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연금공단 종합조사 결과 공개거부’에 제동… 활동지원 이용자 손들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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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법원 Ⓒ더인디고
▲대한민국법원 Ⓒ더인디고
  • 중증장애인 “알권리” 이유로 행정소송 ‘승소’
  • 연금공단, 세무항목 공개 거부이유 “부정수급”
  • 장추련 “내년 산정특례 종료 대비, 개인정보는 필수”

[더인디고 조성민]

활동지원서비스 종합조사표의 항목별점수 결과에 대해 서비스 이용자가 정보를 요구할 경우 이를 공개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은 12일 뇌병변장애인 서모씨가 자신의 활동지원등급 하락 이유를 확인하고자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한 ‘정보공개거부취소 소송’에서 원고 서씨의 손을 들어줬다.

종합조사로 110시간 하락변경급여 통지서엔 달랑 ‘6구간만 표시

이번 소송은 지난 2019년 7월, 장애등급제도가 개편에 따라 서씨가 활동지원 급여 신청을 위해 장애인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서씨는 뇌병변장애 1급 중증장애인으로 장애등급제 개편 이전에는 보건복지부로부터 월 440시간과 서울시 추가 95시간, 총535시 활동지원서비스를 받았다. 등급제 폐지 후 기존 수급자격 유효기간인 3년(‘19.10월)이 만료될 즈음 서씨는 연금공단에 갱신 신청을 했지만, 월 활동지원시간이 무려 4구간이나 하락한 110시간이 잘려 나간 것. 하지만, 사회보장급여 변경통지서에는 활동지원등급(6구간)만 표시 됐을 뿐 구체적인 조사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서씨는 도봉구청에 구체적인 조사결과를 문의했지만, 구청은 국민연금공단의 지침에 따라서 세부항목을 공개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에 씨는 종합조사표 항목별 점수에 대한 정보공개를 정식으로 청구했고, 도봉구청과 연금공단은 정보공개법 제9조를 이유로 ‘의사결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기 때문에 공개할 수 없다는 비공개결정통지서로 응수했다.

정제형 장애인차별금지추진연대 법률지원단 변호사는 당시 “장애인 당사자가 정보공개 청구한 종합조사 결과는 비공개 대상 정보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만약 비공개정보에 해당하려면 ▲의사결정과정 또는 내부검토과정에 있는 사항 그 자체이거나 그에 준하는 사항에 해당하여야 하고 ▲이 경우에도 업무수행의 공정성 등 이익과 국민의 알 권리 등을 비교하여 공개될 경우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현저한 지장을 초래한다고 인정할 만한 타당한 이유가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변호사는 이어 “원고가 정보공개 청구한 정보는 단순히 조사항목별 점수에 대한 것으로, 이미 평가가 완료되어 처분이 의사결정 과정 또는 내부검토 과정에 있는 사항 등에 해당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29일 오전 11시, 장추련 등 4개 장애인단체는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결과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에 대한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 장추련 등 4개 장애인단체는 4월 29일 서울행정법원 앞에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 결과 정보공개청구 비공개 통지에 대한 행정소송 청구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재판부 개인정보를 왜 공개 않느냐”… 피고 측 부정수급 우려

법원 판결문이 아직까지 공개는 안됐지만, 정 변호사의 주장대로 재판부과 서비스 이용자의 알권리를 중시한 것으로 보인다.

15일 장추련이 보도한 내용에 의하면 재판부는 변론기일 과정에서 피고 측에 ‘왜 개인의 정보인데 알려주지 않느냐’고 묻자 연금공단 등 피고 측은 ‘종합조사표의 세부결과를 바탕으로 장애인이 이후 조사를 진행할 때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조사원에게 진술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고 답변했다.

이에 대해 장추련은 “행정청의 입장은 결국 장애인과 관련한 서비스를 여전히 시혜적인 정책으로 바라보고 있는 행정청의 장애인식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며 “활동지원서비스는 국가가 제공해야하는 기본적인 서비스이자, 장애인의 권리임에도 부정수급을 고민하느라 장애인이 자신의 정보조차 확인할 수 없는 것은 국가에 의한 명백한 국민의 권리침해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행정청은 부정수급에 대한 의심 이전에 더 많은 사람이 충분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며 “도봉구청과 국민연금공단 등은 재판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고 빠르게 절차와 제도를 개선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했다.

■ 내년 산정특례 종료… 이의신청 시 중요한 근거 될 것

한편 장애등급제 개편 이후 활동지원 급여 신청을 위해 종합조사를 받은 장애인 중 다수는 개편 이전보다 등급 구간이 하락하여 활동지원시간이 감소했다.

실제 서비스지원 종합조사로 수급갱신(19.7~20.12)한 기존 수급자 44,071명 중 17.4%인 7,662명이 급여량이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이 연금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종합조사 적용 2년만인 올해 7월 기준, 전체 활동지원 수급 인원 중 1구간은 5명에 불과했고, 최중증에 해당하는 1~6구간도 전체의 1.67% 수준이지만, 85%는 12~15구간에 몰렸다. 게다가 신규 신청자 중에는 1구간을 받은 사람이 단 한 명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월 한도액 산정특례’라는 제도를 마련, 종합조사 결과 지원에 대한 월 한도액이 이전보다 감소한 경우 최초 1회 3년간 이전 급여를 보전해주는 임시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장추련은 “문제는 산정특례가 종료될 내년 6월부터는 원고와 같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 다투고자 해도 자신의 조사결과 등 정보를 알지 못하면, 이의신청 등을 진행하기 매우 어렵다”며 “실제 장애등급제 폐지 후 올해 6월까지 이의신청 4463건 중 이의가 인정된 경우는 49.0%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종합조사표에서 등급구간이 왜 하락하게 되었는지 확인하고 종합조사 제도의개선이 필요한 부분을 점검하지 않는다면, 3년 후에 같은 조사를 다시 받게 되고, 이 과정에서 자칫 활동지원시 하락으로 일상생활 유가 어려울 수 있다”며 이번 판결의 승소 의미를 덧붙였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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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현
2 years ago

아주 좋은 판결입니다. 앞으로는 판정결과를 당사자에게 직접 전달하는 방향으로 바뀌면 더 좋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