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대 피해 장애인, 타 거주시설로 분리”… 인권위 권고에 장애인단체 반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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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장연과 경산 성락원대책위 등은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시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위의 시설 전원 조치 권고를 규탄했다./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전장연과 경산 성락원대책위 등은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장애인시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위의 시설 전원 조치 권고를 규탄했다./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 “성락원 학대 피해자, 시설로의 전원조치는 부적절”
  • 인권위 “법에 따른 결정… 안전한 거주시설도 있다”
  • 복지부 ‘원스트라이크 아웃’ 약속 이행도 주목

[더인디고 조성민]

국가인권위원회가 장애인거주시설 성락원 학대 피해 장애인 등을 다른 거주시설로 전원조치하라는 긴급구제 권고를 내리자 장애인 단체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인권위는 지난 10월 27일 ‘특정된 피해자 4명 중 2명이 성락원을 나와 신체적·정서적으로 안정을 취할 수 있는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전원 조치할 것’을 경산시장에 권고했다.

이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경산 성락원 인권침해 진상규명 및 탈시설 권리 쟁취를 위한 대책위원회(성락원대책위)는 10일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장애인시설 학대 피해자에 대한 인권위의 시설 전원 조치 권고를 규탄했다.

▲장애인단체들은 인권위의 이번 시설로의 전원조치를 규탕하는 내용을 현수막에 손글씨로 적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장애인단체들은 인권위의 이번 시설로의 전원조치를 규탕하는 내용을 현수막에 손글씨로 적었다. /사진=전국장애인차별철페연대

이들은 인권위가 성락원 사태 과정에서 미온적 태도를 보인 데다 수용시설 학대 피해자를 또다시 거주시설에 내모는 이번 조치는 인권위가 시설 속의 구조적인 차별 문제를 외면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성락원은 올해 3월에 제기된 부실 급식, 냉난방 통제, 불량 피복 문제에 이어 5월 불거진 물고문 학대 사건까지 각종 인권유린과 비리가 반복되어 온 시설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8월 10일에는 이 시설 종사자가 먹다 남은 단무지 여러 개를 거주인의 입에 강제로 넣으며 ‘짬밥처리용’이라고 조롱하고 학대하는 장면이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이날은 성락원 내 지속적인 인권침해가 공론화됨에 따라 경북장애인권익옹호기관과 시민단체 등이 전수조사한 첫날이기도 해 충격을 더했다.

관련해 ‘성락원대책위’는 5월 17일 인권위에 물고문 학대행위 피해자 긴급구제를 신청했지만, 인권위는 가해자가 퇴사함에 따라 학대 상황이 해소됐다며 긴급구제 불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다. 하지만 학대가 재발하자 그동안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 인권위를 강도 높게 비판하며, 8월 24일 물고문 피해자를 포함 4명에 대한 재차 긴급구제를 신청했다.

인권위는 8월 27일 물고문 학대 피해자를 관내 임시보호시설로 분리조치한 데 이어 긴급진정 두 달 만인 10월 27일, 물고문 피해자 1명을 제외한 2명에 대해 전원조치를 권고했다. 하지만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장애인 단체들은 인권위가 또 다른 장애인거주시설로 분리조치한 것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이 같은 결정에 대해 인권위 관계자는 더인디고와의 전화 통화에서 “긴급구제조치 상황 발생 시 인권위법 제48조(긴급구제 조치의 권고) 1항 3호(시설수용자의 구금 또는 장소변경)에 의거 해당 지자체장에게 할 수 있는 권한 내의 일 이외 그 이상의 법적 테두리를 넘어설 수 없다”는 입장이다.

장애인 학대피해 쉼터 등 다른 장소도 가능하지 않느냐는 질문에는 “해당 지역에는 가능한 곳이 없다”고 밝혔다. 취재결과 실제 경산시를 비롯해 경상북도 내 해당 쉼터가 1곳 있었지만, 학대 피해 남성은 입소하기가 어려운 것으로 확인 됐다.

▲인권위 차별조사과. Ⓒ더인디고
▲인권위 차별조사과. Ⓒ더인디고

한편 장애인단체 관계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 장애차별조사2과 최낙영 과장과 면담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재희 420경산공투단 공동집행위원장은 전화 통화에서 “최낙영 과장은 ‘당장 인권침해가 일어나는 상황에서 긴급 분리조치를 결정한 것이고, 또 관내 적절한 시설이 없는 상황에서 성락원보다 안전한 시설도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고 말했지만, 이는 그동안 장애인거주시설의 폐쇄적 구조를 지적해 오던 인권위가 궁색한 변명을 늘어놓은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인권 전문가도 해당 조치에 대해 “이 사안은 피해자들에게만 국한된 것이 아닐 수 있어서 보다 근본적 진단을 통해 피진정시설 거주인에 대한 종합적인 대책마련이 필요하나, 사건의 사실관계 등의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우선적으로 피해자들에 대한 긴급한 보호조치가 필요한 상황”이라면서 “인권위가 해당 학대 피해자 긴급구제의 내용은 의미 있지만, 장애인의 탈시설 운동의 관점으로 보면 절반의 구제조치에 불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학대피해 장애인의 피해회복과 보호를 위해서 쉼터가 운영되고 있지만, 광역시도 모두에 설치된 것도 아닌 데다, 일부 지역의 쉼터는 여성장애인 피해자가 이용할 경우 남성 장애인은 이용할 수 없다”면서 “인권위가 미흡한 쉼터 설치 뿐 아니라 피해 장애인의 특성과 의사를 고려한 복지시설로의 분리조치를 권고하지 않은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복지부도 탈시설 로드맵에서 장애인학대 시설에 대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시키겠다고 한 만큼, 성락원 인권침해 사건에 대해 손 놓고 있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더인디고 조성민]

[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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