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중국집

0
56
▲선택 /사진=언스플래쉬
▲선택 /사진=언스플래쉬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친구 세 명과 함께 찾은 중국집!
먹고 싶은 메뉴를 말하는데 우동, 콩국수, 짜장면, 볶음밥… 제각각의 다른 메뉴를 고른다. 오늘같이 더운 날씨엔 콩국수가 제격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건 내 생각일 뿐이다. 중국집에서 메뉴를 통일하는 것이 좋겠다는 것도 소주 한 잔 곁들이려면 우동보다는 짬뽕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 또한 전적으로 내 생각일 뿐이다. 팔보채와 양장피를 주문하는 옆 테이블의 손님들을 보면서 나라면 탕수육이나 깐풍기가 나을 것 같다고 생각하지만, 그들은 나와는 다른 테이블에 있는 다른 사람이기에 다른 결정을 하는 것일 뿐이다.

어떤 이는 중국집에 들어가면 짜장면을 먹어야 한다는 오랫동안 정립된 생각이 있었을 것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겐 더운 날엔 면보다는 밥을 먹는 것이 영양학적으로 나은 결정이라는 판단이 내려졌을 것이다. 각자에겐 자신의 결정이 이 시간 이 자리에서 가장 최선의 결정이라고 믿겠지만 그것은 옳지 않을 수도 있고 혹여 옳은 판단이라 하더라도 다른 이에게까지 그렇다고 할 수는 없다.

자라온 환경이나 성향이 다른 사람들과 토론을 하면 내 생각과는 너무 다른 생각들을 마주할 때가 있다. ‘멀쩡한 사람인데 어찌 그런 생각을 하지?’라는 답답함이 들 때는 의도와 다르게 나의 주장으로 설득하려는 본능이 꿈틀거린다. 말이 많아지고 목소리가 커지는데 가만히 보면 상대방도 나와 같은 상태로 나를 대한다. 더운 여름날 냉면을 먹고 싶은 사람과 곰탕을 먹고 싶은 사람의 대화처럼 결론에 도달할 수 없는 소모적인 논쟁이 벌어진다. 그렇지만 곰탕을 먹는 것도 냉면을 먹는 것도 절대적으로 틀린 판단은 아니고 그렇다고 무조건 옳은 판단도 아니다. 곰탕을 먹으려던 사람이 냉면을 먹자는 사람의 의견에 따르거나 냉면을 먹자던 사람이 곰탕집을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서로 존중하고 각자의 식당을 찾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나는 콩국수를 선택한 것에 충분히 만족했지만, 우동이나 볶음밥을 고른 이들도 후회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설령 후회했다 하더라도 그것은 크게 잘못된 일도 아니고 나에게 사과할 일은 더더욱 아니다. 나는 나와 다른 그들에게 굳이 콩국수가 최선이었을 것이라고 설득할 필요도 없고 다른 이 또한 내게 그럴 이유는 없다. 다양한 선택과 메뉴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보거나 다른 시도를 해 보는 정도면 족하다. 그러다 나의 음식에 대한 취향이 변할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아도 큰 문제는 없다. 누군가 중국집에서 피자를 시킨다든지 단무지 대신 피클을 달라고 하는 정도의 룰에 벗어나는 주장을 하지만 않는다면 우리는 적당히 서로를 존중하고 이해하면서 살면 된다.

식당에서 메뉴를 통일하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만, 굳이 통일할 필요는 없다. 우리가 다른 이의 생각을 온전히 수용하는 것 또한 굉장히 어려운 일이지만 꼭 그럴 필요도 없다. 우리는 다르기에 서로 다름을 적당히 포용하고 인정하기만 하면 된다. 메뉴판의 음식 수만큼 세상엔 아주 많은 다름이 존재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승인
알림
6628087f6b780@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