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혼걷이굿 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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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의 얼굴/사진=픽사베이
여자의 얼굴/사진=픽사베이

종석의 급작스런 죽음은 온 집안을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기에 충분했다. 삼일 밤낮 동안 시신을 붙안고 죽기 살기로 뒤넘이를 치던 여자는 친척 어른들과 동네 사람들의 완력에 가까운 만류로 겨우 껑더리가 되어 맥살을 놓아버렸다.

화장터에서 장례를 치르고 온 날 밤, 잠을 자던 여자는 가슴이 답답해서 눈을 떴다. 어둠 속에서 여자가 그녀를 고리눈을 뜨고 노려보고 있었던 것이다. 더럭 겁이 난 여자는 얼른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자 여자가 달려들어 목을 조르며 악지를 부리기 시작했다.

이 아귀 같은 년, 내 이럴 줄 알았제. 네년이 우리 씨앗을 훔쳐갈 줄 알았다꼬!

우악스런 여자의 손길에 깔려있던 여자는 가물가물 점점 혼미해지는 의식을 느끼며 이렇게 죽는구나, 싶었다. 그런데 여자의 사납던 표정이 점점 풀어지는가 싶더니 목을 조이던 손아귀에 힘이 쑥 빠지는 게 느껴졌다. 여자의 배를 타고 누르던 여자가 어둔 창밖을 돌아보았다.

종석이냐. 너 올 줄 진즉에 알았구마.

여자의 얼굴에 금새 화색이 감돌았다.

오냐, 언니한테 그라지 말라고? 알았구먼. 우리 씨앗이 하지 말라카문 그만둬야제.

눈빛은 초점을 잃고 몹시 흔들리고 있었다. 여자는 그런 여자를 겁에 질린 채 훔쳐보며 훌쩍훌쩍 울고만 있었다.

그 후 여자는 공부를 핑계로 밤이 깊어서야 집에 들어가곤 했다. 여자가 지다위를 부릴까봐 무서웠다. 무슨 일을 저지를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매일 반복되었다. 늦은 밤에 집에 들어가면 여자는 종석의 방에서 혼곤히 잠들어 있곤 했다. 종석의 사진을 끌어안고 잠이 든 여자의 표정은 평안함이 깃들어 있었다. 여자는 그런 여자에게 이불을 덮어주고는 자신의 방으로 건너와 방문을 걸어 잠갔다. 헌데 그날은 여자가 한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채로 툇마루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대문을 들어서던 여자는 그 모습을 보고 우뚝 걸음을 멈추었다. 집안에서 알싸한 향내가 난다고 느꼈다.

인제 오나? 그래 피곤하제?

여자가 다정하게 그녀를 반기며 어깨를 감싸 안았다.

웬 한복을 입었어요?

저녁밥을 먹다 말고 여자가 묻자 여자는 당황하며 얼버무렸다.

으응, 오늘 낮에 동네잔치가 있었구마. 거기 댕겨오니라고 좀 늦어서 옷도 못 갈아 입었제. 밥 묵고 정지간에 물 따습게 덮혀놨으니 뽀득뽀득 씻고 속곳도 갈아입어라. 그라고 벗은 속곳은 물에 텀벙 담가 적수지 말고 정지 구석에 있는 대야에 담아두고, 알았제?

때 없이 살갑게 대하는 여자를 곁눈질로 힐끗거리면서 찜찜했지만 여자는 여자의 비위를 건드리고 싶지 않아 시키는 대로 부엌으로 가서 몸을 씻었다. 그리고 벗은 브래지어며, 팬티는 구석에 놓인 대야에 훌쩍 던져넣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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