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국가들, 재난 속 장애인 교육 “배제”… 해법은 “통합교육” 한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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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애인연맹(DPI)은 9월 17일 이룸센터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 - 재난상황에서의 아시아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비대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한국장애인연맹(DPI)은 9월 17일 이룸센터에서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 - 재난상황에서의 아시아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비대면 국제컨퍼런스를 개최했다. ⓒ더인디고
  • 통합교육으로 장애인 배제 극복한 일본 사례 주목해야

[더인디고 조성민] 예상된 일이었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한국뿐 아니라 많은 대부분의 국가 모두 교육으로부터 장애인을 배제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국제사회 장애인 당사자 및 전문가들은 ‘완전한 통합교육’이 근본적인 해법이라는 것에 한목소리를 냈다.

지난 17일 ‘누구도 배제되지 않는 교육 – 재난상황에서의 아시아 장애인 교육’을 주제로 한국장애인연맹(이하 DPI)이 주관한 비대면 국제컨퍼런스가 이룸센터에서 열렸다.

코로나19 창궐 이후 교육시스템 역시 전 세계적으로도 중단되거나 비대면으로 전환됨에 따라 장애인 교육 환경이 매우 열악해진 상황에 직면했다. DPI는 한국 등 아시아 각 국가별 장애인 교육 현황을 공유하고 중단 없는 교육을 위한 시스템 구축 방안을 마련하고자 이번 국제컨퍼런스를 준비했다.

일본의 이치키 레이코(Ichiki Reiko) 토요대학교 객원교수

첫 발표에 나선 일본의 이치키 레이코( Ichiki Reiko) 토요대학교 객원교수는 “일본의 장애학생들은 대부분 특수학교나 일반학교의 특수학급에 다니는데 이러한 상황은 지난 20년간 중증발달장애인 학생들 중심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여전히 장애학생들은 비장애학생들과 분리된 환경에서 교육받고 있다”고 우려하면서도 “오사카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80년대에서부터 통합교육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레이코 교수에 따르면 일본은 코로나19 이후 지금까지 네 차례 긴급사태가 선포됐고, 지금도 긴급사태가 진행 중이라 모든 학교가 휴교 중이다. 이로 인해 장애학생이 집에 있게 되자 부모 등 보호자도 일을 그만두고 자녀를 돌보기 시작했는데, 이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 경제적 격차까지 증가했다. 문제는 장애학생들의 심리적 불안이 심화하면서 자살률도 증가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도 레이코 교수는 “고무적인 것은 기왕에 통합교육이 활발했던 오사카 지역 학교에서는 장애학생들에 대한 물리적인 배제가 없었다”며 “이는 장애가 있어도 우리 학교 일원이라는 인식 때문으로 추측되는데, 평소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 그리고 통합 문화를 전파하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사무총장은 “한국의 상황도 일본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제하면서도 “한국은 코로나로 인해 장애인 차별과 혐오가 더욱 노골화되었다”고 주장했다.

한국의 장애인학생지원네트워크의 김형수 사무총장

김 사무총장은 “많은 장애학생들이 코로나로 인해서 아무런 대비 없이 교육이나 복지서비스에서 배제되었고, 이로 인한 장애 심화, 실종, 각종 사고를 당했다”면서 “다른 나라와 달리 한국은 비장애 학생들은 학교를 등교하지 않는 상황에서 장애학생들만 등교를 허용함으로써, 아무도 오지 않는 학교에서 장애학생들을 더 소외되도록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사무총장은 또한 “장애인 교육의 방향을 통합교육으로 정했으면서도 인프라 확충을 통한 교육 환경을 꾸준히 발전시키지 못했고, 그 결과 이번 코로나 상황에서 더 노골적으로 드러났다”며 “특히, 장애학생들의 지원과 돌봄이 크게 늘어나면서 지원노동자들의 노동 강도가 높아져 그 부작용이 장애학생들에 대한 의도적 거부로 나타나 큰 충격을 줬다”고 말했다.

이어 김 사무총장은 “코로나 사태는 그동안 숨어있던 한국 사회의 통합교육의 실패, 차별과 혐오가 개인 영역이 아닌 공적 영역에서 드러난 것이며, 여전히 장애학생을 위험하고 귀찮은 존재로 인식함으로써 코로나로 인한 전체 교육권의 부담으로 가중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태국의 유엔장애인권리위원인 사왈락 통쿠이(Saowalak Thongkuay)는 현재의 코로나19 상황에서의 장애인 교육 배제는 결국 UN장애인권리협약(CRPD)를 이행해야 하는 당사국의 문제라는 점을 분명히 했다.

태국의 유엔장애인권리위원인 사왈락 통쿠이(Saowalak Thongkuay)

통쿠이 위원은 “코로나 이전에도 장애인은 차별받아 왔으며 코로나 상황에서의 장애학생의 배제는 그 차별의 역사를 짚어봐야 한다”고 전제한 뒤 “장애인에 대한 차별의 역사 단절은 결국 인권을 기반으로 한 접근법의 고민과 CRPD를 기반으로 한 통합교육으로만이 극복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CRPD 이행의 의무가 있는 각 당사국의 책임으로 귀결될 수밖에 없다”며 “장애학생에 대한 교육은 접근성이 중요하지만, 그렇다고 접근성만의 문제라고는 말할 수 없다. 접근성을 포함한 가용성, 경제성, 수용성, 질적 문제 등 포괄적인 고려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의 난양이공대학교 국립교육원 멍이웡(Meng Ee Wong) 교수는 “이번 코로나19 상황에서 일찌감치 서킷브레이커(셧다운) 상황 즉, 국가봉쇄를 한 싱가포르는 학교들이 비대면 교육환경으로의 전환이라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가족들이 장애학생들의 학습을 도와주는 학습 경력자 역할과 가정교사 역할을 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웡 교수에 따르면 싱가포르는 지난해 4월부터 코로나 서킷브레이커를 시행했다. 학교도 6주간 휴교를 함에 따라 장애학생을 포함한 모든 학생들은 홈트레이닝을 받았다. 대신 싱가포르 정부는 원격수업을 위한 컴퓨터나 태블릿 등을 제공함으로써 홈스쿨링 접근을 지원했다.

싱가포르의 난양이공대학교 국립교육원 멍이웡(Meng Ee Wong) 교수

웡 교수는 “이러한 교육 접근성 노력의 배경에는 UN장애인권리협약의 통합교육이 기반이어야 함에도, 싱가포르는 오히려 다양한 방식의 특수교육으로만 장애인 교육이 진행되고 있다”며 “이러한 교육들이 과연 통합교육이냐 아니냐 하는 문제에 늘 부딪힌다. 즉 ‘통합교육은 무엇인가’에 대한 광범위하고 충분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마지막 발언에 나선 몽골의 돈도브도르이 게렐(Dondovdorj Gerel) 유엔장애인권리위원은 “몽골의 경우, 부모가 자녀에게 교구재를 지원할 수 있는 접근 가능한 온라인 시스템과 정책이 부재했다”면서, “특히, 시각장애인은 정보 접근 제한으로 온라인 수업을 이용할 수 없어 IT 기반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고 몽골의 상황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몽골 정부는 장애학생들이 양질의 교육에 접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을 했다. 특히, 특수교육 관련 원격 및 온라인 수업 진행 방법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개발 및 배포, 그리고 일본 자이카(JICA)의 지원으로 데이지 플레이어나 확대경 같은 학습 보조기기 등을 시각장애 학생들에게 배포했다”고 말했다.

몽골의 돈도브도르이 게렐(Dondovdorj Gerel) 유엔장애인권리위원

게렐 위원은 “이러한 노력이 장애학생들의 교육 접근성을 확보하고 양질의 교육을 제공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며 “장애인 당사자 조직들도 몽골 정부가 장애학생의 교육에 대한 올바른 정책을 취할 수 있도록 다양한 권익 옹호 활동의 전기를 마련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국제컨퍼런스를 기획한 이용석 DPI 정책실장은 더인디고와의 전화통화에서 “팬더믹 상황에서 아시아에 사는 장애학생들의 교육 접근권 부재가 결국 각 국가들의 교육 환경에서의 물리적 배제로 이어졌으며, 나아가 CRPD 제24조의 ‘교육에서의 배제되지 않을 권리’를 침해했음을 확인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러한 전 세계 장애학생들이 각 국가의 교육 시스템에서 소외되지 않고 중단 없는 교육을 받기 위해서는 통합교육을 지향해야 한다는 사실이 일본의 사례 등을 통해 재인식됐다”며 “장애인 교육권 확보를 위한 국제적 네트워크를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번 DPI의 아시아 국가 국제컨퍼런스는 한국장애인개발원의 국제협력사업 지원으로 이뤄졌다.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의 김동호 정책위원장이 좌장을 맡았으며, 더불어민주당의 최혜영 의원과 국민의힘 김예지, 이종성 의원, 유엔인권정책센터 등이 공동으로 주최했다.

한편 DPI는 오는 11월 초 대륙별 재난상황에서의 장애인 교육 배제 상황을 톺아보고 장애인의 중단 없는 교육 환경을 위한 대응 전략 마련을 위한 두 번째 국제컨퍼런스를 계획 중에 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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