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장애인과 일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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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두 위에 빈 잔과 원두를 갈이 내린 커피가 담긴 잔이 나란히 놓여 있다./Unsplash
▲원두 위에 빈 잔과 원두를 갈이 내린 커피가 담긴 잔이 나란히 놓여 있다./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레슬링 선수 출신 지인이 대화 도중 이런 말을 한다.
“일반인들도 출전할 수 있는 통합대회가 있는데 선수 출신들을 이기기는 힘들죠.”
TV 뉴스에 초대된 전문가는 앵커에게 이런 말을 건넨다.
“일반인들은 쉽게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지만 최대한 쉽게 설명해 보겠습니다.”

음악을 하는 사람들도 과학자들도 의사들도 스스로 가진 전문성을 획득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지칭한다. 스스로가 속한 작은 집단에 대한 자부심이 높은 집단들일수록 그 무리에 속하지 못한 다수의 사람을 일반인이라는 큰 틀에 가둠으로써 일반인 아닌 집단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일반인’의 사전적 의미 역시 특별할 것 없는 다수에 속하는 보통 사람들을 의미한다. 어떤 기준에 의해 나눠진 두 집단의 크기가 현저하게 크기의 차이를 보일 때 다수인 쪽을 ‘일반인’이라고 지칭하는 것이다.

신체 능력을 기준으로 보면 운동선수는 일반인에 속하지 않지만, 우주에 대한 전문지식을 기준으로 한다면 그는 일반인의 그룹에 속할 가능성이 높다. 백신 전문가와 일반인, 군사 전문가와 일반인, 요리사와 일반인으로 나누기도 하지만 끔찍한 범죄를 저지른 집단과 배치되는 다수를 ‘일반인’이라고 하기도 한다. 그 의미가 우열의 어느 쪽에 속하는 것과 관계없이 일반인의 본디 뜻은 단지 수적인 우위에 있는 사람들을 말하는 것이다.

나 같은 특수교사의 입장에서 특수교사 아닌 교사들을 일반교사라고 하고 특수학교 아닌 학교를 일반학교라고 부르지만, 거기엔 우열의 감정은 전혀 섞여 있지 않다. 때때로 일반교사는 특수교사에 비해 우월한 전문성을 가졌다고 착각하거나 특수교사는 일반교사들보다 특별히 착하다는 오해를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것은 애초부터 진실도 아니거니와 그것이 일반교사와 특수교사를 나누는 기준이 되지도 않는다. 단지 대다수의 교사는 일반교사이고 조금 다른 방법의 교육을 하는 교사를 특수교사로 나눠 부르는 것일 뿐이다.

장애인과 일반인도 그렇다. 인구의 90%를 차지하는 대다수의 사람을 일반인이라고 부르고 그와는 조금 다른 특징을 가진 소수를 장애인이라고 부르는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 그룹의 나눔에서만큼은 ‘일반인’이라는 단어의 사용은 비인권적이거나 감수성 떨어지는 사람들이 쓰는 표현이라는 낙인이 붙기 시작했다. 장애인에 반대되는 그룹은 일반인 아닌 비장애인으로만 불려야 한다고 한다.

그 구분의 잣대가 전문성이나 긍정적 우위와 관련한 것이 아닌 신체의 손상 같은 부정적 잣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이도 있지만, 우리는 환자의 반대되는 사람들을 비환자라고 하지도 않고 난민의 반대로 비난민이라는 단어를 사용하지도 않는다. 무엇보다 장애는 단지 다름일 뿐이라고 말하는 이들이 그와 다른 다수를 일반인이라고 인정하지 못하는 것은 모순적이다. 사회적 편견이나 왜곡된 관념들이 그동안 ‘장애’ 혹은 ‘장애인’이라는 단어 자체에 부족함이나 불편한 의미를 덧씌운 것이 ‘장애인’과 그에 대비되는 ‘일반인’의 관계를 일반적이지 않은 정상과 비정상의 그룹으로 나누어 왔기 때문이라면 그것을 바꾸는 것이 우선되어야 할 일이다.

장애인은 전체 중 분명히 소수에 속하고 장애를 기준으로 집단을 나누는 것은 항상 유쾌한 일은 아니지만 그런 분류는 운동선수와 일반인을 나눌 때처럼 꼭 필요한 경우들이 존재한다. 나는 장애를 기준으로 특수교육의 대상이 되기도 했고 여러 가지 복지혜택의 수혜자가 되기도 했다. 그때마다 모든 서류에서 나의 불편함을 덜어내기 위해 나와 다른 특성을 가진 모든 이들의 서류에 비장애인이라고 체크하는 것은 너무나 소모적인 일이다. 사회의 인식이 되돌릴 수 없을 만큼 심하게 왜곡되었을 때 새로운 단어의 사용이나 기존단어를 좀 더 나은 단어로 대체하는 것은 때때로 필요하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지는 않고 지속해서 그럴 필요도 없다.

나는 나의 장애에 대해 열등감을 가지지도 않고 장애 없는 이들을 우러러보지도 않는다. 어떤 면에서는 장애로 인해 가지는 전문성도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우리도 장애인 아닌 사람들을 일반인이라고 부를 수 있어야 한다. 적어도 스스로가 장애 없는 사람들에 비해 열등하다고 느끼지 않는다면 자신 있게 스스로가 속한 집단 이외의 사람들을 일반이라고 부르자.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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