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행복 복습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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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한 사람/ⓒ픽사베이
ⓒ픽사베이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수업 시간에 만나는 대부분의 학생은 그날 배우는 개념을 대체로 잘 이해한다. 복잡한 수식도 시각장애인에게 어려울 것 같은 도형이나 그래프도 힘들어하기는 해도 당일의 문제를 풀어내는 데 전혀 지장이 없을 정도다.

이렇게만 하면 중간고사에서 전부 다 100점 맞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하지만 그런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 오늘 배운 것을 오늘은 알지만 내일은 감쪽같이 잊어버리는 마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조물주는 우리에게 망각이라는 꼭 필요한 선물을 주셨지만 우리는 그것을 무비판적으로 사용하는 경향이 있다.

오늘 수업 시간에도 그랬다. 지난 시간까지 배운 엇각과 동위각의 개념만 안다면 평행사변형의 성질을 증명하는 것은 단순한 퍼즐게임 같은 것이었지만 기억 속에 그것이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것은 누구도 빠져나갈 수 없는 미로처럼 불가능한 과제가 되고 만다.

“어떻게 하면 수학을 잘 할 수 있을까요?”라는 익숙한 질문에 인간의 기억과 관련한 교육심리학적 학설을 이야기해 주었다.

“너희들이 내가 수업 시간에 잠깐 꺼낸 농담을 기가 막히게 기억하는 걸 보면 절대로 머리가 나쁜 것은 아니야. 단지 수업내용은 반복해서 보지 않기 때문에 장기기억으로 넘어가지 못하는 거야. 쉬는 시간에 곧바로 농담을 되풀이하듯 수업내용을 한 번씩만 다시 보면 수학도 충분히 잘 할 수 있어”

학생들에게 가르치듯 이야기하고 있었지만 그건 나도 잘 못하는 것이기도 했다.

적지 않은 시간을 살면서 난 부단히도 많은 좋지 않은 시간을 거쳐 왔지만, 그보다 훨씬 많은 기쁜 순간들을 경험했다. 아프고 힘든 시간이 나를 둘러싸는 것만 같지만 그건 나의 의지적 반복 기억이 부정적 기억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의 복습이 쓸데없는 농담에 머물러 있던 것처럼 나의 머리도 긍정적이지 않은 경험들을 어느새 장기기억으로 넘기는 일을 하고 있었다. ‘엇각과 동위각’을 학생들에게 복습하라고 이야기한 것처럼 나도 내가 가진 긍정의 힘을 꾸준히 반복해서 떠올리는 작업이 필요하다.

단점은 나의 것이든 상대의 것이든 의도하지 않게 복습하고 떠올리는 경향이 있다. 가까이 지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의지를 가지고 그의 장점을 기억하고 학습해야 한다. 행복해지고 싶다면 나의 행복한 기억들을 끊임없이 장기기억으로 옮기는 작업을 해야 한다.

좋은 기억 속에서 행복하게 사는 것은 좋은 것만 기억하는 꾸준한 복습만이 답이다.

학생들은 대부분 공부를 잘하고 시험을 잘 보고 싶어 하지만 고득점을 실제로 얻어내는 것은 극소수이다. 복습을 한다는 것은 간단한 일이지만 실천에 옮기는 것은 굉장히 힘들기 때문이다.

모두 행복해지고 싶어 하지만 스스로 행복하다 느끼는 이의 수도 많지 않다. 행복에 대한 기억과 복습은 강한 의지가 필요하다. 행복을 복습하자. 그리고 행복하게 지내자!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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