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중심 권리보장법 안돼”… 장애계 “시대정신 담지 못하면 빈껍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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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장총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 방향 논의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한국장총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 방향 논의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
  • 권리보장법? 권리보장원법?.. 정부안 “비판”
  • 김·최·장 이어 이종성 의원, 네 번째 발의한다
  • 국정과제? 21대 국회서 제대로 논의하자”

[더인디고 조성민]

문재인 정부의 국정과제인 ‘장애인권리보장법안’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문턱조차 넘지 못한 가운데 임기 내 제정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권리보장법안 발의 순서에 따라 정의당 장혜영 의원안, 더불어민주당 김민석 의원안, 최혜영 의원안은 지난 11월 24일에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의에서 안건 설명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적인 일정대로라면 결국 내년 2월 임시국회 때나 논의된다. 게다가 2일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도 권리보장법 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최소한 4개의 제정법안과 세트법인 4개의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안이 병합심사를 앞두고 있어 시간은 더욱 길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최혜영, 장혜영 권리보장법안과 긴밀히 연결된 ‘장애인탈시설지원법’까지 합치면 9개 이상이 법안이 논의의 장에 오를 전망이어서 현 정부 내 법안 통과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의견이다.

이에 최혜영 의원과 긴밀히 법안을 준비해온 한국장애인단체총연맹(한국장총)은 2일 여의도 이룸센터에서 장애인권리보장법 제정과 장애인복지법 전부개정 방향 논의를 위한 긴급 간담회를 개최했다.

간담회에는 주최 측인 한국장총을 비롯해 한국장애인단체총연합회(장총련),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한국장애인연맹(한국DPI), 한국시각장애인연합회(한시련) 등 지난 10여 년 동안 권리보장법(또는 장애인기본법) 제정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해온 대표적인 단체 및 보건복지부 관계자 등이 참여했다.

▲이주언 변호사가 3개 권리보장법안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인디고
▲이주언 변호사가 3개 권리보장법안 구성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더인디고

먼저 최혜영안을 만드는데 참여한 이주언 사단법인 두루변호사는 “지난 20대 국회 때 양승조·오세제·김승희 의원이 장애인의 정의와 패러다임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임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면서 “하지만 권리보장법이 문재인 정부의 100대 과제임에도 보건복지부가 임기가 다 끝난 지난 8월에나 민관협의체를 구성했다. 하지만 장애계의 의견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으면서 이번에도 정부안을 비롯해 3개의 법안이 발의됐다”고 법안 제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 변호사는 3개 법안을 비교 설명한 데 이어 “권리보장법에 충분히 담지 못한 탈시설지원법의 별도 제정이 불가피한데다 UN장애인권리협약을 고려한 장애 관련 개별법(특별법) 등의 체계 적합성과 종합적인 내용정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관련 부처도 보건복지부가 과연 적절할지, 아니면 법무부나 국무조정실이 맡는 것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향후 과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장애인단체 관계자 대부분은 정부안 중심의 김민석안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의견이다. 차라리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다.

▲간담회 참여 단체 관계자들. ⓒ더인디고
▲간담회 참여 단체 관계자들. ⓒ더인디고

이용석 한국DPI 정책실장은 “김민석 안은 장애 관련 법률 체계 정비와 국제적 흐름만을 반영한 기본법에 불과하다”며 “법 제정 자체가 목적이냐?”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최혜영·장혜영안에 공통으로 담긴 예산, 기금, 단체소송, 재난안전 등 실질적인 권리보장에 관한 조항은 언급조차 없다. 오히려 장애인개발원을 장애인권리보장원으로 재편해 장애정책 전반을 시행하는 권리보장원법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 실장은 또한 “최, 장 의원안도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 등 장애인 복지정책 수립 체계를 어떻게 강화할 것인지, 또 실효성 있는 차별구제를 위한 장치 마련이나 단체소송 도입 등 장애인에 대한 인권침해의 예방 지원 대책을 보완하고, 장애인복지서비스 전달체계를 보다 구체화하여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변재원 전장연 정책국장도 “정부안 UN 장애인권리협약 주장만 있지, 대상과 예산, 전달체계 및 차별구제나 처벌 부분 등에 관한 내용이 전혀 없다”며 “고작 장애인정책조정위 사무국을 복지부에 두는 것과 한국장애인개발원을 권리보장원으로 변경하는 것 밖에 없다. 내용이 어느 정도 맞아야 논의를 할 수 있는데, 뭘 논의할지 모르겠다”고 꼬집었다.

변 국장은 “특히, 장애인이어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ICF 모델에 따라 누구나 필요에 의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장애인등록제 폐지 등 장애인복지전면 개정안인 ‘장애인서비스법안’과 권리보장법안이 궤를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박마루 장총련 사무총장은 “권리보장법과 각 장애 관련법들과의 상충문제가 없는지 더 살펴봐야 한다”며 “특히, 장애인지원기금은 국가재정법도 함께 개정돼야 하고, 그에 따라 장애인단체 지원이나 국제교류 등은 줄어들 가능성이 있어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총장은 이어 “더디더라도 단체뿐 아니라 모든 장애인의원 및 관련 부처가 참여한 가운데 관련 논의를 이어갈 필요가 있다”며 “여야 의원이 참여하는 확대 회의를 개최하겠다”고 밝혔다.

간담회에 참석한 박준형 보건복지부 장애인정책과 사무관은 “제정법의 경우 반드시 공청회를 거치게 되어 있고, 최혜영 의원안도 아직 의견조회가 끝나지 않은데다 탈시설지원법까지 함께 논의할 경우 시간이 많이 걸릴 수 있다”고 전제한 뒤 “앞으로 공청회 등 국회를 중심으로 법안 논의가 이어지는 만큼 정부도 이 일정에 따라갈 수밖에 없다”고 말해 사실상 국정과제로서의 의미는 무색해졌다는 눈치다.

▲간담회 참여 단체 관계자들. ⓒ더인디고
▲간담회 참여 단체 관계자들. ⓒ더인디고

이에 대해 권재현 한국장총 국장은 “정부가 국정과제면서도 어떠한 안이나 방향성 제시 없이, 연구나 민관협의체 등 형식적인 부분에 얽매인 것 같다. 그렇다고 단체가 의견을 내면 이견을 보인다며 오히려 시간을 끌어온 측면이 있다”며 “정부 스스로 국정과제라는 틀에 갇혀 어느새 문재인 정부 임기말을 맞게 됐다”고 꼬집었다.

권 국장은 또한 “권리보장법이라는 포괄적인 접근으로 풀어야 할 이슈들을 장애등급제 폐지나 권익옹호기관 설치 등 개별적으로 해결해오면서 권리보장법 제정의 동력을 잃은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라는 이름으로 임기 내 해결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21대 국회에서 제대로 해결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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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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