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청, 무국적 지적장애인에 ‘체류자격’ 주고 ‘수급자격’ 박탈… 간이귀화? “능력 있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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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재단법인 동천 등 왕씨의 대리인단은 10일 오전 생계 유지능력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귀화허가를 보류한 법무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왕모씨, 인강원 관계자가 ‘시설거주 장애인 간이귀화 신청 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서류를 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와 재단법인 동천 등 왕씨의 대리인단은 10일 오전 생계 유지능력 능력을 증명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귀화허가를 보류한 법무부를 상대로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다. 사진은 왼쪽부터 재단법인 동천 정제형 변호사. 왕모씨, 인강원 관계자가 ‘시설거주 장애인 간이귀화 신청 차별 국가인권위 진정’ 서류를 들고 있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 왕씨, 36년간 시설에서 무연고 자격으로 수급생활
  • 시설폐쇄 앞두고 체류자격 얻었지만, 생계·의료수급 박탈
  • ‘간이귀화’ 하려면 3천만원 등 ‘생계 유지능력’ 증명해야
  • 장추련 등 “인권위, 시정권고 나서야” 진정제기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미등록 체류 장애인으로 살아온 왕 모 씨(70년생)는 최근 3년간 체류자격은 받았지만, 대신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수급자격이 박탈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왕씨는 중증지적장애인으로 36년간 장애인거주시설 ‘인강원’에서 생활했다. 인강원이 내년 폐쇄를 앞두고 있기 때문에 왕씨는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이전하거나 지역사회 자립을 준비를 주변 종사자들과 국적회복에 나섰다.

문제는 3년 동안 체류자격은 받았지만, ‘외국인’ 신분이 되면서 그동안 시설에 머물며 받던 복지서비스가 9월부터 모두 중단됐다. 오히려 시설 이용료와 건강보험료도 매달 13만 원씩 납부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에 왕씨는 지난 7월 ‘간이귀화’를 신청했지만, 3천만원 이상의 자산이나 취업 또는 취업 예정을 입증할 수 있는 생계유지 증명 서류를 제출하지 못해 허가가 보류된 상태다.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장추련)와 재단법인 동천 등 대리인단은 “왕씨가 생계유지를 증명하는 서류를 제출할 수 없음에도 간이귀화 허가를 보류한 것은 왕씨의 생명과 생존권을 위협하는 것”이라며 10일 오전 법무부를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에 진정서를 제출했다.

미등록 체류자 36년 만에 체류허가, 하지만 외국인 이유로 수급자격 박탈

왕씨는 중화민국(대만) 국적의 아버지와 한국 국적의 어머니 사이에서 1970년 9월 한국에서 출생했다. 15세가 되던 1985년 6월, 도봉구청의 입소 의뢰로 인강원에 입소했다. 당시 기록에 따르면 연고자들은 연락이 두절된 상태다.

왕씨는 입소 당시 오늘날 지적장애 1급에 해당하는 ‘장애자등록번호’를 부여받았지만, 이후 지능 및 장애정도를 정확히 검사받은 적은 없다. 올해 8월 4일이 돼서야 장애정도가 심한 지적 장애 판단을 받았다. 왕씨는 인강원에 머무는 동안 장애인이 아닌 ‘노숙인복지법’에 따라 노숙인 등으로 분류되어 의료급여와 시설 수급자로 생계급여를 받아 왔다.

장애인 등록을 하게 된 것도 왕씨가 지역사회에서 거주할 수 있도록 모든 법적 절차를 밟게 된 것이다. 인강원은 2014년 횡령과 시설 내 장애인 학대가 발생한 곳으로 지난 2020년부터 서울시 지역사회 서비스 변환 정책에 따라 내년에는 시설 폐쇄가 예정돼 있다.

인강원 직원들은 왕씨의 장애인등록뿐 아니라 국적회복이 필요하다고 판단, 올해 6월 10일 서울출입국 외국인청 세종로출장소에 방문하여 체류자격 발급을 신청했다.

▲36년간 인강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왕모씨가 2021년 6월 10일 열린 기자회견에 참석 ‘51년을 살아왔다! 국민으로 인정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36년간 인강원에서 생활하고 있는 왕모씨가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 ‘51년을 살아왔다! 국민으로 인정하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앞서 외국인청은 왕씨가 임시라도 체류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불법 체류 기간에 해당하는 3천만원의 범칙금을 요구해 장추련 등이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한 바 있다. 하지만 외국인청은 왕씨가 중증지적장애인이고, 연고자들의 조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출생 이후 한국에서만 생활한 것 등을 들어 불법체류 기간에 해당하는 범칙금 3천만원은 면제했고, 3년간 체류자격(F-2-99 기타장기체류자)도 부여했다.

중증지적장애인에 생계유지 증명은 장애인 차별인권위 대책 만들어야!

대신 왕씨는 이달 1일부터 모든 사회복지급여 및 서비스 일체가 중단되는 위기를 맞게 된 것. 앞으로 장애인연금, 생계 및 의료급여 등 기본적인 생활보장 서비스를 받아야 일상생활이 가능함에도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 받은 비자가 오히려 왕씨의 생존을 위협하는 꼴이 됐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7월 21일 간이귀화를 신청했지만, 외국인청은 ‘국적업무처리지침상’ 생계 유지능력을 증명하는 서류의 제출을 요구하고 나섰다. 즉 생계유지를 증명하지 못하면 귀화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왕씨의 대리인단은 “왕씨가 기존 불안정한 무국적자의 지위를 해소하고 지역사회에서의 안전한 생활을 위해 F-2-99라는 일시적인 체류자격을 받았다. 하지만 오히려 이 자격이 생존을 더 위협하는 불합리한 결과를 초래했다”면서 “이후 간이귀화를 신청했으나 외국인청은 합리적인 이유 없이 평등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대리인단은 또한 “생계유지 능력 요건을 비장애인에게 요구하는 것과 동일한 수준으로 장애인에게 요구한다면, 경제활동이 어려운 장애인으로서는 사실상 국적 취득에 있어 장애인을 차별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이어 “유지능력 여부를 판단함에서도 피해자가 제출할 수 없는 서류만을 기준으로 하는 것도 문제이거니와 설사 그렇더라도 국적법 및 관계 법령의 취지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왕씨는 간이귀화 허가로 국적만 취득한다면 적절한 급여와 사회복지서비스 등을 충분히 받을 수 있으며 근로나 훈련에도 종사할 수 있다. 즉 국적 취득 이후 생계유지가 곤란하게 될 경우는 없다”며 “인권위가 지적장애인 왕씨의 삶이 위협받지 않도록 잘못된 법 적용과 기준에 대해 관련 기관에 강력하게 시정권고해 주실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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