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승준의 다름알기] 혼자서도 잘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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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투스 스피커. 사진=언스플래쉬
▲블루투스 스피커. 사진=언스플래쉬

[더인디고 =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집필위원
안승준 더인디고 집필위원

대중교통으로 이동하거나 혼자 있는 시간이 생기면 난 무선이어폰을 착용한다. 집안일을 하거나 샤워실에 들어갈 때도 스마트폰과 연결된 블루투스 스피커로 뉴스나 노래를 듣는다. 메시지나 톡을 보낼 때에도 선 없는 키보드를 사용하고 휴대전화는 무선 패드에 올려서 충전하지만 난 무선과 관련한 기술에 대해서는 거의 아는 게 없다. 내가 가진 무선기기 중 어느 하나라도 갑작스럽게 고장나거나 잃어버리게 된다면 굉장한 불편함을 느낄 만큼 내 삶은 편리한 기술들에 익숙해져 있지만, 라디오의 DJ 목소리가 내 귀에서 들리는 가장 기본적인 전파의 원리조차 정확하게 설명하지 못한다.

새삼스레 무선통신 기술의 실존에 신기함을 느끼던 어느 날 “만약”이라는 가정을 해 보았다. 지구상에 발생한 어떤 사건으로 인해 내가 몇 명 남지 않은 인류가 된다면 난 지금 있는 문명의 발명 중 몇 가지나 기억하고 다시 만들어낼 수 있을까?

“아픈 사람은 치료할 수 있을까?“

“자동차처럼 빠르게 움직이는 도구를 만들 수 있을까?“

“실을 짜고 옷을 만들 수는 있을까?“

큰 고민이나 감사함을 느끼지 못하고 누리고 있는 나를 둘러싼 대부분의 것들은 나 혼자 남겨진다면 불가능의 영역에 속하게 될 것이다. 책이 남아있다면 공부하고 연구하고 시행착오를 거치면서 간단한 도구 정도는 만들 수 있겠지만, 그래봤자 원시시대 선조들의 수준도 넘어서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수학을 전공했으니 남아있는 몇 안 되는 사람들에게 수리적 개념들을 알려줄 수 있고 시각장애인으로 살고 있으니 보이지 않게 된 사람들에게 막대기로 길을 찾는 방법 정도는 알려줄 수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을 제외한다면 인류의 문명이 회복되는 데에 나의 역할은 굉장히 미비할 것이다.

그런데 생각해 보면 나 아닌 사람들이라도 나와 큰 차이를 가지지는 못할 것이다. 의사라면 사람들을 치료할 수는 있겠지만 자동차를 만들 수는 없을 것이고 늘 사용하던 의료기기들을 직접 만들어 낼 수는 없으므로 의학적 역량마저도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줄게 될 것이다.

과학자도 돈 많은 사업가도 혼자 혹은 몇몇만 남겨진다면 지금 갖고 있는 많은 것들은 잃어버리고 회복할 수 없는 상태가 될 것이다.

난 오늘도 어느 목장에서 전문가의 손길로 짜내고 가공된 뒤 청결하고 빠른 운송 수단을 거친 우유를 마셨다. 매일 먹는 쌀과 과일과 고기와 채소 중 내가 직접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들은 거의 없다. 속도가 빠르지 않은 내 컴퓨터도, 5년이 다 되어가는 나의 스마트폰마저도 여러 전문가의 수십 또는 수백 년간의 연구와 발명이 있지 않았다면 난 누리지 못했을 편리함이다. 끝도 없이 말할 수 있는 첨단기술이 아니더라도 나의 어머니가 없었다면 난 따뜻하고 맛있는 집밥을 먹지 못했을 것이고 아버지와 동생이 없었다면 가족의 소중함이 무엇인지도 몰랐을 것이다.

먹는 것도 입는 것도 사는 집도 노는 것과 즐기는 것마저도 난 다른 사람들의 끊임없는 도움과 영향들 속에서 살아간다. 물론 나 같은 이들의 존재 또한 누군가에겐 없어서는 안 될 작은 의미일 거라고 나는 믿는다.

사람은 어떤 이도 혼자서는 살 수 없다. 인류 최고의 천재들은 나보다 좀 나을 수는 있겠지만 그 또한 혼자일 때에는 유의미한 차이를 만들어내지 못한다. 나와 다른 많은 이들이 있기에 난 다양한 편리함을 누리면서 살아간다. 서로 다른 우리가 있기에 우리는 좀 더 나은 삶을 가질 수 있다. 세상에 존재하는 나와 다른 모든 다름이 있기에 우리는 지금 같은 오늘을 살아간다. 나를 둘러싼 세상 모든 인류의 존재에 감사한다.

[더인디고 THE INDIGO]

한빛맹학교 수학 교사, "우리는 모두 다르다"를 주장하는 칼럼리스트이자 강연가이다. 밴드 플라마의 작사가이자 보컬이다. 누구나 불편하지 않은 세상을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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