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어둠의 속도’ 재출간 “환영”… ‘자폐증’ 단어 사용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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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어둠의 속도’ 표지. 사진=estas
▲소설 ‘어둠의 속도’ 표지. 사진=estas
  •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 공동성명
  • ‘자폐증’은 질병 규정한 차별용어… 반드시 수정돼야

[더인디고]

자폐를 소재로 한 엘리자베스 문의 SF(과학) 소설 ‘어둠의 속도’가 지난 27일, 12년 만에 재출간 되자 자폐 당사자 단체들이 “환영”과 ”유감“의 목소리를 동시에 냈다.

소설 어둠의 속도는 ‘자폐를 비롯한 장애는 과연 사라져야 하는 것인가?’ 등 자폐 특성을 과연 치료해야 하는지에 대해 근본적인 물음을 던진다. 김초엽 작가는 “기술의 발전은 질병과 장애를 가진 이들을 구원할까?”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책은 세계적인 SF문학상인 네뷸러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극찬을 받았다. 자폐 특성을 지닌 당사자들 자신도 모든 사람에게 일독을 권할 만큼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하는 작품이다.

이에 대해 성인자폐(성)자조모임 estas(estas)와 신경다양성지지모임 세바다(세바다)는 29일 성명을 통해 “이 책의 재출간을 환영하며, 동시에 자폐당사자와 신경다양인에게 이 책을 추천한다”면서도 “소설 출간 과정에서 ‘자폐증’이라는 단어를 수정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자폐인에게 아쉬움을 남긴다”고 밝혔다.

이어 “이 책이 처음 번역 출간될 당시에는 ‘자폐증’이라는 용어에 문제가 없었지만, 지금은 자폐성 장애를 치료해야만 하는 질병으로 규정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할 단어가 됐다”고 지적했다.

estas와 세바다는 또한 “국제적 진단기준인 DSM-5(정신질환 진단 및 통계 편람 5)와 ICD-11(국제질병분류 버전 11)가 ‘아스퍼거 증후군’을 없애고 모든 자폐 특성을 자폐성장애로 통합한 지 오래됐다”며 “이제 당사자들은 자신을 People with autism spectrum이 아닌 Autistic people로 부르고 있고, 이미 자폐연구자가 쏟아지고 있는 가운데 당사자들이 자폐정체성에 대한 주권을 회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들 단체는 국제흐름이 변화하고 있는 가운데 ‘자폐증’이라는 차별표현이 대한민국에서는 사라지지 않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2021년 시행된 KCD-8과 한국의사협회의 의학용어집이 ICD-11가 2022년 시행됨에도 불구하고 Autism Spectrum의 번역어를 ‘자폐증’으로 쓰고 있기 때문에 많은 한국어 어중이 해당 용어가 규범적으로 사용되고 있다는 착각을 할 수도 있다.

estas와 세바다는 “이런 이유로 편집부는 원서에서 사용된 Autism이라는 단어가 ‘자폐’, ‘자폐성 장애’, ‘자폐증’ 모두에 대응되기 때문에 번역어를 수정할 생각을 미처 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며 “그렇더라도 자폐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을 던지는 소설을 출간하면서 이러한 변화를 반영하지 않은 것은 자폐인의 입장에서는 매우 큰 유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자폐특성은 근본적으로 치료할 수도, 치료할 필요도 없으며 자폐인들은 자신의 특성을 있는 그대로 존중받아야 한다. 이것이 자폐권리운동(Autistic Rights Movement)와 신경다양성(Neurodiversity) 운동의 주된 정신”이라며, “그런 의미에서 ‘어둠의 속도’ 다음 쇄에 이 차별용어가 반드시 수정할 것”을 요구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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