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장애인 뒷수갑 체포… 강선우 의원 지적에 경찰청장 사과없이 재발방지만 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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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열린 정기국회 예결위에서 강선우 의원(사진 오른쪽)이 김창룡 경찰청장(사진 왼쪽)에게 발달장애인 뒷수갑 체포 사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11일 열린 정기국회 예결위에서 강선우 의원(사진 오른쪽)이 김창룡 경찰청장(사진 왼쪽)에게 발달장애인 뒷수갑 체포 사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국회방송 캡처
  • 김 청장, “뒷수갑, 경찰 발언 문제 있다” 인정
  • 부모와 대화 등 선제적 해결에 “네” 답했지만… “글쎄”
  • 부모연대 “실천 의지 지켜볼 것”

[더인디고 조성민]

경찰이 발달장애인에게 뒷수갑을 채워 연행한 사건에 대해 국회에서도 질의가 이어졌다. 사건 발행 꼭 6개월째 되는 날이다.

발달장애인 고모(24세) 씨에 대한 인권침해와 더불어 사건 경위를 묻는 부모에게 경찰이 차별 발언을 쏟아내면서 이 사건은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이 제기됐다. 하지만 사건 발생 6개월이 지났는데도 경찰청 차원의 사과나 재발방지 노력이 없자 부모와 장애인 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는 상황이다.

이에 지난 11일에 열린 제391회 정기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은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의원의 관련 질의에 대해 “경위를 알아보기 위해 파출소를 찾은 부모에게 경찰의 언행은 모욕적으로 들릴 수 있다. 어떤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며 “상당히 엄중하게 생각하고, 감찰수사 등을 통해 경고조치 등 필요한 조치를 했다”고 답변했다.

이날 강선우 의원은 당시 뒷수갑 체포와 경찰의 발언 등이 적절했는지 김창룡 경찰청장의 의견을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뒷수갑을 채운 것에 대해서도 강 의원이 “도주, 자해, 폭행 등 위험 행동을 하지 않은 상황에서 경찰이 적절한 조치를 취한 것인지”를 묻자 김 청장은 “뒷수갑은 가능한 한, 최소한의 범위에서 하도록 규정이 바뀌었다”고 답변함으로써 경찰의 조치가 문제 있음을 인정했다.

강 의원은 또 자신의 딸도 발달장애인임을 언급하며, 이 사건을 접하는 순간 “부끄럽게도 우리 아이 혼자 밖으로 나가게 하면 안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렇게 조심해야 하는 사회가 과연 옳은 사회인가”라며 김 청장의 의견을 물었다.

김 청장은 강 의원의 질에 대해 “(경찰청은) 아동이나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의 특성에 맞는 보호나 법 집행 계획을 세우고, 또 일선 경찰관에게 다양한 방법으로 교육을 하고 있지만, 충분히 숙지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 그런 상황의 발생에 대해서는 정말 안타깝게 생각한다”면서 “이 일을 계기로 관련 교육과 또 현장 등에서의 법 집행 부분까지 점검함으로써,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 청장은 또한 가능하면 부모 등과 직접 대화를 나눠보길 바란다는 강 의원의 요청에 대해서도 “네”라고 답했다.

강 의원은 인권위 진정에 이어 경찰청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것에 대해 경찰청이 선제적으로 나설 것을 주문했다.

윤진철 전국장애인부모연대 사무처장은 더인디고와 전화 통화에서 “경찰청장이 당시 사건에 대해 문제가 있었음을 인정한 것은 의미가 있다. 하지만 강 의원의 언급처럼 경찰청이 선제적으로 대응할지 또 청장이 직접 대화를 시도할지 등 구체적인 실천 의지가 있는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라며 의구심을 감추지 않았다.

▲11일 예결위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강선우 의원. 사진=국회방송 캡처
▲11일 예결위에서 김창룡 경찰청장에게 질의하고 있는 강선우 의원. 사진=국회방송 캡처

한편 지난 5월 11일 저녁 8시경 고씨는 평소처럼 외출한 어머니와 누나를 집 근처에서 기다리던 도중, 한 중년 여성이 ‘외국인이 자신을 위협하는 것’으로 착각, 고씨를 경찰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고씨에게 외국인 등록증을 요구하며, 인적사항과 혐의사실 등을 물었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는 고씨는 적절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 이에 경찰은 고씨가 답을 회피하고 현장을 이탈하려 한다고 판단, 뒷수갑을 채워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또한 고씨는 파출소에 인치된 상황에서 경찰의 강압적 행동에 더 당황하며 도전적 행동 등을 했지만, 그때까지도 뒷수갑은 그대로였다.

고씨는 결국 파출소를 찾아온 부모가 신원을 확인한 후에야 석방됐고, 신고자가 처벌 불원 의사를 밝혀 사건은 종결됐다.

하지만 고씨의 부모에 따르면 연행한 날에도 경찰은 ‘장애인 아들을 목걸이도 없이 밖에 내보내면 어떻게 하냐’며 차별적인 발언을 서슴없이 내뱉은 데다 이튿날 사과를 받고자 파출소를 다시 찾았지만, 파출소장은 되레 ‘당신 딸이 그렇게 신고하면 당신은 수갑을 안 채울 거야. 왜 이렇게 불만이 많아. 이러한 식의 체포 방식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화를 내는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관련해 고씨의 부모와 장애인부모연대 등 장애인 단체는 지난 7월 22일 해당 파출소와 안산 단원경찰서장, 김창룡 경찰청장을 상대로 장애인 인권침해에 대한 진정서를 제출했다.
이들은 ▲위법·부당한 현행범체포 및 과잉 진압행위를 한 담당 경찰관 징계와 장애 인식개선 교육 ▲경찰관의 ‘장애인 수사 관련 현장 대응 매뉴얼’을 개선 ▲경찰관 전원에 대한 장애인 인식개선 교육 등을 요구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어떠한 사과나 재방방지 노력이 보이질 않자 11월 4일에는 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청장 면담을 촉구하기도 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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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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