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도서관 독립청사가 통합저해?’… 김예지 의원, 문체부 관계자 질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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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장애인도서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국립장애인도서관/사진=문화체육관광부 블로그
  • 김예지 의원, 접근성·유형별 특성 고려한 독립청사 필요성 제기
  • 문체부 “중앙도서관과의 분리는 장애인·비장애인 분리정책”
  • 고위 공무원이 도서관의 역할, 서비스 제고를 ‘차별’로 인식, ‘한심’

[더인디고 조성민]

장애인 특성별 서비스와 접근성 제고를 위해 국립장애인도서관(이하 장애인도서관)을 독립 청사로 건립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제시됐다.

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 관계자가 “국립중앙도서관으로부터 장애인도서관을 분리하는 것은 장애인과 비장애인을 분리하는 정책”이라고 말해 사안의 본질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장애인 인식에도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난 7일 장애인도서관 국정감사에서 이채익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이 장애인도서관의 독립 공간 설립에 대한 정부의 계획을 묻자 박명순 문체부 지역문화정책관은 이처럼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앞서 국민의힘 김예지 의원은 “국립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나 국립세종도서관 등은 중앙도서관의 소속기관임에도 독립청사가 있지만, 장애인도서관은 작년 6월 문체부 1차 소속기관이 되었음에도 더부살이하는 셈”이라며, 독립청사 건립 필요성을 강조했다.

▲국민의힘 김예지의원(좌)과 원종필 국립장애인도서관장(우)/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국민의힘 김예지의원(좌)과 원종필 국립장애인도서관장(우)/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그러면서 원종필 장애인도서관장을 향해 “장애인들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청사 건립 계획을 마련하고, 예산 확보 등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국회에 적극적으로 협조 요청해 주길 바란다”며 “여야 의원들이 반대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원종필 관장은 김예지 의원의 질의에 대해 “정보누리터의 경우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이 사용하기에는 장애인 특성을 다 고려하지 못하기 때문에 안타깝게 생각한다”며 “본부(문체부)와 협의하여 독립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2021년 장애인도서관 업무계획 등을 살펴보면, 2007년 ‘장애인도서관지원센터’ 신설 당시부터 장애인 서비스를 위한 별도의 공간 없이 중앙도서관 내 일부 공간을 사용해 오고 있다.

사무실을 제외하고 실제 장애인들이 이용할 수 있는 ‘장애인정보누리터’는 중앙도서관 1층에 있지만, 324㎡로 100평이 채 되지 않는 공간을 사용한다. 해당 공간에는 열람석 22석과 영상실 3개, 대면낭독실 3개 등이 있다.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장애인들이 이용하기에는 규모가 좁은 데다 내부 편의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1층에 있는 장애인정보누리터/사진=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1층에 있는 장애인정보누리터/사진=국립중앙도서관 홈페이지

또 지하철 고속터미널역이나 서초역에서 도서관까지 장애인이 이동하기에는 언덕과 계단이 많이 접근성에 제약이 있는 상황이다. 장애유형별 특성에 따른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공간이 없어 이용자들 간에도 불편하다는 볼멘소리가 높다.

중앙도서관과 장애인도서관을 방문한 적이 있다는 이채익 위원장도 “중앙도서관의 경우 수장고가 부족하고 또 시설이 많이 노후화돼 있는데다 여기에 장애인도서관이 더부살이하고 있다”며 정부의 입장이 무엇인지를 물었다.

박명순 지역문화정책관은 이 위원장의 질문에 “장애인도서관이 1차 소속이 된 이후 큰 노력을 하고 있고, 또 전문인력이나 공간이 굉장히 협소해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비장애인과 장애인을 분리하는 정책에 대해서는 조금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답했다.

이에 대해 김예지 의원은 마이크가 꺼진 상태에서 “서비스나 역할을 다양하게 해야 함에도 공간의 분리를 차별의 문제처럼 접근한다”고 질타했다.

그럼에도 박 정책관은 “서비스는 분명히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장애인도서관을 별도 독립 공간으로 하는 것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반론이 있기 때문에 그 부분은 조금 더 검토하겠다”며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음을 내비쳤다.

이 위원장은 진행 시간이 부족함을 이유로, 오는 21일 문체부 종합감사 전까지 검토해서 향후 계획을 보고하라고 다음 발언을 이어갔다.

한편 장애인도서관을 몇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는 한 장애인당사자 A씨는 더인디고와의 인터뷰에서 “활동지원사 없이는 휠체어 사용자가 전철역에서부터 접근하기도 쉽지 않거니와 열람실을 이용할 때 한 발달장애인이 여기저기 돌아다녀 집중하기가 쉽지 않았고, 보호자 또한 난감한 처지였다”며 “다양한 서비스와 장애특성에 따른 공간이 없어 아쉬움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독립청사의 필요성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예산을 이유로 든 것도 아니고, 문체부 고위 공무원이 장애인과 비장애인 간의 통합을 저해하기 때문에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인식을 하고 있다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며 “지금도 한 건물에만 위치한 것일 뿐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사용하는 완전한 통합이 아닌 중앙도서관과의 분리 혹은 물리적 통합에 불과하다”고 꼬집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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