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윤선의 무장애 여행] 서울 시티투어 저상버스 타고 무장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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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티투어 저상버스 '타이거‘ /사진=전윤선 대표
▲서울 시티투어 저상버스 '타이거‘ /사진=전윤선 대표

[더인디고=전윤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전윤선 더인디고 집필위원

서울 시내권 여행이 한결 가벼워졌다. 서울의 도심 고궁여행 코스를 하루에 다 둘러 볼 수 있은 이동수단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동안 휠체어를 사용하는 장애인 등 보행 약자는 도심 여행을 하려면 지하철역을 이용하거나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하는 불편이 있었다. 장애인 콜택시를 이용해 여행하려면 콜 신청 후 연결이 오래 걸려 하루에 한두 코스만 둘러볼 수 있다. 지하철을 이용해 여행하려 해도 여행지와 먼 곳은 한참 걸어야 하는 걱정이 있었다. 시내 저상버스 이용은 버스가 언제 올지 몰라 기약 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서울 다누림 관광센터에서 리프트 버스나 승합차를 대여해 여행도 하지만 예약을 해야 하고 또 단체 여행 이어야 한다.

10월 1일부터 철저한 방역 하에 운행을 재개한 서울 시티투어 저상버스는 언제든 이용 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서울시티투어저상버스 “타이거”는 광화문 동화 면세점 앞에서 두 대의 버스가 번갈아 가며 한 시간에 한 대씩 출발한다. 2층 구조로 된 버스는 1층엔 여섯 개의 일반 좌석과 휠체어 좌석 1개 있고 2층은 모두 오픈형 일반 좌석에 계단이어서 휠체어 사용자는 접근 할 수 없다. 요금은 12월 까지 할인 기간이라 1인 16,000원이고 할인 기간이 끝나면 24,000원이다. 장애인 등 복지 할인이 없는 것은 아쉽다. 버스표는 하루 이용권으로 노선마다 내렸다 탔다를 반복해 이용 할 수 있다. 수동식 리프트 이어서 고장 날 걱정은 없고 휴대폰 충전 잭과 비상벨, 내릴 곳을 알리는 호출 벨이 있다.

▲휠체어 좌석 호출벨 /사진=전윤선 대표
▲휠체어 좌석 호출벨 /사진=전윤선 대표

서울시티투어저상버스 “타이거” 노선은 동화 면세점을 출발해 명동, 남산 한옥골마을, 엠버서더호텔, 신라호텔, N서울타워, 하얏트호텔, 동대문디자인프라자&동대문시장, 대학로, 창경궁, 창덕궁, 인사동, 청와대, 경복궁. 세종문화 회관을 순환한다. 동화 면세점을 출발한 버스는 명동을 향해 부드럽게 굴러간다. 명동에서 내려 명동성당으로 갔다. 명동성당 몇 년 전 리모델링을 끝내 접근성이 개선됐다. 1층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경사로가 마련돼 있고 카페와 서점, 아트샵, 장애인화장실, 엘리베이터와 2층엔 식당이 있다. 승강기를 타고 3층으로 올라가면 명동성당이다. 명동성당은 한국 천주교회의 상징이자 심장이다. 군사 독재 시절 민주화 운동 때는 경찰의 진압을 피해 성당 안으로 몸을 피하면 그들을 품어주는 안식처가 되어 주었다. 경찰은 명동성당에 피신해 있는 민주화 운동 활동가를 억지로 끌어내지 못했다. 그만큼 명동성당은 공권력이 함부로 진입할 수 없는 성역 이었다. 명동을 여행하는 사람은 성당을 빼놓지 않고 둘러봐야 할 코스이기도 하다. 성당 정문 왼쪽 벽으로 반쯤 지나면 경사로가 있는 옆문이 있다. 휠체어 사용 여행자는 이 문을 통해 성당 안으로 들어간다. 성당안은 평일에도 기도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스테인글라스 장식된 창문으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영롱하고 장엄한 성당 특유의 분위기가 연출된다.

내가 성당을 처음 만났던 건 인도 여행 때 마더 테라사 수녀님이 있는 콜카타 사랑의 선교회 성당에서다. 꼭 두 새벽에 일행들과 함께 미사를 보러 성당에 갔다. 들어서는 순간 성당 안을 가득 메우는 낮은 기도 소리와 찬송은 심장을 강타했다. 텔레비전에서만 보던 천주교 예배가 재현되니 정신없이 없었다. 미사가 끝나고 나와 그때서야 압도된 분위기에서 빠져 나올 수 있었다. 명동성당에서 그때의 기억이 소환됐다. 성당은 항시 개방돼 있어 언제든 신과 만날 수 있다. 성당에서 나와 명동 쇼핑거리로 이동했다. 코로나 이전처럼 외국인들은 줄었지만 국내 여행객들이 명동 거리를 활기차게 한다.

시계를 보니 벌써 한 시간이 다 되어 간다. 다시 시티투어 버스 타러 정류장으로 급히 발길을 이어갔다. 버스는 남산 국립극장을 지나 N서울 타워로 올라간다. 시민들은 느긋하게 산책로를 따라 올라가고 시티투어 버스도 남산의 가을을 따라 올라간다. 어느새 버스는 N타워 정류장 도착했다. 여행객들은 N타워에서 가장 많이 내려 타워로 올라간다. 타워로 올라가는 길은 왼쪽 순환로 바로 옆에 완만한 길이 있고 가파른 급경사길 3분의 1 지점쯤 왼쪽으로도 완만한 경사길 등 세 갈래 길이 있다. 급경사 길은 예전 친구들과 왔을 때 전동휠체어가 미끄러져 전복될 뻔한 아찔한 길이다. 급경사 길을 피해 왼쪽 길로 가기로 했다. 왼쪽 길은 N타워 내부로 진입해 승강기를 타고 1층으로 올라갈 수 있다. N타워 안은 식당과 장애인 화장실, 카페, 전시관 등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전망대로 올라가는 승강기도 있다.

승강기를 타고 N타워 전망대로 올라갔다. 승강기 내부는 3D영상이 방영돼 지구를 순식간에 벗어나는 우주선 같다. 우주선 종착지는 N타워 전망대다. 전망대에서 보는 서울시내 풍경은 빌딩 숲이 우거져 있고 도심 뒤쪽으로 거대한 산이 분지처럼 도심을 감싸고 있다. 한강은 도심을 반으로 나눠 굽이쳐 흐르고 강을 끼고 형성된 서울은 우와하고 아름답다. 날씨가 좋은 날엔 인천 앞바다 가지 보인다고 한다. 먼 곳을 좀 더 자세히 보려면 망원경으로 봐야 한다. 그런데 망원경은 왜 키가 똑 같이 클까? 사람의 신체는 다양한데 망원경의 키는 성인 남성의 키에 맞춰져 있어 높이 조절 망원경이 필요하다.

▲사랑의 자물쇠 /사진=전윤선 대표
▲사랑의 자물쇠 /사진=전윤선 대표

1층 타워광장으로 내려왔다. 광장엔, 남산 팔각정과 봉수대, 남산 케이블카 승강장이 있다. 사랑의 자물쇠 나무도 N타워 광장의 명물이다. 연인들은 남산에 오면 사랑이 변함없이 지속되길 바라며 자물쇠에 이름을 새기고 나무에 걸어 영원한 사랑을 약속한다. 광장에서는 N타워를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N타워에 왔으니 인증 샷은 찍어줘야지. 남산 봉수대 봉수 의식은 코로나로 인해 축소 운영되면서 봉수대를 지키는 조선시대 병사만 여행객과 기념사진을 찍어준다. 계단뿐이던 팔각정도 경사로가 만들어 접근성이 개선됐다. 남산에 갈 때마다 팔각정에 오를 수 없어 실망했는데 이젠 실망의 반이 해결됐다. 팔각정 위까지는 계단이 다섯 개나 있어 접근하지 못하지만 바로 아래까지는 경사로가 생겨 접근 할 수 있게 됐다.

▲팔각정 올라가는 길 /사진=전윤선 대표
▲팔각정 올라가는 길 /사진=전윤선 대표

서울의 대표 공원인 남산 길은 자연과 역사, 문화를 동시에 접할 수 있는 도심 속 체험 산책로이다. 서울숲, 응봉산, 대현산, 금호산, 매봉산을 넘어 버티고 개를 지나 남산까지 걸으면서 서울의 아름답고 역동적인 사계절과 함께 한강의 경관을 볼 수 있다.

남산은 한양 도성의 일부이다. 조선의 도읍지인 한성부의 경계를 표시하고 왕조의 권위를 드러내며 외부의 침입을 막기 위해 축조된 성이다. 북악산, 낙산, 인왕산, 남산의 능선을 따라 성을 쌓은 이후 여러 차례 개축 했다. 한양 도성은 전 세계에 남아있는 도성 중 가장 긴 세월동안 성의 역할을 다한 건축물이다. 남산의 성벽도 낡거나 부서진 곳을 고친 역사가 고스란히 남아 있다.

한 시간 안에 N타워 주변을 다 보려니 마음이 급하다. 다시 버스 정류장으로 내려가 시티투어버스 “타이거”를 탔다. 하얏트 호텔을 지나 동대문 디자인프라자 앞에 버스는 정차 했다.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는 옛 동대문 운동장을 허물고 새롭게 건축된 건물이다. 건물의 명칭처럼 디자인과 관련된 전시와 판매를 한다. 건물은 우주선 모형을 본따 지어졌고 접근성도 괜찮다. 동대문은 평화시장과 광장시장도 근처에 있어 쇼핑의 메카로 불린다. 평화시장 근처 버들다리엔 전태일 동상이 있다. 버들다리는 전태일 다리라고도 한다. 비정규직과 손을 잡은 전태일, 청년과 손을 잡은 전태일, 모든 소외된 노동과 손을 잡은 전태일 열사는 노동환경 개선을 위해 자신의 목숨을 버리기까지 얼마나 고심했을까. 전태일 열사 동상 앞에 서니 결연해진다. .

다시 버스를 타고 대학로로 이동했다. 대학로엔 장애인 문화예술 공간 “이음센터”가 있다. 문화를 생산하는 대학로 공연장 곳곳을 둘러보고 마로니에 공원에서 잠시 가을을 느끼며 다시 시티투어 버스를 타고 창경궁, 창덕궁, 경복궁을 지나고 청와대도 지났다. 버스는 세종문화회관에 잠시 정차해 사람들을 내려놓고 처음 승차 했던 동화 면세점 앞에 도착했다.

여행의 기본은 이동이고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서울시티투어저상버스 운행은 반가운 소식이다. 이젠 휠체어 사용 장애인도 4대문 안 여행 코스를 하루에 둘러볼 수 있게 됐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평등한 여행이니까.

▲ 저상 시티투어 타는 곳
– 시청역, 경복궁역 에서 세종문화 회관 방향
– 동화 면세점 앞

▲ 요금
– 할인 기간인 12월까지 18,000원 / 복지할인 없음
– 휠체어 좌석 1개

▲ 접근가능 화장실과 식당
– 명동성당, 서울N타워 등 다수

[더인디고 THE INDIGO]

사)한국접근가능한관광네트워크 대표. 무장애관광인식개선교육 강사. 무장애 여행가로 글을 쓰며 끊어진 여행 사슬을 잇는 활동을 오래전부터 해오고 있습니다. 접근 가능한 여행은 모두를 위한 평등한 여행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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