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연, ‘국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은 ‘유엔장애인권리햡약’ 대로!

82
▲김진수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우리나라 탈시설 운동 시작점이 된 향유의집이 36년 만의 폐지(21.4.30)를 하루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시설 경험과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 소장 뒤 한 참가자가 ‘시설말고 내 집에서, 하루빨리 지금당장! 탈시설 정착지원!’이라고 쓰인 손 팻말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김진수 김포장애인자립생활센터 소장이 우리나라 탈시설 운동 시작점이 된 향유의집이 36년 만의 폐지(21.4.30)를 하루를 앞두고 열린 기자회견에서 자신의 시설 경험과 그동안의 소회를 밝히고 있다. 김 소장 뒤 한 참가자가 ‘시설말고 내 집에서, 하루빨리 지금당장! 탈시설 정착지원!’이라고 쓰인 손 팻말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8월 복지부 발표 앞두고 ‘전장연 탈시설 로드맵’으로 압박
  • 전장연 로드맵은 ‘장애인거주시설 폐쇄와 탈시설 자립지원’
  • “진짜 탈시설?… 시설 중심 정책 사과와 국가책임 이행”

[더인디고 조성민]

정부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을 내달 중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진짜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입장을 제시하고 나섰다.

원론적이지만 ‘유엔 장애인권리협약(CRPD)’의 일반원칙과 제19조(자립생활 및 지역사회 통합) 등에 따른 ‘장애인거주시설 폐쇄’ 및 ‘탈시설 자립지원’ 이행이 핵심이다.

전장연은 21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국가 주도 로드맵이 이후 탈시설 정책 추진에 있어서 빈껍데기에 불과한 로드맵으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또 전장연 만의 로드맵 명칭에서부터 탈시설 개념 그리고 현재 거주시설 등의 존폐 등 전반적인 입장 등도 함께 밝혔다.

▲21일 줌으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기자간담회
▲21일 줌으로 열린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 기자간담회

전장연 탈시설은? “CRPD 원칙과 조문 그대로

최한별 한국장애포럼 사무국장은 CRPD와 ‘일반논평 제5호(제19조 관련)’ 등의 근거를 들어 탈시설 의미와 국가 의무가 무엇인지를 강조했다.

최 국장은 “장애인이 시설 혹은 지역사회에서 살지는 선택의 문제가 당연한 권리”라면서 “다만 지역사회에서 ▲혼자 살더라도 시설 또는 시설화의 요소가 없는 ‘자립적 주택’에서 살아야 하고 ▲여럿이 살더라도 ‘자기결정권’과 ‘자율성’ 등을 존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국가는 ▲장애인단체들과의 긴밀한 협의를 통한 전략적 계획 수립과 이행 ▲시설 폐쇄와 시설 수용제도 철폐 ▲탈시설의 관점과 예산배정 등의 의무를 다하는 것이 CRPD의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최 국장은 또 “지난 2012년 유럽연합이 ‘시설에서 지역사회 전환(탈시설) 가이드라인 (European Expert Group(EEG) on Transition from Institutional to Community-based Care, 2012)’을 수립, 시설폐쇄 등 향후 일정 등 구체적 지침과 모니터링 등을 제시한 것은 좋은 예시일 수 있다”고 언급했다.

국가 탈시설 로드맵은 자립지원아닌 10년 내 시설폐쇄와 탈시설 자립지원 방향 담아야

이어 전근배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은 ‘국가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전장연의 입장을 보다 국체적으로 제시했다.

우선 정부가 발표할 로드맵 명칭은 ‘자립지원’이 아닌 ‘장애인 탈시설 로드맵’이어야 한다는 것.

▲참석자들이 탈시설지원법 제정과 국가 탈시설 로드맵 수립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참석자들이 탈시설지원법 제정과 국가 탈시설 로드맵 수립 등이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전 국장은 “CRPD 제19조 일반논평에서 탈시설화를 ‘시설폐쇄’와 ‘시설화 요인제거’로 규정한 만큼 기존 시설의 폐쇄와 지역사회 자립생활을 실현하도록 하는 조치를 모두 포함하는 명칭을 사용하되, 국내의 첫 탈시설 로드맵인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CRPD 제19조와 유럽연합의 가이드라인처럼 보다 포괄적인 명칭(예. 자립새활 로드맵)을 사용할 필요도 있지 않으냐는 본지(더인디고) 질문에 최 국장과 전 국장은 ‘탈시설 로드맵’의 명칭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또 탈시설(화)의 정의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 자신의 삶에 관한 선택과 결정을 하는 데 필요한 모든 수단을 받으며 완전하게 통합될 수 있도록 ‘시설에서 지역사회로 이동을 지원(Exdous)’하고, ‘기존 시설을 폐쇄하며(Closing)’, ‘지역사회에 자립생활을 보장(Community Living)’하는 정책 및 그 과정”이라며 “이는 물리적 장소에 초점을 둔 ‘거주지 이전’의 개념이나 시설 밖 ‘소규모화(그룹홈 등)’ 또는 시설 재투자를 통한 ‘위성시설’ 유도도 금지돼야 하는 만큼 ‘장애인거주시설개편방향’과는 분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렇다고 보건복지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거주시설 폐쇄방안을 담을지’, ‘탈시설 용어’를 제도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회의적이다. 비마이너 기자의 질의에 ‘장애인 권리보장법 민관협의체 TF’ 장애계 위원으로 참석한 박경석 이사장은 “정부가 시설에서 당장 나오기 어려운 최중증장애인이 있는 상황에서 폐쇄를 단언하기는 어렵고, 또 ‘탈시설’이라는 표현도 법적 용어로 사용하기엔 부담스러워 하는 것 같다”고 정부 측 의견을 대신 전했다.

전장연 탈시설 로드맵은 신규 시설 설치와 입소도 반대공동생활가정과 입소대기 및 잠재수요자 포함

한편 전 국장은 국가 차원의 탈시설 로드맵 추진 원칙으로 ▲장애인의 자립생활을 기본권으로 인정할 것과 ▲단계적 시설폐지를 통한 자립생활 권리를 적극 보장하고 ▲장애유형과 정도, 연령, 거주 시설형태 등과 관계없이 비차별 원칙 준수 ▲자립생활 주거서비스의 시설화 요인 적극 제거 등 4대 원칙을 제시했다. 동시에 10년 이내 단기보호시설과 공동생활가정 포함, 모든 장애인거주시설 폐지뿐 아니라 신규 장애인거주시설 설치 차단 및 신규 입소도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정책대상과 지원방향으로는 장애인 약 3만 명이 거주하는 장애인거주시설은 ▲10년 이내 폐쇄‧폐지 계획 발표(연차적 보조금 중단)와 ▲기존 장애인거주시설 자원의 지역사회 전환 목적으로 재배치 ▲5년 단위 계획 수립을 통하여 연도별 시설폐지 및 탈시설 인원 설정 ▲계획 내 기존 시설 자원의 지역사회 전환 배치 계획을 포함하도록 했다.

공동생활가정 거주 장애인 2천 9백 명에는 ▲지원주택 등 자립생활 주거서비스로 개편 우선 적용하고, 거주시설 입소대기 6백여 명과 시설입소 잠재수요자 대상으로는 ▲신규 시설설치와 입소 금지에 따라 지역사회 자립지원서비스 제공과 ▲주거‧돌봄‧의료 등 서비스 통합연계를 통해 지역사회 내 생활을 지원하고 ▲IL센터를 통한 자립생활 프로그램(체험형 등) 제공 확대를 주장했다.

부득이한 시설 중심 정책과 인권침해에 대한 국가 반성과 책임 명확해야 진짜 탈시설의 시작

▲진짜 탈시설과 가짜 탈시설을 가르는 3가지 기준 발표 자료 중에서
▲진짜 탈시설과 가짜 탈시설을 가르는 3가지 기준 발표 자료 중에서

전 국장은 또한 “‘진짜 탈시설’과 ‘가짜 탈시설’을 가리는 3가지 기준으로 ▲권리보장의 의무주체를 국가책임으로 명확하게 하고 ▲단순 주거공간 재배치가 아닌 삶의 주도권 등에서 당사자의 권한 강화와 ▲결과적으로 시설이 사라지는지 여부에 달려있다”면서 “무엇보다 ‘국가가 그동안 부득이한 사정으로 시설 중심의 정책을 취했고, 그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사과해야 적극적 조치도 취할 수 있을 것”이라며 국가 책임을 거듭 강조했다.

탈시설은 더 이상 논쟁의 대상이 아닌 ‘권리’라는 점은 국내외 시대적 흐름이나 국제법상으로도 분명해 보인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8월 ‘국가 장애인 로드맵’ 발표를 앞두고, 전장연이 온라인 간담회를 통해 탈시설의 원칙이나 대상과 방향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며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모양새다.

하지만 탈시설에 따른 인프라 여부는 차치하더라도 지원 가능한 원칙과 서비스 방식 등은 더 촘촘하게 설계되어야 할 과제라는 점도 분명하다.

이날 간담회에서 특히 본지(더인디고)가 궁금한 것들, 예를 들면 국회 계류 중인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통과와 더불어 국가책임으로 전환되더라도 장애인 당사자가 시설 밖으로 나오면서 마주하는, 국내 어디든 자신이 머물 지역과 주거형태는 자기 결정권에 기초하는지, 시도별 탈시설지원센터(운영 주체 포함)가 설치되더라도 이를 제대로 계획하고 지원할 수 있을지, 결국 시설 종사자냐 활동지원사냐라는 사람의 문제로 남는 것은 아닌지, 또 시설에 있는 미성년 아동 등은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머리를 맞대야 할 과제다.

한편 기자간담회 이후 ‘전장연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일부 장애인 단체 관계자들의 생각을 들어봤지만, ’10년 내’라는 시간적 문제와 ‘단체의 주장’이라고 일축할 뿐 구체적인 입장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더인디고 THE INDIGO]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