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염전노예’… “경찰청, ‘인신매매 사건’ 직접 수사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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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시민사회 및 공익변호사단체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제2의 염전노예사건의 피해 당사자 박씨의 사건에 대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시민사회 및 공익변호사단체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제2의 염전노예사건의 피해 당사자 박씨의 사건에 대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더인디고
  • 7년 간 노동착취… 노동청 합의로 단돈 400만원 받아
  • 피해자 탈출했지만, 13명 염전에 남아
  • 임금체불 넘어 인신매매 사건, 중대범죄수사과 나서야”

[더인디고 조성민]

2014년도 전 국민의 공분을 샀던 신안군 염전노예사건과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해 충격을 준 가운데, 경찰청이 직접 공정한 수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2의 염전노예 사건 피해자 박영근(52세)씨는 경계선급 지적장애인으로 알려졌다. 그는 김 양식장에서 일을 하다 2014년 모 직업소개소를 통해 신안군 소재 염전 사업장에 취업했다.

▲박영근씨 피해 사례 ⓒ더인디고
▲박영근씨 피해 사례 ⓒ더인디고

10월 4일 방연된 KBS 2(굿모닝 대한민국 라이브)와 장애우연구소에 따르면 박씨는 당시 월급제로 계약했지만 월마다 임금을 받지 못했고, 연말에 일괄 지급받는 방식으로 일했다. 하지만 7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새벽 3시부터 밤 11시까지 쉬지 않고 일을 했음에도 정산금을 받아본 적이 없다.

심지어 염전 업주 박씨의 계좌로 일정 금액을 입금해준 척하면서 실제로는 은행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박씨가 현금을 인출, 다시 돌려받는 수법을 반복했다.

문제는 박씨 이외에도 13명이 여전히 해당 염전에 남아 있으며, 대부분은 무연고자인 데다 이 중 1명은 의사소통이 어려운 중증장애인인 것으로 알려졌다.

■ 제2 염전노예사건, 중대범죄수사과가 나서야 하는 이유

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와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등 시민사회 및 공익변호사단체 등은 28일 오전 11시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또 제2의 염전노예사건의 피해 당사자 박씨의 사건에 대해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가 직접 나설 것을 촉구했다.

▲사건 피해자 박영근씨가 증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사건 피해자 박영근씨가 증언하고 있다. ⓒ더인디고

이날 기자회견에는 피해자 박씨도 참석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기 전까지 밤새 잠을 못 잤다”며 “온 국민이 이 사건을 잘 알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나섰다”고 말했다. 말을 계속해서 이어갈 수 없었던 그는 “치아도 다 빠지고 소금 독을 올라 병원에 가고 싶어도 못 가고 일만 했다. 앞으로 우리나라 국회의원과 노동부 장관이 이 일을 제대로 해결할지 모르겠다. 이런 일이 없도록 국가가 나서 달라”며 힘겹게 호소했다.

이들 단체가 중대범죄수사과가 직접 나설 것을 요구한 데는 2014년 염전노예사건을 계기로 장애인 불법 고용 실태조사 등 염전 노동자에 대한 전수조사가 이뤄졌지만, 사건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또 당시에도 국가공무원인 경찰들이 해당 사실을 알고 있음에도 제대로 대처하거나 조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번에도 해당 지자체와 경찰을 신뢰할 수 없는 점도 작용했다.

그뿐만 아니라 박씨가 올해 5월 탈출 후 친척의 도움으로 광주지방고용노동청에 미지급 금액 약 1600만원을 청구했다. 하지만 목포지청은 박씨가 출석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400만원의 합의를 유도했고, 업주가 박씨에게 입금하자마자 사건을 종결 처리했다.

“2014년 염전노예 사건 가해자 처벌처럼 다뤄서는 안돼”… 인신매매 사건 수사 촉구

한편 2014년 사건 당시에도 가해자들은 임금체불로 기소되거나 학대 등은 무혐의로 처리되면서 공분을 산 바 있다. 단순히 임금체불이 아닌 강력한 처벌과 함께 인신매매 사건으로 다뤄야 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우리나라 형법 상 인신매매 조항이 존재하지만, 그 범위를 협소하게 적용하고 있어 노동착취와 관련된 인신매매를 인정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다.

2015년 ‘UN인신매매방지의정서’를 비준했지만, 관련 법률과 소관 부처가 산재한 상태다. 아동복지법은 보건복지부, 근로기준법은 고용노동부, 형법은 법무부, 청소년 성보호법은 여성가족부 등에 속해 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이수진 의원은 이를 총괄하는 ‘인신매매등방지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인신매매등방지법)’을 발의, 마침내 올해 3월 24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동 법은 성매매 착취와 성적 착취, 노동력 착취, 장기 적출 등 착취를 목적으로 한 행위임을 명시하는 등 유엔 등 국제규범에 부합하도록 폭넓게 정의했다. 또한 여성가족부가 각 관련부처와 협력해 인신매매 방지와 피해자 보호·지원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게 되며, 시행은 2023년 1월부터다.

염형국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는 “염전노예는 2014년 사건 당시 국가는 재발방지를 약속했지만, 유사한 사건이 또 발생했다. 이는 책임을 지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증대범죄수사과가 제대로 수사를 하고, 또 국가가 엄중 처벌하되, 인신매매를 실효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조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염형국 변호사(사진 왼쪽), 김종철 변호사(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염형국 변호사(사진 왼쪽), 김종철 변호사(사진 오른쪽). ⓒ더인디고

김종철 공익법센터 어필 변호사도 “염전에서 수많은 인신매매가 있었음에도 근절이 안 되는 이유는 가해자가 인신매매로 처벌받지 않기 때문”이라며 “UN인신매매의정서는 노동착취의 목적으로 피해자를 속이거나 강제력을 행사해 은닉하는 것 또한 인신매매로 정의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해자에 대해 단순히 임금체불뿐만이 아니라 인신매매 사건으로 기소하되, 그럴 수 없다면 국제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피해자가 일한 곳은 대형 소금제조 회사다. 회사 또한 함께 책임을 지고 피해자 지원에도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청사 ⓒ더인디고
▲경찰청사 ⓒ더인디고

한편 이 사건은 최근 전남경찰청이 염전 업주를 사기혐의로 입건애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갑인 경기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 변호사 등 법률대리인단은 “경계성급 지적장애인이더라도 노동력 착취는 형법 상 상습준사기죄이며, 장애인차별금지법과 근로기준법 위반, 그리고 외출을 허용하지 않은 행위는 형법 상 감금죄에 해당한다”면서 “이러한 싸움을 끝내기 위해서는 ▲염전 지역 인권실태 전면 재조사 ▲정기적인 민관합동조사 ▲책임자 엄중처벌 ▲피해자에 대한 체계적인 지원 요구 ▲경찰청 중대범죄수사과 직접 수사 ▲가해자 엄중 처벌 등을 통해 반복되는 염전노예의 악몽을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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