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가 36년간 시설에 입소… 미등록 체류 장애인에 범칙금 3천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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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년간 인강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왕모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 ‘51년을 살아왔다! 국민으로 인정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36년간 인강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왕모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 ‘51년을 살아왔다! 국민으로 인정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국가, 36년 전 외국 국적 알았음에도 인강원에 입소… 의료·생계급여도 지원
  • 내년 탈시설 앞두고 범칙금 3천만원에 급여도 중단 위기!
  • 인권위에 ‘불법체류 범칙금’ 면제와 체류자격 마련 진정

[더인디고 조성민] 36년간 지적장애인 거주시설에서 미등록 체류 장애인으로 살아온 왕 모 씨(70년생)는 탈시설을 하고 싶어도 체류 자격이 없어 곤란한 상태에 빠졌다. 의료와 생계급여 등 그동안 최소한의 지원마저 중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타 시설로 전환을 하려 해도 체류 자격 문제로 입소가 불가능하다.

서울출입국·외국인청에 확인 결과, 왕씨가 임시라도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불법 체류 기간에 해당하는 3천만원의 범칙금을 내야 한다. 그 후에도 3년간 체류 등 적법한 요건을 갖춰야 귀화 신청 등이 가능한 상황이라 장애인단체와 공익 변호사단체들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한국 국적을 갖지 않은 외국인은 시설 입소나 생계급여 등의 지급이 불가능하다. 그런데도 36년 전 행정기관인 도봉구청이 왕씨를 인강원 입소와 생활을 유지하게 해놓고는 이제서야 그 책임을 왕씨에게 묻는 것은 인권침해이자 생존권을 위협하는 처사라는 것이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1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왕씨의 범칙금 3천만원 면제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를 법무부에 권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등 6개 단체는 1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가 왕씨의 범칙금 3천만원 면제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를 법무부에 권고해줄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한국장애포럼,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재단법인 동천, 법조공익모임 나우, 장애인법연구회 등 6개 단체는 피해자 왕씨를 대리해 10일 오전 11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인권위가 왕씨의 범칙금 3천만원 면제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를 법무부에 권고해줄 것을 촉구하기 위해서다.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가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정제형 재단법인 동천 변호사는 “왕씨가 범칙금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체류자격을 부여받지 못하고 강제퇴거 및 영구입국 처분을 받게 될 것”이라며 “그렇다고 피해자가 형식적 국적국인 중화민국(대만)으로 이주하여 국가적 보호를 통해 안정적인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대만은 피해자와 같은 재한화교를 자국 국적자로 인정하여 여권을 발급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피해자가 중화민국으로 귀국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기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이 발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최현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유엔 장애인권리협약 18조는 장애인 누구나 이주와 거주, 국적 취득과 변경할 권리를 규정하고 있다. 또 19조에 따라 국가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하지만, 국가는 36년간 시설에서 생활한 장애인에게 국적 취득과 변경할 권리와 환경을 제공했는지 돌아봐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3천만원의 범칙금이 법에 따른 조치라고 하지만, 왕씨가 국적 취득에 대한 명확한 인지가 없는 상황에서 이 엄청난 범칙금을 그동안 국가나 혹은 국가가 지원한 시설이 책임지지 않고 개인에게 떠넘겼다”며 강하게 문제 제기했다.

중화민국(대만) 국적자가 거주시설 입소?

왕씨는 중화민국(대만)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1970년 9월 한국에서 출생했다. 가정 상황으로 15세가 되던 1985년 6월, 도봉구청의 입소 의뢰로 인강원에 입소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연고자들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이날 6개 단체가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당시 도봉구청은 피해자의 아버지가 대만 국적임을 알고도 체류자격을 확인하지 않은 채 ‘한국에 적법하게 체류하는 심신장애자’로 임의로 판단, 인강원으로 보냈다.

왕씨는 장애정도가 심한 지적장애와 언어장애를 갖고 있어, 국적 관계나 체류자격 신청에 대해 알지 못했거니와 자신이 직접 체류자격을 신청하거나 연장하지 못한 것으로 추측된다.

한국 국적 없이도 복지급여 가능?

왕씨는 입소 당시 오늘날 지적장애 1급에 해당하는 ‘장애자등록번호’를 부여받았지만 이후 지능 및 장애정도를 정확히 검사받은 적은 없다. 지난달에 이르러서야 정확한 장애정도를 진단받기 위해 진료를 받았고, 이달 29일 성인 지능검사 진행 후 7월에 그 결과를 통보받을 예정이다.

즉 왕씨는 장애인이 아닌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노숙인 등으로 분류되어 의료급여에 이어 보장시설 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고 있다. 그 외 부족한 예산은 인강원 교사들의 후원금으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보건복지부 지침에 따라 노숙인복지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 않다. 담당 구청 공무원도 보장시설 수급자 자격으로 주어지는 생계급여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의견을 표한 만큼 왕씨가 인강원을 나간 이후 체류 자격 없이 한국에 머물면 의료·생계급여를 수급하는 것은 매우 어려워 보이는 이유다.

왕씨의 안정적 체류 문제, 2022년 인강원 탈시설 전환 앞두고 부각

인강원은 지난 2014년 원장의 횡령과 시설 내 장애인에 대한 학대 등의 문제로 대대적인 정비가 이루어진 곳이다. 2020년부터는 서울시 ‘지역사회 서비스 변환 정책’에 따라 3년째가 되는 내년 22년에는 시설 폐쇄가 예정돼 있다. 피해자 왕씨는 곧 타 시설로 이전하거나 지역사회로 나와야 하는 처지에 놓인 것.

앞서 인강원 직원들이 왕씨의 한국국적 취득을 위해 2014년부터 왕씨의 친인척과 연락을 시도했지만 이들은 시설에 한 번 방문이후 연락이 두절됐다고 한다.

▲백지혜 인강원 생활교사가 2014년부터 왕씨의 국적 취득 관련 활동사항을 설명하고 있다.ⓒ더인디고
▲백지혜 인강원 생활교사(사진 왼쪽)가 2014년부터 왕씨의 국적 취득 관련 활동사항을 설명하고 있다.ⓒ더인디고

하지만 탈시설 논의가 본격화되면서 2019년부터는 출입국관리사무소 등과 수차례 걸친 상담을 진행했다. 왕씨의 대만 가족을 수소문하기 위해 한성화교협회와의 상담에 이어 영등포화교협회를 방문해 호적등본을 발급받기도 했다.

백지혜 인강원 생활재활교사는 지난 2014년부터 일정별로 왕씨의 국적 취득을 위해 백방으로 알아본 과정을 설명하며 “결국 출입국관리소는 ‘외국인등록증을 만들려면 여권을 만들어 오라’ 하고, 대만대표부는 ‘여권을 만들려면 외국인등록증을 가져오라’는 등 서로 만들 수 없는 서류만 가져오라며 떠넘겼다”며 그간의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어 백 교사는 “아주 오랜 시간 돌고 돌아서 여기까지 왔지만, 아직도 제자리걸음이다. 체류자격 취득, 외국인등록증, 여권, 비자 발급, 범칙금 해결, 간이귀화 신청 등 국적 취득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면서도 “처음과 다르게 관계기관 담당자들도 협력을 해주고 있어 희망을 갖게 됐다”고 그간의 소회를 밝혔다.

현재 인강원 측과 왕씨를 대리하는 단체들은 장애인 증비서류 준비에 이어 오늘 세종로에 있는 출입국관리사무소에 체류자격 신청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중화민국 국적을 인정하더라도 범칙금 3천만원이 먼저 해결돼야 한다.

▲정제형 변호사와 백지혜 생활교사 등이 왕씨이 범칙금 면제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더인디고
▲정제형 변호사와 백지혜 생활교사 등이 왕씨이 범칙금 면제와 안정적 체류자격 부여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하고 있다.ⓒ더인디고

법부무가 범칙금 통고처분을 면제하고, 안정적인 체류자격을 부여할 수 있도록 인권위의 신속한 시정권고가 요구되는 이유다.

[더인디고 THE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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