라지표, https://www.index.go.kr/potal/main/EachDtlPageDetail.do?idx_cd=2855 참조)가 늘었다. 공공기관에서 관리하는 CCTV의 숫자만 이렇다는 거다.
민간에서 운영하는 CCTV의 숫자까지 더하면 그야말로 매 순간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고 해도 그리 과장이 아니다. 이러니 아침에 일어나 회사에 출근하고 또 퇴근하여 집에 오기까지 하루 평균 83.1회 CCTV에 노출되고, 이동 중에는 9초에 한 번꼴로 찍힌다. 결국 자는 시간 빼고는 CCTV의 감시망을 벗어날 수가 없다는 말이다. 이제 우리 모두 조지오웰의 소설 ‘1984’에서 빅브라더의 눈을 대신하는 ‘텔레스크린’에 갇혀 있는 꼴이고 누구나 윈스턴 스미스이다.

누군가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모골이 송연하다. 혼자 있다고 해서 지극히 내밀하고 사적인 행동조차 이제는 맘 편히 할 수 없는 세상이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CCTV의 감시를 허용한 이유는 감시를 보호로 여기며 안전한 사회에서 살고 싶다는 욕망 때문일 것이다.

2014년 하버드대학 연구진 발표 조사에 따르면, CCTV 설치 후 범죄율은 지역에 따라 7~51% 감소하는 효과가 있었다. 국내에서도 CCTV 통합관제센터를 운영 이후 범죄 발생 건수 감소와 범죄 검거율 증가 등의 통계자료를 공개하고 있다. 실제로 범죄 예방 및 억제 효과, 범인 발견 및 체포의 용이성 등이 입증된 셈이다. 말하자면 CCTV는 우리 모두를 들여다보며 모두의 안전을 지켜주는 일등공신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CCTV 설치 문제는 사뭇 논쟁적이다. 프라이버시권이라는 인권 침해 요소와 안전이라는 공공성이 첨예하게 부딪치는 양날의 칼이다.

정말 CCTV는 온갖 범죄와 사고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 역할만 할까? 최근 국회에서는 장애인복지시설에 CCTV 설치를 의무화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흥미로운 논쟁이 있었다.

6월 1일자 더인디고 기사 ‘탈시설’에 제동 걸린 장애인시설 CCTV설치, 국회 벽 넘을까! 참조

지난달 25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2법안심사소위원회는 30건의 법률안을 심사했는데 심의과정에서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장애인복지시설에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설치 의무화 개정안이 법안소위 문턱을 넘지 못했다.

추측건대, 장애인복지시설의 CCTV 설치 의무화는 장애인 학대 가해자 중 시설종사자 비율이 21%나 된다는 사실과 맞닿아 있는 듯하다. 그렇다면 CCTV 설치를 의무화하는 것만으로 시설종사자의 가해행위를 예방할 수 있을까? 이러한 의구심은 2015년 CCTV 설치가 의무화된 어린이집 상황을 견주어보면 대충 짐작할 수 있다.

2019년 보건복지부가 공개한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아동학대 건수는 2014년 300건, 2015년 432건, 2016년 601건, 2017년 843건, 2019년 811건이다. 급격히 느는 추세라니 의외다. 물론 시설에 사는 장애인의 학대를 예방하고자 법안을 낸 이종성 의원의 선의를 이해하지 못하는 바는 아니다. 기사만으로는 당시 법안소위의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는 노릇이지만, 장애인복지시설 CCTV 설치 의무화 문제가 학대를 예방할 수 있다는 공익성의 문제와 덧붙여 시설에 사는 장애인 당사자의 인권침해 여지는 없는지 보다 꼼꼼한 검토 대신에 탈시설 예산의 문제로 틀어져 논의되었다는 사실이 그저 어리둥절할 뿐이다. 탈시설 예산과 CCTV 설치 예산은 별개로 봐야 하지 않을까?

학대를 예방할 방법이 “CCTV 외에도 (시설) 근로자나 기관장이라든지 지역사회 내에서 충분히 (장애인 학대를) 발굴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은 학대 가해의 21%가 시설종사자인 마당에 그 방법이 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밝혔어야 했다. 그리고 CCTV 설치는 학대 발굴이 목적이 아니라 예방이어야 한다. 그래서 장애인복지시설 내에 CCTV 설치 의무화의 목적이 학대를 예방하기 위한 제도로써는 지극히 타당하다. 그러나 CCTV에 내 모습을 드러낼 것인지 말 것인지는 오직 당사자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이기에 의무화는 비인권적이다.

“혼자 남을 수 있는 권리”

1890년 프라이버시권을 정립한 미국의 대법관이었던 루이드 C 브랜다이즈의 주장이다. 어쩌면 이 양극단의 딜레마를 극복할 답이 되지 않을까? 그래서 새로운 길을 찾는 논의는 지금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승인
알림
6622462779e6d@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