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시설 설치 대상 50제곱미터 이상? 되려 장애인의 접근권 제한하는 복지부의 기만적 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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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보건복지부의 50제곱미터 편의시설 대상 범위 확대를 기만적 정책이라며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가 보건복지부의 50제곱미터 편의시설 대상 범위 확대를 기만적 정책이라며 비판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더인디고
  •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한정하는 면죄부에 불과
  • 50제곱미터, 2022년 1월 1일 기준 신축, 개축, 증축 건물로 한정
  • 생활편의시설 접근권 제한 차별구제청구소송 조정과정 거부한 복지부 도대체 왜?

[더인디고=이용석 편집장]

장애인단체들이 보건복지부의 ‘장애인·노인·임산부 등의 편의증진 보장에 관한 법률(이하 장애인등편의법)’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 기준을 300제곱미터 이상에서 50제곱미터 이상으로 변경하는 시행령 개정령 입법예고에 이의를 제기하고 나섰다.

이번에 입법예고한 시행령 개정령을 면적기준으로만 단순히 살펴보면 편의시설 의무설치 기준을 300제곱미터(약 90평)에서 50제곱(약 15평)로 그 대상을 넓히는 내용이다. 그런데 왜, 장애인 단체들은 이러한 보건복지부의 결정에 반발하는 걸까.

장애인차별추진연대,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한국장애인자립생활센터협의회, 한국뇌병변장애인인권협회, 전국장애인야학협의회, 전국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의 생활편의시설 이용 및 접근권 확보를 위한 공동대책위(이하, 접근권 확보 대책위)는 오늘(7.9.) 청와대 분수대 앞 기자회견을 열고, 보건복지부의 이번 시행령 개정령을 강하게 비판했다.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가 여는발언을 하고 있다@더인디고

박김영희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상임대표는 “여러분(비장애인)은 아파트 단지 아래 있는 편의점이나 미장원에 자유롭게 출입할 때, 장애인들은 들어갈 수 없어 문 앞에서 돌아 나와야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전제한 뒤, “1997년 만들어진 이 법이 2021년에 와서야 개정되는데 보건복지부는 또다시 50제곱미터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대상을 넓혔다고만 자랑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또한 박김 상임대표는 보건복지부 장관과 대통령에게 턱 앞에서 죽어갔던 84년 고 김순석 열사의 심정을 아는지 묻고, 거꾸로 가는 장애인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싸울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어 연대발언에 나선 김주현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는 20여 년 만에 “내놓은 정부 시행령 개정안은 신축 건물에 한해 면적기준을 완화한 면죄부를 다시 주자”는 면죄부에 불과하며, “면죄부는 기준을 아무리 강화해도 면죄부”라면서, “면적기준을 폐지하고 신축건물들이 장애인등편의법을 준수할 수 있도록 정부의 지원과 책임을 강화하는 쪽으로 시행령이 개정되어야”한다고 주장했다.

보건복지부는 해당 시행령 규정의 개정 이유를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이·미용실 등 일상생활에서 누구나 수시로 이용하는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에 최소한의 편의시설 설치를 권고하는 국가인권위원회 정책권고 결정에 따라 소규모 공중이용시설의 장애인 편의시설 의무설치 면적기준을 강화하여 접근성을 개선하고 편의를 증진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장애인단체들은 또다시 50제곱미터 이하의 공중이용시설은 편의시설을 설치하지 않아도 된다는 의미에 불과하며, 결국 50제곱미터(약15평) 이하의 음식점, 편의점, 제과점, 이·미용실은 여전히 장애인에게 출입금지 공간으로 남게 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장애인등편의법은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하게 모든 공간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제정됐지만, 보건복지부는 시행령으로 면적을 기준으로 일정 기준 이상의 공간만 법에 적용되도록 한정해 규정함으로써 오히려 면죄부를 주는 법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로 지난 20여 년 동안 장애인은 300제곱미터라는 면적 기준에 묶여 모두가 자유롭게 출입하는 음식점, 편의점, 커피숍조차도 마음대로 출입할 수 없도록 했다는 것이다.

현재 접근권 확보 대책위 등 장애인단체와 공익변호사들이 함께 생활편의시설에 장애인이 접근할 수 없는 것은 명백한 장애인차별금지법 위반이라며 차별구제청구소송을 진행 중에 있으며, 소송의 피고 중에 하나가 바로 보건복지부다. 2018년 제기된 소송은 3년의 조정과정을 거쳤지만 끝끝내 재판부의 조정과정을 받아들이지 않은 GS편의점과 대한민국에 대하여 본안소송으로 진행 중에 있다.

보건복지부는 300제곱미터를 50제곱미터로 낮춤으로써 마치 이제 장애인이 들어갈 수 있는 생활편의시설의 수가 엄청나게 늘어난 것처럼 발표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시행령이 시행되는 2022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새로 신축, 개축, 증축 되는 건물에 한정하고 있기 때문에 2021년 12월까지 지어지는 건물의 생활편의시설은 모두 해당이 되지 않는다. 결국 이전에 300제곱미터라는 면적기준 때문에 들어갈 수 없었던 곳에 들어갈 수 있게 된 것이 아니라 새롭게 짓는 건물에만 50제곱미터 기준이 적용될 뿐이다.

접근권 확보 대책위 등 장애인단체는 장애인의 권리를 확대하고 합리적 편의시설이 설치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시행해야 하는 주무부처가 전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적용하지 않는 근거도 없는 면적기준으로 편의시설 설치 의무를 만들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면적이 좁다는 이유로 실제 매출이나 수익과는 전혀 상관없이 의무가 생기거나 의무가 없어지는 지금의 법 형태는 편의시설을 설치해야하는 사업주들의 입장에서도 결코 합리적인 조치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 개정안은 장애가 있기 때문에 당연히 못 들어가는 곳이 있을 수밖에 없으며, 장애인의 접근권을 보장하는 것이 아니라 장애인의 접근권을 합리적으로 침해하는 것이 지금 복지부가 내놓은 장애인등편의법 시행령이라는 것이다.

접근권 확보 대책위 등 장애인단체는 이제 더 이상 장애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법을 그대로 지켜보면서 참고 견뎌낼 생각이 없으며, 장애인등편의법이 만들어져서 자유롭고 평등한 일상생활을 꿈꾸었지만, 오히려 법이 정한 면적기준으로 출입가능여부가 결정되는 시간들은 20년이면 족하기에 이제는 누구나 자유롭고 평등한 일상생활을 누릴 수 있는 공간을 만들기 위해 끝까지 싸울 것임을 주장했다.

[더인디고 THEINDIGO]

오래 전에 소설을 썼습니다. 이제 소설 대신 세상 풍경을 글로 그릴 작정입니다. 사람과 일, 이 연관성 없는 관계를 기꺼이 즐기겠습니다. 그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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