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시설 특집인터뷰 ①] 최혜영 의원 “인프라 먼저? 탈시설지원법 제정으로 보완해 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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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혜영 의원
▲최혜영 의원

[더인디고 편집팀]

문재인 정부가 ‘탈시설 장애인 지역사회 자립생활 로드맵(탈시설로드맵)’을 발표한 지 두 달이 지났다. 대한민국 장애인복지 패러다임이 40년 만에 ‘시설’ 중심에서 ‘지역사회 자립지원정책’으로 대전환했다는 평가다. 하지만 ‘시기’와 ‘내용’을 두고 다양한 우려와 비판이 쏟아졌다.한편 작년 12월 ‘장애인탈시설지원법’이 발의됨에 따라 국회 통과 여부도 관심사다.

더인디고는 탈시설 특집인터뷰 첫 순서로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을 만났다. 최 의원은 “탈시설 정책이 우려되고 또 로드맵에도 문제가 있다면, 오히려 법 제정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하 일문일답이다.

Q1. 장애인 탈시설지원법 제정안을 대표 발의한 지 10개월이 됐다. 반대 의견도 만만치 않다. 현재 국회 차원에서 진행 상황은 어떠한가?

올해 제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지난 4월 대정부 질의 등 열심히 움직였다. 탈시설 찬성 여부를 떠나 높아진 인권의식과 국제적, 시대적 흐름에 대한 공감대는 많이 형성된 것 같다. 다만 이념과 당위성을 넘어 경험하지 못한 미래에 우려하는 분들이 많다. 그러다 보니 정부와 국회, 지역사회 등 여러 경로를 통해 탈시설 정책과 법 제정에 대한 반대 의견 등을 전하는 것도 잘 알고 있다.

그럴수록 더 적극적으로 다양한 의견을 들으려 하고 또 설명하고 있다. 동료 의원들도 관련 내용을 듣고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전달해 주고 있어서 어떻게든 임기 내 성과를 도출하려고 애쓰고 있다.

▲최혜영 의원
▲최혜영 의원

Q2. 탈시설에 대한 우려나 반대를 표하는 분들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 과정에서 주로 어떤 이야기들이 오가는가?

가장 걱정을 많이 하는 분들이 발달장애인 등 최중증장애인 부모님이신 것 같다. 이들 중에는 탈시설을 적극 찬성하는 분들도 있고 또 이용자부모회를 비롯해 종교단체나 시설협회 관계자분들은 여전히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또 중앙과 지역사회 장애인단체들과도 연속 간담회를 했다.

익히 많이 나온 이야기지만, 주거와 의료서비스, 그리고 최중증장애인의 경우 24시간 지원서비스 여부 등 지역사회 인프라와 전달체계가 부족한 점에 대해 우려를 표한다. 여건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에서 8월 2일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 발표를 계기로 갈등이 더 증폭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방법에 대한 입장 차이만 있을 뿐 장애인 당사자가 ‘행복하게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비록 지역사회 지원체계나 정부 로드맵이 미흡하지만, 시범사업을 한 뒤 이를 더 강하게 뒷받침하려면 오히려 지원법이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지원법이 없으면 로드맵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법안에는 안정적으로 서비스를 전달할 수 있는 전달체계나 예산 등을 마련할 수 있는 근거가 담겼기 때문에 법안 통과의 당위성도 함께 설득하고 있다. 즉 차라리 로드맵에 문제가 있고 또 서비스가 더 있어야 한다면 법을 통과시키는 것이 마땅하다.

Q3. 시설 종사자들도 고용승계 문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일부 시설에선 자체적으로 탈시설 선언 등 변화를 꾀한다.

당연히 걱정이 있을 수 있고 앞서 일부 탈시설을 선언했거나 시도하는 시설 등에서는 유사한 문제가 발생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탈시설 로드맵에 고용승계가 포함돼 있기 때문에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에도 일부 시설 종사자나 운영진을 만나 보면 시대적 흐름에 따른 시설 변화를 꾀하며 지역사회에서 어떻게 연결할 것인지를 많이 고민하는 것 같다. 그런데 이야기의 핵심 중에는 여전히 장애인 당사자는 빠진 채 공급자 중심의 생각 혹은 이익이 그대로 드러날 때가 있다.

특히 시설 인프라가 좋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지만, 주변에 이웃이나 적절한 환경이 없다면 한계가 있는 것 아닐까! 시설을 모두 폐쇄하기는 쉽지 않을 수 있다. 설사 일부 존재하더라도 앞으로는 국가가 책임지고 공공성과 개별 서비스 지원을 꾀하지 않는다면 문제가 있다고 봐야 한다.

Q4. 정부 로드맵이 발표된 다음 날, 유감까지 표명했다. 어떤 점들이 유독 아쉬운가?

‘탈시설’ 주장이 갑작스럽게 나온 것이 아니다. 국내 운동 차원에서는 20년의 세월이 흘렀다. 그동안 국제사회 흐름뿐 아니라 유엔의 권고도 있었다. 특히 2008년 사회복지시설 비리 척결을 계기로 본격적인 탈시설 요구가 일어난 지 13년이나 됐다. 이러한 여건을 감안, 문재인 정부 100대 국정과제 중 42번째 국정과제였음에도 이제야 발표한 것 자체가 창피한 일 아닌가!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사진 중앙)이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장헤영 의원과 함께 정부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혜영 의원실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의원(사진 중앙)이 8월 3일 국회 정론관에서 장헤영 의원과 함께 정부 탈시설 로드맵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며 ‘장애인탈시설지원법’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사진=최혜영 의원실

발표까지 너무 오랜 시간이 걸렸고, 내용 자체도 장애인 탈시설 지원 정의를 ‘시설을 변화시키는(Reform) 일련의 지원정책’으로 명시함으로써 오해까지 불러일으켰다. 게다가 지원서비스를 확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현재 수준으로만 로드맵을 이행한다는 것 자체도 말이 안 된다. 탈시설 용어도 쓰지 않으려는 정부의 대응을 지켜보면서 아주 답답했다. 그래서 로드맵을 수행하는 기관도 ‘중앙장애인지역사회통합지원센터’라는 명칭으로, 게다가 인력도 예산도 없어 한국장애인개발원을 활용하는 상황이다.

아쉽지만 첫발을 뗀 만큼 시범사업을 통해 제대로 하는 것이 중요하다.

Q5. 로드맵에서 그룹홈(공동생활가정)은 대상에서 제외됐다. 앞서 언급처럼 ‘리폼’은 시설 기능전환, 특히 정부는 탈시설의 대안으로 그룹홈을 비중 있게 생각하고 있는 것 같다.

로드맵을 보면 말은 탈시설이지만 소규모 시설로 전환될 가능성이 크다. 유엔장애인권리위원회에서도 언급했듯이 그룹홈도 하나의 시설이다. 그렇다고 그룹홈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대규모 시설에서 30인 미만 시설로 바뀌면서 그룹홈이 활성화됐는데, 문제는 서비스가 개별이 아닌 집단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시설과 동일한 문제를 안고 있다.

장애인 당사자가 그룹홈을 선택한 것도 아니고, 설사 그렇더라도 그 안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얼마나 있는지 생각해본다면 그룹홈은 탈시설의 대안이 될 수 없다. 중장기적으로는 그룹홈도 전수 조사해서 역할과 기능을 재검토할 필요가 있다.

Q6. 탈시설의 전제는 주거공간 확보다. 문제가 없을까.

맞다. 탈시설 핵심은 24시간, 내가 살 공간을 어떻게 확보하느냐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 등은 집 문제는 걱정 없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공간만 되었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의료 및 지역사회 자원 연계서비스를 어떻게 연결하느냐도 또 다른 관건이다. 단순히 국토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복지부, 지자체 등 관련 공공기관의 책임과 역할이 절실히 필요하다. 주거와 지원서비스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기관 간 협력을 끌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그동안은 지자체가 알아서 했다면 이제는 보건복지부 등 중앙부처가 책임지고 나서야 한다.

Q7. 어디서 사느냐도 중요하다. 어느 외딴 지역에서 탈시설한 장애인이 그 지역을 벗어나 도시에서 살겠다면?

법안 마련 과정에서부터 지역을 풀자고 했다. 실제 학대 피해 장애인의 경우 다른 지역에서 지원하는 사례도 있다.

이를 포함하여 법제정 과정에서 탈시설지원센터 등의 역할을 시행령이나 운영지침으로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

Q8. 주거 등 공간의 문제도 그렇지만, 지원 혹은 돌봄의 주체, 즉 사람에 대한 문제도 있다. 공간은 내가 선택했더라도 탈시설 후 자립생활의 주체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 좌우되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현재 수준에선 인프라뿐 아니라 실제 운영에서의 사각지대는 여전하다. 활동지원이나 지역사회 의료, 문화여가, 주간보호 또는 발달장애인평생교육센터 등을 이용할 때 당사자가 선택의 주체가 되어야 하는데, 실제 당사자가 손에 쥔 서비스 이용권이나 권한 등은 크게 없기 때문이다.

앞으로 장애인등록제 폐지와 더불어 개인예산제 등이 함께 검토될 수도 있는 문제다. 탈시설이라는 패러다임만 변화하기 시작했지 그 안에서 변화될 내용은 그대로 남겨둔 채 미래로 갈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 부분은 점차 개선해야 하고 또 장애인단체와 당사자 목소리가 높아져야 한다.

Q9. 작년 국감에서 통합돌봄 관련 장애인 시범사업에 대해 비판했다. 결국, 탈시설도 정부의 통합돌봄 지원제도와 밀접하게 연계될 수밖에 없는데, 그 점이 잘 보이지 않는다.

돌봄이라는 용어 자체도 문제이거니와 정작 16개 시범사업이 노인 중심이었다. 정작 장애인 대상 시범사업도 들여다보면 고령장애인이 많았다. 더 큰 문제는 주 대상이 재가장애인이었다. 탈시설지원법안을 발의한 것도 지역사회 통합돌봄과 맞물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탈시설 장애인에 대한 지역사회 지원서비스가 없었다는 점에서 장애인 대상 커뮤니티케어 시범사업은 문제가 있다고 본다.

물론 노인 등을 대상으로 한 지자체 등의 경우 나름 성과가 있다고 하지만, 국정감사 등을 통해 조금 더 깊게 들여다 볼 생각이다.

Q10. 탈시설지원법은 10년 이내에 탈시설 완성이 목표다. 우리의 제도적 환경을 볼 때, 가능할까? 또 정부의 20년 목표와도 다르다.

10년, 20년 등 기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선진국 사례를 보면 30년 이상도 걸리고 그럼에도 여전히 소규모 시설형태가 존재한다.

하지만 기간을 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추진되지 않는다고 본다. 또 다른 국가가 탈시설을 시작한 때와 달리 이미 급변하는 사회환경을 고려하면 10년이 어려운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시설에 거주하는 고령 및 최중증장애인은 당장 쉽지 않더라도 앞으로 시설 입소를 금하고 우선 가능한 장애인부터 탈시설 하면 자연스럽게 시설 폐쇄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또 정부가 제시한 20년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법안에 대한 공청회와 심사 과정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본다. 만약 10년으로 확정되면 정부는 현재의 로드맵에서 제시한 안을 더 빨리 단축하면 된다.

Q11. 마지막으로 여러 이해관계자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은.

40년만의 시설중심에서 탈시설이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시작됐고, 이 과정에서 찬반 대립과 조건부 절충 등이 공존하고 있다.

시설 유지가 필요하다는 분들은 당장 원스트라이크 아웃이나 최중증장애인 문제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우려한다. 심지어 일부 국가에선 그렇지 않음에도 시설이 경제적으로 (지역사회보다) 타당하다는 논리까지 제시한다. 장애인 단체들도 반대는 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적극적으로 법안 제정 과정에 힘을 모으지 않는 것 같다.

자립생활 등 유엔장애인권리협약의 기본원칙과 국제사회의 흐름,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시설에서 노출된 문제를 외면한 채 기능을 전환한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지 않은가. 또 이해관계를 떠나 장애인 당사자 중심에서 생각하면 좋겠다. 지금까지 충분한 시간이 흘렀다. 지금 하지 않으면 내일도 할 수 없는 문제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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