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국감 이슈①] 국감장 흔든 ‘탈시설 반대’ 목소리… ‘정책 표류’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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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성 의원의 요청으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사진 오른쪽)씨가 탈시설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방송 캡처
▲이종성 의원의 요청으로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 참석한 발달장애인 부모 신정화(사진 오른쪽)씨가 탈시설 반대의사를 표명하는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국회방송 캡처
  • “자립지원주택 산다고 행복하나?… 선택권 존중해야”
  • 권덕철 장관 “원치 않는 장애인 강제퇴소 없을 것”
  • 김민석 위원장 “국제 흐름과 현실 괴리… 잘 다듬겠다”
  • 당사자는 말없이 3자들만 갑론을박… 복지부 오락가락에 정책 연속성 우려

[더인디고 조성민]

“가정에서 중증 발달장애인을 케어하다 보면 다른 가족을 돌보거나 경제 활동도 모두 포기해야 합니다. 마음은 아프지만, 모두가 살아가야 하기에 죄책감을 느끼며 시설에 자녀를 맡기고 있습니다. 시설에 맡기지 못하는 아이들은 부모들이 오죽하면 자녀와 동반 자살을 하겠습니까!… 자립지원 주택에 산다고 발달장애인들의 삶이 행복해진다고 장담할 수 있나요? 부모에게도 선택권을 주세요”

지난 8월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이 발표된 가운데 탈시설에 대한 우려가 끊이지 않고 있다. 탈시설 자체에 대한 반대 목소리도 거세지는 형국이다.

7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장에는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의 참고인으로 출석한 신정화씨의 강경한 ‘탈시설 반대’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신씨의 자녀는 중증장애인 거주시설에서 18년째 생활하고 있는 발달장애인이다.

신씨는 “시설에 자녀를 맡기지 못한 부모들은 오죽하면 동반 자살을 하겠는가”라며 “(시설에서는) 가족들도 엄두가 안 나 못하는 장애인 한 명 한 명에게 맞춤형 의료 및 재활치료, 생활 지원, 영양 지원, 다양한 프로그램을 지원하고 있고, 발달장애인들끼리 행복하게 잘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신씨는 또한 “탈시설 로드맵에 명시한 ‘탈시설 희망’은 표본조사가 잘못됐다. 어떻게 조사가 됐는지 모르지만, 가족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것은 문제가 있다”며 “탈시설을 하든지 시설에 남든지 부모가 선택할 수 있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신씨는 “(자신의 아이를 예로 들며) 손톱, 발톱을 물어뜯어 병원에서 치료를 받으면서도 아픔을 못 느낀다”며 “그런 아이들이 밖에 나와서 자립 생활을 한다면 과연 살 수 있나? 가위가 뭔지 라이터가 뭔지 자기 옷도 지금 다 자르고 산다. 강박 증세가 심해서 이렇게 하고 있고 다 떨어진 옷을 못 입게 하면 잘라서 입는다”고 설명했다.

▲사진 왼쪽부터 이종성 의원과 권덕철 장관. 사진=국회방송 캡처
▲사진 왼쪽부터 이종성 의원과 권덕철 장관. 사진=국회방송 캡처

앞서 이종성 의원도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장애인 탈시설 정책은 장애인 당사자나 보호자들의 선택권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며 “일방적인 시설 폐쇄 방침으로 인해 부모님들이 지난 8월 뜨거운 바닥에서 상복을 입고 울부짖으며 호소한 것 아니냐”며 현 탈시설 로드맵에 대해 반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은 “저희가 소통이 부족했다. 로드맵은 자기결정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인만큼 원하지 않는 장애인을 강제 퇴소하거나 혹은 시설을 강제 폐쇄하거나 그런 우려는 안 해도 될 것 같다”고 답했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고인으로 참석한 신정화씨의 발언에 답녕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이 참고인으로 참석한 신정화씨의 발언에 답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권 장관은 또 “시설 거주 장애인에 대한 탈시설 욕구를 조사한 결과, 의사소통이 가능한 6000여 명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탈시설을 하고 싶다는 응답이 33%”라며 “정부는 자기결정권을 통해 탈시설을 (추진)하되 부모에게 돌봄을 전가하는 그런 사례가 나타나지 않도록 3년 동안 충분한 시간을 두고 시범 사업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석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도 “탈시설에 대한 국제사회 흐름과 실제 발달장애인의 삶에는 다른 현실이 존재함을 잘 안다. 여야 막론하고 대선 후보들한테도 개별 사정에 대해 잘 알려드려야 할 것 같다”면서 “미묘한 정책이기 때문에 잘 가다듬고 홍보도해서 불필요한 우려가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천주교 최고의사결정기구인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산하 사회복지위원회가 지난 6일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도 시설에 거주할 권리를 보장할 것과 부모에게도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며 정부의 탈시설 로드맵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이처럼 최근 탈시설 반대의 목소리가 높아지는 데다 이날 권 장관과 김 위원장의 발언이 알려지자 탈시설 정책이 표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장애인단체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20년 동안 탈시설을 완성하겠다고 약속하고는 이날 장관이 시설에서만 살아온 장애인에게 자기결정권에 따라 탈시설을 결정하겠다고 말한 것은 정부 스스로 로드맵을 이행할 의지가 없는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면서 “복지부가 탈시설에 대한 철학과 원칙도 없이 정책을 떠밀려 발표한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김 위원장의 발언대로 각 대선후보에게 여러 사정을 고려한 탈시설 정책을 전달 할 경우, 자칫 당선자의 관점에 따라 현 탈시설 로드맵을 재검토할 수도 있는 것 아니겠냐”며 “로드맵이 제대로 이행되려면 법적 뒷받침이 돼야 함에도 벌써부터 정부와 여당 의원의 오락가락한 발언으로 볼 때 ‘장애인탈시설지원법’ 통과도 불투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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