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밥상 일찍 펼쳤다고 폭행… 멈춤 없는 장애인 인권침해, 지자체는 ‘뒷짐’

0
834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전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을 규탄하며,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동구청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전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을 규탄하며,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동구청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청암재단 산하 중증 장애인거주시설에서 또 폭행
  • 청구재활원·천혜요양원… 16년간 사망, 폭행, 비리 반복
  • 동구청, 인권위 권고에 ‘나 몰라라’… 법원 판결 나오자 ‘개선명령’

[더인디고 조성민]

대구 청암재단 산하 중증장애인거주시설 천혜요양원에서 인권침해가 또 발생했다.

지난 11일 오전, 해당 시설에 종사하는 사회복지사 A씨가 장애인이 식사 시간보다 개인 밥상을 일찍 폈다는 이유로 뒤통수를 여러 차례 세게 때린 것.

노동조합 간부라고 알려진 A씨는 이전에도 거주인의 멱살을 잡고 끌고 갔다는 등의 제보가 잇따르고 있어, 이번 사건이 우발적이 아닌 상습적인 폭행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도 받고 있다.

문제는 천혜요양원을 포함한 또 다른 산하 시설 청구재활원에서도 인권침해가 멈추지 않고 해를 거듭하며 발생하고 있지만, 정작 관리·감독을 책임지는 대구 동구청은 ‘개선명령’에 그쳐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이처럼 장애인 시설에서 학대나 성범죄가 발생해도 장애인시설은 평가에서 ‘우수’에 해당하는 B등급을 받았고, 이들 중에는 가벼운 처벌인 ‘개선명령’에 그친 시설도 다수 포함됐다는 것이 이번 국정감사에서 밝혀지기도 했다.

[기사 참조] 학대·성폭력 범죄시설 ‘B등급’… 최혜영 의원, ‘장애인시설평가제도’ 지적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20일 오전 대구 동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을 규탄하며, 이번 폭행 사건에 대한 동구청의 철저한 진상 규명과 엄중한 처벌에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구장차연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 2005년부터 청암재단에서 발생한 인권침해 일지를 제시하며, “청암재단은 각종 비리와 인권침해로 재단 이사진이 퇴진한 이후에도 종사자들의 보호의무 소홀로 장애인이 다치거나 사망, 그리고 정신의료기관에 다수의 장애인이 부적절하게 입원하는 등 인권침해 의혹이 발생하자 새로운 이사회가 직접 국가인권위원회에 신고까지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 결과 2016년 1월 권고 처분을 받으며 사과와 재발 방지를 사회적으로 약속했음에도, 또다시 종사자들에 의한 장애인 사망과 폭행, 성추행이 빈번하게 발생했다”면서, “심지어 올해에도 이번 사건을 포함, 종사자가 물건을 들고 위협하거나 인원 점검을 허위로 보고함에 따라 장애인 실종이 뒤늦게 인지되어 나흘 만에 발견되는 등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기자회견에서는 청암재단 산하 시설에서의 인권침해를 뒷받침 하는 증언도 있었다.

40년 동안 청구재활원과 천혜요양원에서 생활하다 지난해 탈시설한 박순규 씨는 “좋은 시설이 되겠다고 약속했는데 달라진 것은 없다”며 “천혜요양원에 있는 동안 A씨를 포함, 2명이 거주인의 다리를 누르고, 팔을 잡고, 꼬집는 장면을 자주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박씨는 이어 “특히, 지적장애와 뇌전증이 있는 장애인이 화가 나서 물건을 던지거나 할 때, 거주인의 다리를 누르고 팔을 잡아서 움직일 수 없게 했고, 주로 팔목 바깥쪽이나 겨드랑이 안쪽을 꼬집기도 했다”면서 “밤에 잠이 오지 않을 때 불 끄고 빨리 자라고 재촉하여 자신과도 자주 다퉜다”고 말했다.

한편 해당 사건이 발생한 기간은 지난 11일 오전 6시 30분, A씨의 폭행 사실이 요양원에 접수되자 인권지킴이단은 임시회의를 소집, A씨와 목격자 B씨, 피해 장애인 상담을 통해 폭행 사실을 확인했다.

시설측은 경산경찰서에 장애인복지법 위반 혐의로 고발장을 접수한 데 이어 13일 A씨와 피해 장애인을 분리 조치했다. 또 동구청에 이를 보고하고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에 신고 접수를 마쳤지만, 폭행을 목격한 B씨는 진술을 번복했다. 아울러 15일에는 인사위원회를 개최, A씨와 진술을 번복한 B씨의 근무지 변경을 결정한 상태다.

조민제 대구장차연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오늘(20일) 대구 동구청과 대구장애인권익옹호기관이 천혜요양원을 방문,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 결과 및 후속조치가 어떻게 이루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청암재단 내 인권침해 사건 일지. 자료=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청암재단 내 인권침해 사건 일지. 자료=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승인
알림
662a3069ba12b@example.com'

0 Comments
Inline Feedbacks
View all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