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드코로나? 발달장애인 5명 확진됐지만 돌봄공백 여전… 인권위에 차별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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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 등은 23일 오전 11시,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 마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 등은 23일 오전 11시,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 마련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사진=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 재택, 입원 및 치료 과정에서 지원인력 공백
  • 장애인 확진자 대책 촉구 ‘긴급진정’

[더인디고 조성민]

단계적 일상회복(위드코로나) 과정에서 발달장애인들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시스템 부재로 차별이 발생했다며, 대구지역 장애인단체가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장애인이 양성 판정을 받은 후 병원 입원이나 재택대기 및 치료 과정에서 활동지원서비스 인력 배치 지침이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장애인의 주 돌봄자인 가족이 확진될 경우 24시간 활동서비스가 가능하지만, 이 또한 가족이 책임을 져야 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와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 등 장애인 단체 및 발달장애인과 가족들은 23일 오전 인권위 대구사무소 앞에서 장애인 확진자 대책 마련 촉구 기자회견을 개최한 데 이어 질병관리청장과 보건복지부장관, 대구광역시장을 상대로 인권위에 긴급진정을 제기했다.

이들 단체는 위드코로나 시기 확진자가 지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만큼 장애인 확진자 또한 더 발생할 수 있음을 지적하며 ▲장애인 확진자 발생 시 병원과 생활치료센터 내 지원인력 배치 지침이 제대로 작동되도록 할 것과 ▲장애인 확진자의 재택치료(재택대기) 때 지원체계 마련 ▲도전적 행동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을 위한 감염병 전담병상 등 지원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함께하는장애인부모회는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8일 대구 동구 소재 주간보호센터를 이용하는 5명의 발달장애인이 코로나 확진을 받았다. 하지만 지역 내 생활치료센터와 대구의료원 입원 및 재택치료를 하는 과정에서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에 따르면 주간보호센터를 통해 확진된 발달장애인 5명 중 2명은 비확진자인 어머니와 해당지역 생활치료센터에 동반 입소했지만, 12일 보호자들 역시 코로나에 감염됐다. 또 다른 2명은 병원에 입원해 부모 또는 같이 확진된 주간보호센터 교사의 지원을 받아 생활하고 있다. 나머지 1명은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에 입원할 시 지원 대책이 별도로 없기에 익숙한 공간인 집에서 보호자(아버지)의 지원을 받고 있다.

문제는 발달장애인 확진자 및 가족의 어려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고혈압, 당뇨 등의 기저질환이 있는 발달장애인 한 명(남성)은 도전적 행동으로 인해 입원치료가 쉽지 않아 집에서 대기하던 중 고열로 긴급 후송됐다. 하지만 후송된 병원에서도 발달장애인의 행동적 특성에 대한 지원환경이 갖추어지지 않아 다시 남성 간호사가 있는 다른 병원으로 이송되는 일이 발생했다.

또한 같은 사건으로 확진된 보호자(아버지)가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자신이 입원할 시 발달장애인 자녀(음성)를 지원할 수 없게 된 것. 결국 재택에서 치료하는 방법을 택하며 한편으로는 자녀를 돌보고 한편으로는 자녀의 감염을 걱정하는 상황도 벌어졌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대책이 부재하다는 비판에 직면하자 장애인전담병상 마련과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 입원 시 활동지원사 배치 계획 등을 발표했다. 하지만 도전적 행동 등 특별한 지원이 필요한 발달장애인에 대한 전담병상과 지원체계는 여전히 전무한 상태다.

게다가 병원 및 생활치료센터에 활동지원사 배치를 위해서는 관련 인력이 사전에 준비되어 있어야 하는 데다, ▴장애인 ▴가족 ▴활동지원사 ▴활동지원기관▴병원 등 5개 주체의 합의가 필요하다.

이에 대해 장애인단체들은 “감염병관리법과의 상충과 인력관리의 부담 등으로 사실상 지침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발달장애인 피해자들은 보건소와 구·군청에 장애인 확진자 보고 및 관리 체계 안에서 장애인 확진자 지원에 대한 그 어떤 절차나 정보도 듣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실제 작년 12월에 이어 올해 8월에도 장애 정도가 심한 근육장애인이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전담병원에 입원했지만, 5일간이나 돌봄공백이 발생했다. 당시 40대의 권모씨는 혼자 식사나 용변처리, 심지어 위급 시 전화를 걸거나 몸을 뒤척일 수도 없는 최중증의 근육장애인이다.

한편 정부는 지난달 29일 ‘단계적 일상회복 이행계획’을 발표하며 “모든 확진자는 국가 책임하에 현행 의료체계에서 안전하게 치료받는다는 원칙에 따라 중증도 별 필요한 수준의 적정치료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관리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코로나 대응 의료체계 안에서 장애인 확진자는 배제되어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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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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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0733@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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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years ago

현재 코로나 확진자 수가 급격히 많아지면서 비장애인들도 신경을 많이 써야 하는데, 장애인 확진자에 대한 지원체계와 역할분담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은 장애인 확진자에 대해 전혀 신경을 쓰지 않고 있다는 것 같습니다. 최중증의 근육장애인이 5일동안 돌봄을 받지 못하고 아무도 그 5일동안 신경쓰지 않았다는게 우리나라는 아직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