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쏘young의 쏘diversity] 환경과 인권, 지금까지 잊고 있었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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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6년 한 휠체어 사용자가 허리케인 매튜로 도로가 파괴된 플로리다주 플래글러 비치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PF뉴스 영상 캡처
▲지난 2016년 한 휠체어 사용자가 허리케인에 의해 파괴된 플로리다주 플래글러 비치 도로를 바라보고 있다 /사진=APF뉴스 영상 캡처
  • 소소:소수의 소리⑤

[더인디고=김소영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김소영 더인디고 집필위원

얼마 전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있었다. 최근 집을 장만한 친구가 보궐선거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나에게 말했다. “나는 이제 지지하는 정당이라고 무조건 뽑지 않고, 나의 삶의 질에 도움이 되는 정치인을 뽑기로 했어” 라고. 나와 아주 가까운 사이었기에 이 말을 단번에 해석할 수 있었는데, 이는 곧 ‘규제 완화와 개발로 집값을 올려주는 당의 후보를 뽑기로 했어’ 라는 말이었다. 나는 그에게 “너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게 집값만은 아닐 거야”라고 대답했다.

그러면서 ‘너의 삶의 질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생각해 보았는데, 당장 떠오르는 것은 인권과 환경이었다. 나는 환경 이슈에 관심이 갔는데, 환경 이슈가 인권 이슈와 같은 처지(?)에 놓여있다고 생각해서였다. 그러니까 인간의 삶의 질 혹은 국가의 발전 상태를 소득으로만 판단하거나, 최소 투자 최대 이익을 최고의 가치로 여기거나, 이를 의미하는 ‘효율성’이라는 단어가 곧 ‘경제성’과 동일하게 사용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환경이나 장애인권의 이슈는 나중으로 미뤄도 되는 의제, 잊힌 의제들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더 많은 공장을 짓기 위해 산림을 파괴하고, 바다를 메우고 있다. 세워진 공장들은 매년 500억 톤이 넘는 온실가스를 배출한다. 온실가스 배출을 줄일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경제적’이지 않으므로 배출을 택한다. 걸어가거나 자전거를 이용하면 대기오염을 줄일 수 있고, 장바구니를 이용하면 일회용 쓰레기를 줄일 수 있지만, 느리고 비효율적이므로 선택하지 않는다. 이는 마치 접근성을 위해 경사로를 설치하라고 요구하면, 소수에 불과한 휠체어 사용자를 위해 진입로에 경사로를 설치하는 것은 효율적이지 않다는 것과 같다. 또 업무처리가 느린 장애인들을 고용하면 회사의 이익에도 손해이니 최저임금을 주지 않아도 된다는 차별의 모습과 결이 같다. 더 빠르게, 더 편하게, 효율성을 추구하는 하는 현대사회의 기조가, 환경과 장애인을 주류 담론에서 소외시키고 있다.

국제사회에서 환경오염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활동은 오래전부터 이뤄져 왔다. 매년 이번 달의 5일을 환경의 날로 지정했고 기후변화방지협약, 사막화방지협약, 생물다양성협약 등도 채택하며 지구환경 보전을 위해 공동노력을 다짐했다.

한편 2019년에는 UN 인권이사회가 기후변화와 관련된 장애인의 권리를 다루는 결의안을 발표했다. 환경오염으로 인한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는 장애인이라는 점에 각국 정부는 장애 포괄적 접근을 고려한 기후 변화 대응 계획을 마련하라는 것이다. 성장과 발전의 담론에 밀리면서 그로 인한 피해는 가장 취약하게 받는다니 억울하고 슬퍼서 웃음까지 났다.

좋아하는 작가이자 인권기록 활동가인 홍은전의 칼럼에서 이런 구절을 읽은 적이 있다.

“우리 몸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심장이 아니다. 가장 아픈 곳이다. … 가장 먼저 위험을 감지한 사람들, 이 세상의 브레이크 같은 존재들이다. 속도를 낮추고 상처를 돌보았어야 한다. 상처 난 곳으로 온간 악한 것들이 꿀처럼 스며드는 법이다”.

지금 우리가 돌보아야 할 상처는 환경이고, 인권아닐까!

‘이스털린의 역설’을 통해 알 수 있듯이 소득이 늘어난다고 해서 행복감이 늘어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욕구 수준이 늘어남에 따라 행복감은 전혀 증가하지 않거나, 줄어들기도 한다. 우리는 언제까지 ‘소득 증대에 치중한’ 발전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이 발전이 우리를 언제까지 행복하게 해줄 수 있을까. 당연하게 받아들였던 발전과 성장에 대한 패러다임을 바꿔야 할 때이다. 모두 다 같이 아프지 않게 가는 것, 더 이상의 환경오염을 막고,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사회를 이룩하는 것, 이것이 진정한 발전이고 성장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선임, 2014년부터 장애청년 해외연수 운영, UNCRPD NGO 연대 간사 등을 하면서 장애분야 국제 활동에 깊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 자유롭게 글도 쓰며 국제 인권활동가로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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