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자는 법안 깨운 청각장애인들, 보청기 사용 환경 개선 촉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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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강주해 감각장애인 선거공약연대 공동대표(왼쪽)와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회장(오른쪽)이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각각 ‘조속한 법률개정 추진해 주세요’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30일 강주해 감각장애인 선거공약연대 공동대표(왼쪽)와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회장(오른쪽)이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과 이종성 국민의힘 의원을 향해 각각 ‘조속한 법률개정 추진해 주세요’라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 “보청기 사용 편의증진 3법, 개정 논의하라”
  • 개정 청원에도 21대 국회 임기 말까지 논의 미뤄
  • 20대 국회에 폐기된 법안 66%… 21대 국회는?

[더인디고 조성민]

보청기나 인공와우 기기를 사용하는 인구는 늘고 있지만, 실제 사용자들은 편의 서비스가 열악해 불이익을 당하고 있다며 국회와 정부를 향해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2021년 한 해가 저물고 있는 30일, 더이상 국회만 믿고 기다릴 수 없는 절박한 심정에 청각장애인 등 난청인 당사자들이 직접 나섰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청각장애인협회 등 감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사용 환경 개선을 위한 법 개정안 논의를 서둘러 달라고 호소했다.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청각장애인협회 등 감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30일 오전 11시,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사용 환경개선을 위한 법 개정안 논의를 서둘러 달라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장애의 벽을 허무는 사람들, 한국청각장애인협회 등 감각장애인 관련 단체들은 30일 오전 11시, 청각장애인의 보청기 사용 환경개선을 위한 법 개정안 논의를 서둘러 달라며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더인디고

지난 2017년 보건복지부 장애인실태조사에 따르면 청각장애인의 61.8%가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2020년 등록 청각장애인은 39만5천 명, 이중 약 24만 명 이상이 보청기를 사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고령에 따른 난청 등으로 보청기를 착용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많은 국민이 듣는 것으로부터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다. 실제 2019년 말 국민건강보험공단 자료에 의하면 국내 난청 인구는 810만 명, 국민 6명 중 1명꼴이다.

특히, 보청기를 사용하는 청각장애인 등은 일상생활은 물론 구청 등 공공건물이나 공연시설, 강연장 등을 이용할 때 잘 듣지 못해 생기는 불편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공항과 역사, 지하철 등 교통시설이나 교통수단을 이용할 때도 잘 듣지를 못해 불이익을 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전북 전주갑)은 지난해 11월 장애인과 고령자를 위한 보청기 제공과 전용 방송장치 설치 등 청각보조 서비스 지원을 위해 ‘교통약자법’과 ‘장애인등편의증진법’, ‘장애인차별금지법’, 일명 청각장애인 보청기 편의증진 3법을 개정 발의했다.

올해 9월에는 이종성 국민의힘 국회의원도, 공공건물 및 공중이용시설에 청각장애인 등을 위한 보청기기 보조장비를 의무적으로 갖추도록 하는 내용의 ‘장애인등편의증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하지만 이날 기자회견에 나선 참석자들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와 국토교통위원회는커녕 해당 소위원회에서조차 논의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앞서 지난 6월에는 청각장애인 100여 명이 조속한 법률 개정을 위해 국회의장에게 청원까지 했다. 확인 결과 해당 청원은 6월 16일 보건복지위 법안심사소위에 회부됐지만 이후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오히려 보건복지위는 ‘계류 중인 관련 법률안 심사와 연관되어 깊이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며 청원심사 기간을 21대 국회가 끝나는 2024년 5월 29일까지 미루겠다는 답변을 냈다.

사실 청각장애인들의 법 개정 운동은 이번 국회만이 아니다.

20대 국회에서는 윤소하 전 정의당 국회의원이 보청기기 제공 및 보청기기 전용 방송장치 설치 등 유·무선 청각보조서비스 등을 골자로 ‘교통약자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회기 만료로 자동 폐기됐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제19대 국회 때 발의된 법안만 1만7822건, 이중 절반이 넘는 9809건이 자동 폐기됐다. 20대 국회 때 발의된 의안 건수는 2만4141건, 폐기된 법안만 1만6000건에 달한다.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 혹은 묻지마식 실적 위주의 발의를 해놓고는 정작 해당 법안을 처리하는 노력은 게을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러한 흐름을 의식한 듯 70일 앞으로 다가온 대통령선거와 지방선거 등 다양한 이슈로 보청기 사용자의 목소리가 묻힐 수 있다는 절박감이 묻어났다.

인공와우 기기를 사용하는 김재호 한국청각장애인협회 회장은 “정부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보청기를 착용하면 청각이 온전히 회복되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며 “하지만 보청기와 인공와우는 재활보조기기일 뿐 다수의 사람이 모인 공중이용시설 및 교통수단 등에서는 원만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이어 김 회장은 “공공장소에 ‘오디오 인덕션 루프’나 ‘FM 시스템’의 설치를 통해 보청기 사용자 등 난청 등이 원활한 소리 정보를 청취함으로써 사회참여의 문제가 없도록 개정안이 이른 시일 내 통과되길 촉구한다”고 밝혔다.

▲난청으로 보청기를 사용하는 현금숙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이사(왼쪽)와 회원이 법 개정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더인디고
▲현금숙 한국시청각장애인협회 이사(왼쪽)와 회원이 법 개정을 촉구하며 손피켓을 들고 있다. 현금숙 이사는 시긱장애인이자 중등도난청으로 보청기를 사용하고 있다. ©더인디고

한편 장애벽허물기 등 10개 단체는 20대 대선을 겨냥해 지난달 감각장애인 선거공약연대를 결성했다.

이들 단체는 보청기 사용자를 위한 환경개선을 대선 공약에 포함시켰다. 내년 1월 중에는 편의증진 3법 개정안 발의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에게 요구서를 발송하고, 또 보건복지부와 국토교통부에도 법 개정 당위성 등을 알리겠다는 계획이다.

[더인디고 THE INDIG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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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인디고 대표] 20대 80이 경제적 불평등의 상징이라면, 장애인 등 사회적 소수자 20은 권력의 불평등을 뜻하는 숫자 아닐까요? 20의 다양성과 차이를 함께 나눔으로써, 80대 20이 서로를 포용하며 보듬어가는 미래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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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njsrudeh@naver.com'
원경도
1 year ago

사회적 이슈가 터질 때만 일을 처리하고 책임감 없이 법안을 처리하고 혹은 발의는 했지만 회기 만료로 처리되는 이런 사례를 보니 청각 장애인들을 위한 법을 꼭 신경써서 만들어줬으면 좋겠고, 앞으로는 더 책임감있게 일을 처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