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인생그래프

0
255
▲그래프. 사진=Unsplash
▲그래프. 사진=Unsplash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인생그래프를 그렸다. 가로축은 10살 간격으로 나눠진 내 삶의 시간이었고 세로축은 위아래로 행복과 불행의 정도를 나타냈다.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온 집안 식구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태어난 10살까지의 그래프는 맨 위쪽에서 큰 변화 없이 머물러 있었다. 두 번 정도 크게 아픈 적이 있었지만, 무한대로 발산하는 내 행복을 방해할 정도는 아니었다.

10대가 시작되고 얼마 안 되어서 겪은 실명으로부터 내 그래프는 크게 요동치기 시작했다. 음의 무한대로 뚝 떨어졌다가 특수학교의 친구들을 만나면서 천천히 상승도 하고 원하던 대학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다시 내려가기도 했다.

20대에 이르러 그래프는 더욱 격렬하게 춤을 췄다. 질풍노도와도 같던 그 시기를 난 연속하지 않는 탄젠트 그래프로 표현했다. 그리 흥미를 느끼지 못하던 영어 대신 좋아하는 수학만 맘껏 공부할 수 있다고 기뻐하던 대학에서는 영어로 된 원서 교재를 받아들었고, “너의 눈은 우리 사랑에 있어서 아무런 장애가 되지 않아.”라던 여자친구에게 0점짜리 내 시력을 이유로 이별을 통보받기도 했다. 세상 잘난 맛에 살던 내가 아무 데도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만큼 취업 고민을 했지만, 기적처럼 어느 학교에 입사하기도 하는가 하면 계약날짜가 다 되었다는 이유로 책상 정리를 해야 했다. 오래전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의 20대를 표현하는 그래프는 연속성 없이 플러스 무한대와 마이너스 무한대를 오가는 탄젠트 그래프가 아니고서는 표현할 수가 없었다.

안정적인 직장을 얻게 된 30대에도 내 인생그래프는 상승과 하락의 무한 반복을 이어갔다. 단지 차이가 있다면 그것을 대처하는 내 마음에 생긴 여유 덕분으로 출렁이는 폭은 줄어들고 뚝뚝 끊어지는 불연속 구간이 사라진 사인함수가 되었다는 것이었다. 직장은 있었지만, 여전히 불안한 경제 상황으로 몇 번의 원치 않는 이사를 해야 했다. 또 다른 몇 번의 만남과 헤어짐도 있었다. 그렇지만 죽을 것처럼 아프지 않았고 혼을 빼놓을 정도로 과도하게 흥분 상태로 정신을 놓지도 않았다. 기쁜 일은 기쁜 일대로 슬픈 일은 또 그것대로 인생을 그 자체로 즐길 줄 아는 조금은 어른이 되어가고 있었다.

40대를 출발하는 요즘 나의 그래프는 활주로를 떠난 비행기처럼 급속도로 이륙 중이다. 내 글을 읽어주는 독자들, 나의 영상들을 기다리는 구독자들, 나를 움직이게 하는 설레는 계획들로 그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지나고 있다. 어려운 일이 없는 것도 슬픈 상황이 사라진 것도 아니지만 어른이 된다는 건 좀 더 많은 상황에서 행복을 찾는 시간을 늘려가는 힘이 생기는 과정인 것 같다. 아주 어릴 적엔 내게 주어진 긍정적인 환경들로 행복했다. 조금 더 시간이 지난 20~30대엔 슬픔 때문에 아팠고 기쁨 때문에 즐거워했다. 기대감으로 출발하는 내 40대의 그래프도 과거의 시간처럼 오르내림의 반복일 것을 나는 이제 알고 있다. 그렇지만 조금은 더 어른이 된 난 그래프의 높이를 초월한 삶을 살려고 한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던 어린아이가 아니라 쓰디쓴 소주도 꿀꺽 삼키는 어른처럼 오르락내리락 하는 나의 미래를 파도타기 하듯 즐겨보려 한다. 출렁거리는 그래프 속에서도 껄껄껄 크게 웃는 어른이 되고 싶다.

[더인디고 THE INDIGO

유트뷰 영상 보기

자이로드롭 같은 인생그래프, 고래힘줄 같은 멘탈로 헤쳐나가는 SSULㅣ이원준 안승준의 인생그래프| 장애인토크쇼 알TV[썰준]EP.39 – YouTube

승인
알림
6606912b7610b@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